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바둑 예산, 한국기원에만 15억4200만원 편성
대한바둑협회 예산 전액 삭감과 관련해 바둑 관련 협회 및 단체들의 집단 행동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한국기원에 지급하는 2024년도 예산 15억4200만원이 바둑계 예산 중복 지원을 막기 위한 통합 지원금이라며 대한바둑협회와 이를 나눌 것이라고 해명했다.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문체부는 내년도 바둑 예산으로 최종 확정된 15억4200만원을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에 나눠 지급할 계획이다.
문체부는 올해 총 38억7500만원(대한바둑협회 21억6200만원, 한국기원 17억1300만원)을 바둑에 투입했으나 내년에는 15억4200만원만 지원한다. 당초 이 비용은 한국기원에만 집행하는 것으로 내년도 예산안에 기재가 돼 있었다. 하지만 문체부에서 직접 나서 대한바둑협회와 공동으로 사용하는 예산임을 천명한 것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진흥법이 있는 다른 종목(전통 무예 등)과 비교했을 때 바둑이 과하게 지원되는 모양새”라며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에 지원금을 나눠 지급하는 것 또한 중복 지원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있어, 이를 통합하는 차원에서 내년 예산을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 입장은 사뭇 다르다. 먼저 한국기원은 “대한바둑협회 예산이 전액 삭감되기 전에 예산을 나눠쓰게 될 수도 있다고 들었다”면서도 “한국기원 예산을 주는 건 반대”라는 입장이다.
한국기원이 내년 바둑 보급에 편성한 예산을 살펴보면, 어린이⋅여성 바둑 보급에 2억원, 바둑아카데미 운영 지원에 3억원, 국제 교류에 3억1900만원, 바둑대표선수 강화훈련 및 육성에 5억2300만원, 바둑의 정규교육 과정화 추진에 2억원 등이 포함돼 있다. 만약 대한바둑협회와 예산을 나눈다면, 이 중 몇 가지 사업은 백지화되거나 축소될 수밖에 없다.
대한바둑협회는 “일단 자료에는 대한바둑협회 0원, 한국기원만 15억4200만원이 편성돼 있다”면서 “문체부가 이를 나누려고 한다는 ‘방침’은 알고 있었지만, 한국기원이 나눌 생각이 없다고 하면 어떻게 되는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문체부는 강경하다. 문체부 관계자는 “절대 한국기원에만 예산을 다 줄 생각은 전혀 없다”면서 “반드시 양 기관에 나눠 지급해야 할 사안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기원에만 예산을 준다고 얘기한 적이 없다. 한국기원도 나눠 써야 하는 비용으로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다수의 관계자들은 바둑 지원금 감소와 관련된 논란이 기재부에서 처음 시작됐다고 입을 모은다. 바둑계 관계자는 “기재부가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 양 단체에 지원금을 주는 것에 대해 강력히 반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기재부가 특정 종목만 예산을 없애야 한다고 문체부에 통보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대한바둑협회 공식 소셜미디어 채널에서는 세종시에 위치한 기재부 항의 방문 및 시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지역 바둑협회 한 관계자는 “세종에 있는 기재부와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공간을 시위에 필요한 캠프로 제공하겠다”면서 “기재부 앞 시위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