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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미레짱 Dec 13. 2020

비좁은 내 세계가 사그라질 것만 같다면

<브런치라디오 응모> 단어 벌레 작가의 '안녕하세요. 델러웨이 부인'

브런치에서 다양한 삶을 살고 있은 글들을 만나며 세상이 달라 보인다.

내가 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구나.

신기하기도 하고 세상의 다양성에 감탄한다.

사람 사는 거 다 비슷하다지만 결국 이리 펼쳐 보이면 천만 가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쉽게도 처음 브런치의 글을 접했을 때는 그 진정성에 고마우면서도 화가 났다.

나는 왜 이 길을 택했는가? 나의 선택지는 왜 이렇게 편협하고 비좁을까?

가정보육, 며느리, 주부, 여자의 글들은 갑갑하고, 막막하고, 심심하다.

전혀 다른 세계를 엿보는 글은 신선하지만 그뿐이다.

지금 둘러싸인 환경을 담담히 바라보게 되면서, 그 안에서 즐기고 싶다면.

다양한 삶의 방식에 화내지 말고 즐기고 싶다면... 어느 작가의 어느 글을 읽어주고 싶을까?  


<안녕하세요.  델러웨이 부인 >  브런치 플랫폼/BY 단어 벌레

1화
리처드는 흥분이 심장에 좋지 않은데 파티를 연다고 걱정을 하지만 그녀가 사람들을 모두 모이게 하는 것은 단지 삶을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그게 클라라의 방식이었다.
#시어머니의 삶을 떠올리게 됐고, 반대편 자식의 마음을 들으며 피로감이 쌓여갔았다. 그 방식을 따라갈 순 없지만 알 수는 있었다

2화
오십이 넘었지만 점점 아름다워지는 부인은 장안의 천사이고 여덟이나 되는 아이들의 요구를 들어주고 자신감을 잃어가는 남편의 기를 살려주느라 바쁘다. (중략) 손가락 하나 들힘만 있으면 어는 때라도 기꺼이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며 자신이 그렇게 할 수 있음을 기뻐하는 사람이었다. (중략) 램지 부인은 어느 날 갑자기 죽었다.
#신혼초, 첫째를 출산했을 때의 나의 느낌은 혼자만의 착각이 아니었다. 이러다 죽겠구나 싶었다.

일상의 어려움 같은 건 생기지 않았으면 싶고, 자신을 희생하기보다 남을 해하는 때가 많으며 내 마음이 너무 소중하고 이루고 싶은 소망도 많아서 다른 사람의 그것에 관심 가질 여유도 없다. 그런데도 힘들다. "칼라일 씨에게 동정을 구하지 마세요. 당신에게 찬물을 끼얹게 하지도 마세요. 당신은 자신과 자신의 일을 존중해야 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제야 조금씩 솔직해지려는 나는 이쯤일까.

칼라일 부부는 둘 다 재능이 있었고 서로 사랑했지만 벌레들과 끝없는 계단과 지하실의 펌프를 이겨내지는 못했다. 만약 욕조, 냉온수, 침실의 남방 같은 현대식 편의시설과 실내 위해실설이 완비되었더라면 두 사람 생활은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집에 온수를 설치한 칼라일은 칼라일이 못됐을 것이고 박멸할 벌레가 없는 집의 제인은 우리가 아는 여성과 다른 사람이 됐을 것이다. 제인의 말처럼"사랑할수록 어쩔 수 없다"는 것이 진실일까
#칼라일 부부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3화 팬데믹화
글이란 그야말로 납득할 수 없는 일로 가득해서 생각대로 되는 건 거의 없다는 걸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클라라는 비난하지도 이해하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 누군가를 찾아가고, 명함을 두고 오고, 사람에게 친절히 대하고 꽃다발 같은 작은 선물을 들고 다닌다. 모모 씨가 프랑스에 갔다고 하면 공기 베개가 있어야 해! 하는 식이었다.
#지인 중의 한 명이 생각나면서 다른 입장에 서서 이해하기 힘들고 반발심까지 들었지만 그 사람의 생각을 알 수는 있었다. 이해하려고 애쓰지도 않는구나... 그런 방법이.

4화
램지 씨는 종종 그랬다. 그저 눈앞에 있는 것만으로도 자식들에게 극단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람이었다. 램지 씨의 말은 아들의 꿈을 깨뜨리고, 내일 비가 올 거라는 간단한 예측도 하지 못한 아내를 비웃는 동시에 자기는 할 수 있다는 은근한 자부심마저 드러내는 것처럼 보였다.

5화
파티가 열리는 동안 등장인물들이 지나온 삶에서 각자 파고 있던 '아름다운 동굴'들을 연결해서 그것들 하나하나가 현재의 순간에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 버지니아 울프의 계획이었다. (중략) 클라라는 그 일에 재능이 있었다. 그녀는 자기 자신으로 있을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했다. 자유롭지 않으면 안 되었다.

