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밀 Jun 11. 2022

[브로커] 가족을 찾고 계세요?

가족을 찾고 계세요? 
저희가 가족을 찾아 드리겠습니다.


영화는 폭우가 쏟아지는 어느 밤 아기를 어느 교회의 베이비 박스에 버리는 소영으로부터 시작된다. 소영은 아기의 포대기에 아기의 이름과 너를 찾으러 오겠다는 쪽지를 남긴다. 이 교회에 다니는 상현과, 보육시설에서 일하는 동수는 베이비 박스에 버려진 아기에게 가정을 찾아주고 그 수수료를 받는 일을 하고 있다. 이번에도 소영의 아기를 집으로 몰래 데려오는데, 다음 날 소영이 아기를 찾으러 와서 이들의 계획은 꼬여버린다. 

자신의 아기를 팔아넘기려고 했던 이들에게 좋은 감정 일리 없는 소영은 삐딱한 마음으로 아기를 입양해줄 부모를 찾는 일에 동참한다. 수수료는 5:5로 나누는 것으로 하고. 

그렇게 트렁크도 닫히지 않는 세탁물 배달용 승합차를 타고 이들은 아기의 가족을 찾기 위해 떠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는 색감이나 분위기 때문에 따뜻한 영화처럼 보인다. 그런데 영화의 안을 들여다보면 상당히 차갑고 퍼석하다. 과한 애정이나, 감정으로 다루는 인물이나 상황이 없다. 계속해서 덜어내려는 욕심이 보인다. 현실을 포장하려고 하지도 않고, 무마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어쩌면 극적인 오르내림이 없는 잔잔한 영화처럼 보인다. 그런데 감독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후반부에 다다를수록 송곳같이 날카로운 어떤 것이 의식도 못했는데 마음을 할퀴고 지나간다. 절절하게 사람을 울리기보다는 따끔하고 말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상처가 깊어서 서서히 고통이 심해지는 슬픔이 느껴진다. 


이 영화에서 핏줄로 이어진 가족은 모두 떨어져 산다. 어디에 살고 있는지 알 수 없거나 안다 해도 다시는 찾아오지 말 것을 부탁한다. 같이 자고, 먹는 상현과 동수, 소영과 해진은 모두 피가 섞이지 않은 남이다. 유일하게 피가 섞인 소영과 우성이 있는데 이 여정의 목적이 우성을 떠나보내기 위함이니 가족을 해체하는 여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영화가 흘러갈수록 이 승합차에 타고 있는 이 사람들 제법 가족처럼 보인다. 



관람차 안에서 소영과 동수가 나누는 대화 장면, 수진이 차 안에서 자신의 남자 친구와 통화하는 장면이 특히 좋았다.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나의 슬픔을 내보이고, 상대방이 그것을 위로하는 그 장면이 슬펐지만 나에게도 위로가 되었다.  

자극적인 이야기들에 마음과 정신이 피로해져 있다면, 디톡스를 하는 마음으로 브로커를 보면 좋을 것 같다. 팔짱을 껴고 얼마나 재밌나 보자, 얼마나 울리나 보자, 얼마나 놀랄 반전이 있나 보자 라는 마음을 다 버리고 그냥 상현이 운전하는 이 승합차에 함께 타서 창문을 내리고 바람을 느껴보자. 

그러면 앞에서 상현이 하는 싱거운 농담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고, 해진이 너무 귀여워 마음이 따뜻해질 것이다. 그리고 차에서 내릴 때쯤에는 소영이를 한 번 꽉 안아주고 싶어 질지도 모른다. 이 영화를 보고 나는 그랬다. 소영이를 있는 힘껏 꽉 안아서 따뜻한 체온을 한번 나눠주고 싶었다. 한 번쯤 그녀에게 그런 포옹이 필요하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서운해하지 않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의 숙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