라는 말을 좋아한다. 2천 년도 더 전에 아리스토텔레스가 했다는 이 말. 20대의 나에겐 실체가 있는 경험이야말로 나와 나의 세계를 확장시킨다는 무한한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돌이켜보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보단 무언가를 시작하지 않고 경험을 축적하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더 크게 느꼈던 20대를 보냈던 거 같다. 내가 감각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많이, 그리고 골고루 경험하며 나의 세계를 만들어간다는 건 실패하는 것만큼이나 무척 짜릿하고 재미있는 일이었으니까. 예를 들면 뉴욕에서 살았다는 다른 사람의 경험을 책이나 영상으로 간접 체험하는 것과 내가 직접 일하고 살아보고 부딪혀보는 게 아주아주 큰 차이인 것처럼 말이다.
생각하는 것과 생각을 실행으로 옮기는 것, 누군가에겐 쉬운 일이겠지만 누군가에겐 아니다. 그 둘은 어쩌면 한 끗 차이처럼 보이지만 사실 나는 그 한 끗차이에 엄청나게 큰 간극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그때의 내가 '시작'이라는 가치에 더 큰 의미를 두었던 거 같기도 하고. 아는가?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되뇌다 보면 새로 시작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곧잘 잊게 만드는 어떤 중독적인(?) 매력이 있다는 것을. 한 때 나에게 주문과도 같았던 이 말 덕분에 새로운 것, 새로운 시도, 새로운 플랫폼, 새로운 만남, 새로운 도전, 새로운 인간관계, 새로운 생각 등 무수히 많은 '새로운 시작'들이 모여 나의 20대가 빚어졌다. 이렇듯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은 내게 있어 나의 20대를 상징하는 말이기도 했다.
30대가 되었다고 해서 시작을 대하는 태도에 극적인 변화가 생겼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시작에 대한 '비중'이 50에서 30으로 달라졌는데, 예전의 내가 시작에게 반(1/2)을 내주었다면 지금은 삼분의 일(1/3)을 내주는 식으로의 변화가 생겼다는 거다. 시작은 나에게 여전히 중요한 단계 중 하나지만 이것에는 지속적인 수행 또는 실행이 뒤따라야 하며 시작이 있다면 끝도 있어야 한다는 게 지금 나의 바뀐 생각이다.
실행이 없는 시작보단 "얕더라도, 얇더라도, 가볍더라도" 지속적이고 알맹이가 있는 실행이 있고, 끝이라는 매듭이 있는 시작이 좋은 요즘이다. 시작과 실행, 끝의 비중을 수치로 나타내면 각각 30:50:20 정도의 중요도를 갖는다. 대체 뭐가 바뀌었길래 내 생각도 바뀐 거냐고 묻는다면... 시작이 반이라는 말에 가려 그간 제대로 끝맺지 못한 일들이 많아서라고 대답하리.
실행 과정과 결과를 좀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만큼 30대에는 "지속 가능한(sustainable)"에 초점을 둬보려고 한다. 시작했으니까 이만하면 됐어하는 정신 승리자가 아닌 꾸준히 이어나가는 성실함을 가진 지속 가능한 승리자가 되고 싶다. 과거의 내가 말초적인 재미와 짜릿함을 추구하며 시작에만 매몰되었다면 지금의 나는 차분하고 담담하고 때론 관조적이다. 과거의 내가 그립기도 하지만 앞으로 중간 과정과 끝을 마주하기 위해 에너지를 일부 비축해놓는 것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당신을 표현할 수 있는 문장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