클라라가 피터는 사랑했지만 결혼은 하지 않은 이유였다. 리처드는 더할 나위 없이 단순한 사람이었다. 아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려고 집에 돌아가면서, 딸 엘리자베스에게 파티에 올 사람들에 대해 얘기하면서 '이런 게 행복이지'라고 생각만 하는 사람이었다. 피터는 달랐다.(중략)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속속들이 알고 싶어 했다. 피터는 사랑하는 이들은 당연히 모든 것을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클라라에게는 숨 쉴 틈이 필요했다.
#가족에 있어서는 리처드 같지만, 육아를 직접 접으로 돕거나 인테리어를 작업한다거나, 업무를 할 때는 피터처럼 되는 신랑이 떠올랐다. 공동육아를 하면 신랑의 두 얼굴을 볼 수 있다.

6화
무엇을 쓰자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는 쉬워 보이지만, 그 생각은 증발해서 여기저기 날아가버린다. 기억 속의 램지 부인을 지금 앞에 놓여있는 화폭 속에 고스란히 옮겨 놓을 수 없다 해도 릴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7화
델러웨이 부인이 아침에 문을 열며 부어턴에서 맞이했다. 열여덟 살의 글라라였던 어느 날 아침. 중요한 건 핑계가 아니라 이곳을 떠나 다른 사람이 되어보는 것이니까. 현관과 마당을 뒤로하고 집을 나서는 순간 오늘은 다른 날이었으면, 다른 사람이었으면 하는 날이 있다. 식구들과 친구들이 생각하는 나를 나에게 하는 모든 것을 벗어버리고 나도 모르는 내가 되어 보는 날이다.
#이 기분을 느끼기 위해서 데이트, 출근, 여행, 산책을 하며 살아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8화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세계를 하나 더 가지고 있으므로 내게 낙담이나 절망이란 오래 버틸 수 없을 것이다. 두 개 이상의 세계에 동시에 살고 있는 이들의 마음이 건강한 이유이다.
#지금은 보이고 싶으면서 숨기고 싶으면서. 그 사이를 항상 헤맨다. 그래서 가끔, 자주 SNS를 폭파시키고 싶다.

10화

딸들은 자신의 마음과 소망 대신 남의 그것을 채우기에 급급한 램지 부인을, 이제 더는 클라리사도 아닌 '댈러웨이 부인'을 보면서 나는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모니터 저편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글자들을 읽을 수 없었을 때 막막했던 나를 구원한 건 클라리사였다. 그녀는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삶이 라는걸 알았다. 주변의 모든 것이 매력적이었고, 그녀는 여전히 살아있었다. (중략) 직접 꽂을 사러 나가는 것이다.

차분히 앉아 매달 25파운드에 얌전한 글 한편씩을 쓰고 싶다. 스트레스 없이 살아가고 싶다. 그리고 책을 읽는다.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싶다. 사람은 마흔여섯쯤 되면 구두쇠가 돼야 한다. 시간 날 때는 본질적인 것에 대해서만 써야 한다.
#가장 이질적이면서 이상적인 문구다. 이렇게 살면 안 되라고 생각하면서 이렇게 살고 싶다. 그래도 본질적인 것만 쓰는 사람은 가능한 평생 안 하고 싶다.


단어 벌레 작가의 글에는 느끼는 감정에 적합한 삼입 문이 중간중간 적절하게 배치되어있다. 이 많은 책을 읽고 사전조사를 하고 글을 배치하기까지의 성실함이 느껴진다. 길지도 짧지도 않게 말이다. 끝까지 읽다 보면 이 글은 단어 벌레의 글인지, 델레 웨이 부인의 등장인물들의 글인지, 버지니아 울프의 글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로 정서가 섞여 자연스레 그 자리에 놓여져있었다.


이 글을 통해 본 <델러웨이 부인>은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여 전혀 다른 각각의 시각으로 전개되는 이야기가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한 인물 안에 여러 개의 이름으로(델러웨인부인, 클라리사) 인격을 분리시키면서 사람의 내면의 각기 다른 역할이 존재하고 부정하지 않으려는 점이 인상적이다.


글을 쓸 때 하나로 통일하려는 나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나라는 인간은 복합적이고 총체적 인간이다. 일관성을 아무리 주장한다 한들 사람은 한 가지 인격만으로 살 수 있게끔 세상이 짜여 있지 않다. 엄마로서의 모성애, 여자로서의 감성, 나라는 주체성이 부딪히면서 숨이 막히는 상황은 육아 속에 일상이다.


글을 쓰는 동안만이라도 감정의 주체를  찬찬히 바라보고 단호한 작가의 태도를 가져야 할 것 같다. 내 마음을 옮겨 놓는다는 생각을 잃지 말아야지. 델러웨이부인에 빠져들어 클라리사를 잃기에는 아직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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