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알리바바, 하입비스트, 파페치, 톰슨 로이터스, 로레알, 등등
“미리보는 결론: 아무 곳에서도 오퍼를 받지 못했다. 나처럼만 안하면 된다.”
오늘은 다들 궁금해할 법한 글로벌 기업들과의 인터뷰에 대해 얘기해볼까 한다. 올해 초 3달 간의 미친듯한 구직활동 끝에 아무 곳에서도 오퍼를 받지 못했음으로 “절대 나처럼만 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이직 준비를 시작한 것은 올해 초 부터였다. 스타트업 근무환경에 다소 괴리감을 느껴왔던 지라, 규모가 큰 회사로 옮길 생각을 하고 있었고, 홍콩이나 싱가폴, 도쿄를 계속 눈여겨 보았었다. 상해가 좀 지겨워 질 때이기도 했고.
아직도 믿기지 않지만 나는 3개월 동안 이직 준비를 하면서 정말 많은 글로벌 기업들과 인터뷰를 했다.
1화 - 이번 편
CNN: 홍콩 APAC 지사 APAC PR 포지션
2화
알리바바: 항저우 본사 컨텐츠 전략 포지션 (Jack Ma가 있는 그 곳.)
하입비스트: 홍콩 본사 앱 마케팅 포지션
파페치(Farfetch): 홍콩지사 한국마켓 컨텐츠 전략 포지션
3화
로레알: 상하이 APAC 지사 APAC 브랜드 매니저 포지션
톰슨 로이터스: 도쿄지사 APAC 컨텐츠 전략 포지션
Lane Crawford: 홍콩지사 전속 어시스턴트 for 매니지먼트 팀
특별하게 좋은 글로벌 대학을 나온 것도 아니고, 글로벌 기업에서 근무한 경험도 없었는데 뚱딴지 같은 포지션에 지원하는 것이 아니고서야 서류 전형은 거의 80-90% 합격률을 보였다. 서류에 합격하지 못했다면 일단 인터뷰에는 가지도 못했을 터. 이제는 조금이나마 어떻게 서류를 지원해야하는지 감이 잡히는 이 느낌적인 느낌.
Tip이라면 팁인) 시오나가 써먹은 서류 합격 전략들 간략 소개 -
하드 스킬(hard skill)과 소프트 스킬(soft skill)이 모두 돋보이게 나를 소개하라.
하드 스킬은 업무에 필요한 전문 지식정도로 해석할수 있을 것 같다. 개발자라면 코딩 지식이라던가, 디자이너라면 포토샵을 이용할 수 있다거나 하는 등의... 소프트 스킬은 업무를 하는데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스킬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일(work)은 결국 남과의 협업과정이다. 감정적인 교류를 배제할 수 없고 이와 같은 미묘한 관계들을 어떻게 프로페셔널하게 풀어내는 지도 업무의 한 부분이다.
외국계 기업의 특징이라면 이 하드 스킬과 소프트 스킬을 갖춘 전문성 있는 인재를 선호한다는 점을 꼽고 싶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지원자의 배경과 학벌을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일정 스펙이 기준치 미달이면 입사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요즘은 조금 달라졌다고 듣긴 했다만.) 물론 외국계 기업이 학벌이나 심지어 인종을 편가름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나와 같은 프로필의 사람이 서류를 통과해 직접 면접관과 대면할 수 있다는 점이 여전히 놀랍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외국계 회사들은 그 포지션에 꼭 맞는 사람을 찾는 걸 더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사실 전문성을 어필하는 것은 생각보다 굉장히 쉬웠다. 나의 첫 풀타임 포지션은 스타트업의 마케팅 매니저였는데 근무하는 1년 반 동안 동남아 해외 출장을 3번이나 다녀올 만큼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다.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 시장을 위한 모든 마케팅 및 홍보 업무를 직접 담당했기에 포트폴리오에 필요한 자료들은 단기간에 다 갖출 수 있었다.
달랑 이력서만 보냈다면 회신 확율은 50%도 안되었을 것이다. 전에 일했던 스타트업 앱은 주로 십대 청소년들이 많이 이용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반적으로 30-40대의 면접관들이 거의 들어보지 못한 앱이었고 카카오톡보다 훨씬 더많은 사용자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듣보잡'회사로 분류되었다. 따라서 회사 네임밸류가 아닌, 순전히 나의 포트폴리오의 컨텐츠를 보고 연락이 온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대부분의 인사 담당자 혹은 수퍼바이저들은 내 포트폴리오를 보고 인상깊다며 한번 만나보고 싶어했다. 그동안 나름 열심히 하기도 했지만, 내가 관리했던 마케팅과 홍보 업무를 디테일하게 정리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커리어대한 열정으로 비춰져,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에너지를 느끼게 했다.
마케터가 왠 포트폴리오라고 할 수 있겠다. 디자이너에게는 포트폴리오가 기본이지만 대부분의 마케팅 포지션에서는 포트폴리오가 제출해야 하는 필수요소는 아니다. 하지만 서류 지원과정이 디지털 플랫폼에서 이루어지는 만큼,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성공적으로 전달하기에는 이미지만큼 강력한 것이 없다. 나 또한 이제 면접관으로서 인터뷰 진행하게 되었지만 이력서는 지원자가 자기만의 확실한 전문분야가 있거나 동종 업계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지 않은 이상, 그닥 흥미를 끌기 어려웠다.
너만의 색다름을 보여줘라. 인사팀 말고 너의 수퍼바이저가 될 사람에게
나는 건국대를 졸업했고, 해외 시장에서 쳐줄만한 삼성, LG, 현대와 같은 대기업 근무 경험도 없다. 유명하고 말고의 여부를 떠나서, 일단 한국을 벗어나면 건국대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저 전세계에 존재하는 여러 대학들 중 하나일 뿐. 고려대 (Korea University) 혹은 서울대나 서울시대 (Seoul National University or The University of Seoul )처럼 특정한 지명이 들어가면 그나마 사람들이 ‘아~’ 할 수도 있지만 나머지는 사실 그렇게 유명한 대학이 아니다 안타깝게도.
온라인 웹사이트에서 이력서를 제출할 때 학교를 선택하도록 되어있는데, 내 ‘느낌’상 글로벌 기업의 인사팀들은 유명한 대학을 선호하거나 적어도 그 나라에서 최고 대학 졸업자들을 선호하는 인상을 받았다. 적어도 글로벌 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사람도 포함될 것 같다. 특히 홍콩, 싱가폴과 같은 영어권 나라에서는 APAC 마케팅 홍보 직종에서 일단 영어를 원어민 정도로 구사하는 사람을 선호하기 때문에 (일단 그런 사람이 엄청 많고),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했다고 하면 인사팀 중 종종 나의 영어 실력을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영어 회화에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서구권에서 받은 학위가 없거나 학교가 글로벌 탑이 아닌 관계로 더 그런 걱정들이 있었던 것 같다. 이해는 가는 것이, 미주권이나 유럽의 유명 대학에서 학위를 받고 아시아로 돌아와 구직하는 사람이 좀 많아야지. 홍콩대나 홍콩 시티대 졸업한 사람도 많고...
그래서 나는 걱정이 많은 인사팀을 거치는 대신, 되도록이면 수퍼바이저에게 바로 이메일을 보냈다. (수퍼바이저 이메일 찾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이것도 팁 중의 팁인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공유하도록 하겠다.) 여튼 이메일 주소를 찾아서 커버레터, 이력서, 포트폴리오를 첨부하고, 가끔씩은 링크드인 배너를 캡쳐해서 이미지를 바로 클릭하면 내 링크드인 프로필로 연결되도록 해놨다.
회신 확율이 높았던 포지션들은 대부분 내가 자신있어 하는 분야가 많았고, 이미 어느 정도의 경력과 네트워크가 있었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포트폴리오의 내용과 중요도가 이 포지션과 얼마나 매칭되는 지의 여부였다. 따라서 내가 관심있는 회사 혹은 포지션은 늘 순서와 텍스트들을 수정해서 보냈다. 같은 이름의 포지션이라도 회사마다 업종마다 너무 하는 일이 달라서 이 작업은 필수라고 봐야한다. 꼭 붙고싶다면.
자! 그럼 팁 정리는 이쯤으로 해두고, 이제 본격적으로 왜 떨어졌는가에 대해 이야기해볼 차례다. 1화에서는 홍콩에서 진행된 CNN과의 인터뷰 썰을 풀어볼까 한다.
왜 떨어졌는가 심층 분석 - CNN 아시아 퍼시픽의 APAC PR executive 포지션
회사: CNN
포지션: APAC 디지털 홍보 업무
내가 태어나서 여태까지 해봤던 모든 인터뷰 중에 가장 떨렸다. 합격 여부를 떠나서 인터뷰를 하게된 자체가 가문의 영광이라고 생각했다.
링크드인에서 포지션을 확인한 후, 관련부서의 아시아 담당 디렉터에서 직접 이메일을 보냈고 (형식은 위에서 언급한 팁대로 했다.) 별 기대가 없었는데 2-3일 후에 싱가폴 지사의 Turner - CNN의 모회사 인사팀에서 이메일로 연락이 와 인사팀과 첫번째 전화 인터뷰 스케줄을 잡았다. 간단한 스크리닝 테스트였기에 별 문제는 없었고, 이미 디렉터가 인사팀에서 이력서를 전달한 케이스여서 1차 테스트는 가볍게 통과했다. 전화받을 때 어찌나 떨리던지 내가 얼마나 CNN에 입사하고 싶어하는지 200% 어필했다. 심지어 월급도 그리 높게 부르지 않았다. 일단 입사하는 게 가장 중요했기에!
2차는 홍콩 오피스에서 진행되었고, 몇 개의 인터뷰 때문에 이미 홍콩에서 머무르고 있던 터라, 스카이프로 예정된 인터뷰를 면대면으로 요청했다. 이렇게 중요한 인터뷰는 비디오 콜로 하는 것보다는 직접 만나서 얘기하는 게 백배 낫다.
면대면 인터뷰에서는 2명의 아시아 담당 디렉터와 40분 정도 이야기 했다.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내가 직접 연락한 디렉터가 나를 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스갯소리로 미국 기업은 자기 계발 스토리가 있는 그러니까, 히어로 스토리 같은 인재를 선호한다는 얘기를 주로 하고는 했는데 내가 어떻게 서울에서 아시아 시장을 관리하는 이자리까지 오게 되었는지 얘기하는 과정에서 약간 감명을 받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내가 따로 정리해온 Job Descrition을 바탕으로 어떻게 내 스킬과 경험들이 이 포지션에 맞는지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인터뷰 당시, 문제는 소프트 스킬이 아닌 하드 스킬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주업무가 퍼블리시티, 소셜 미디어, 데이터 분석 등 꽤 광범위한 분야의 포지션이었지만, 글로벌 미디어의 APAC 홍보 업무이다보니 글로벌 에이전시나 글로벌 기업 인하우스에서 홍보 업무만을 전문적으로 해온 인재를 원하는 듯 보였다. 영어가 얼마나 편하냐는 질문, 영어 글쓰기에 문제가 없냐는 질문 등.(심지어 토플같은 영어 증명서가 있냐고 물었었다.) 인터뷰 이후에는 스크리닝 심사 중 하나로 샘플 퍼블리시티 라이팅을 보내달라고 요청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나름 fair한 요청이라고 생각한다.) 또 CNN에서는 컨펌 받는 절차가 굉장히 까다롭고 복잡하다고 얘기하며 스타트업과는 달라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귀뜸했다. 나는 그에 Agile하고 fast-moving한 기업환경이 항상 가장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도출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 이전 스타트업들에서 배웠다며, 글로벌 기업의 위상에 맞는 위기 관리와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라면 절차가 필수불가결할 때도 있다는 식으로 답변했던 것 같다. 나름 괜찮았던 듯.
지금 돌이켜보면 회사에 대한 기본적인 조사나 근황등을 더 읽고 가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CNN이 무슨 회사죠? 하는 광범위한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할 지 약간 망설였다. 막힘없이 대답했더라면 조금 더 점수를 받았을 지도.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저널리즘 공부를 해서 에디터나 기자를 꿈꿔왔던 사람이 왜 미디어에서 홍보업무를 하고 싶어하는 지에 대한 연결고리가 좀 부족했던 것 같다. 이런 질문은 사실 생각치 못했는데, 그 인터뷰 진행하는 디렉터가 마침 기자 출신 PR 담당자여서 자연스레 물어보게 된 것도 있는 듯 싶다.
인터뷰 이후 몇 주간 결과가 나오지 않은 채, 인사팀은 계속 저희가 다른 지원자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어서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메일만 왔다. 그냥 아니면 아닌거지, 왜 희망고문을 하는지 참. Short-listed가 된 건가 하며 하루에도 기분이 수천번씩 왔다갔다 했다. 나 또한 다른 회사들과 인터뷰들을 진행하고 있었어서 최대한 빨리 살 길을 찾아야했다. (이 타이밍을 잘 맞추는 것이 성공적인 이직을 위해 중요한 듯) 물론 근 2달이 지난 후에야 최종에서 떨어졌다는 연락을 받았고, 나의 팔로업 메일은 비로소 멈출 수 있었다. 그래도 디렉터들이 준 명함들 볼 때마다 뿌듯하다. 훗
다음 회에서는 항저우 알리바바의 알리 클라우드 (Ali Could)와 알리 익스프레스 (AliExpress) 팀 그리고 패션 미디어 하입비스트 (Hypebeast), 그리고 마지막으로 떠오르는 글로벌 럭셔리 이커머스 파페치 (Farfetch) 의 인터뷰 썰로 돌아오겠다.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