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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100일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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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드리 Apr 24. 2019

고양이는 산책하는 동물이 아니다.

요즘 애묘인들 사이에서 고양이 산책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고양이는 산책하는 동물이 아니다.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기 때문에, 자신의 영역에서 벗어나면 극도의 긴장감을 느낀다. 고양이가 창밖을 바라보고, 문밖에 호기심을 느낀다고 해도 그것이 고양이가 밖에 나가서 산책하고 싶다는 것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 인간이 좀비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좀비 떼에게 쫓기고 싶다는 것은 아닌 것처럼 말이다.
고양이 유투버가 올린 고양이 산책 영상을 봤다. 하네스를 착용한 고양이를 에코백에 넣어서 밖에 나간 그 모습을 보고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동장도 아니고 에코백이라니... 고양이가 외부 환경에 놀라서 힘을 주면 너무나도 쉽게 벗겨질 에코백과 하네스를 준비해서 나온 모습을 보고 있자니 헛웃음이 나왔다.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 고양이가 전혀 산책을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분명 고양이의 동공은 확장되어 있었고, 몸을 낮춰 경계하는 자세를 취했다. 그러면서 계속 주인 품에 들어가 안정적인 곳에 있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 영상에서 주인은 ‘오구오구 무서워~ 괜찮아~ 저기 좀 봐봐~’라고 하며 고양이에게 바깥세상을 탐험할 것을 요구했다. 혹여나 내 고양이가 바깥에 호기심을 가져서 산책을 나왔다고 할지라도, 실제 그렇게 무서워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한가하게 유투브에 올릴 영상이나 찍고 있다니... 고양이가 무서운 것 보다 유투브 분량을 챙기는 것이 더 중요한 건가?
가장 끔찍했던 것은 그 영상에 달린 댓글이었다. 유명한 고양이 유투버이기 때문에 많은 댓글이 달렸고, 그 대부분은 산책하는 고양이가 귀엽고 나도 고양이와 산책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고양이가 공포감을 느끼는 그 상황을 즐기는 인간들의 잔인함을 보았다. 아니 어쩌면 그들은 고양이가 공포감을 느끼는 것을 몰랐을 수도 있다. 고양이를 데리고 나간 인간을 보았고, 그 모습이 부러웠겠지. 누가 봐도 고양이는 귀엽고 사랑스러우니까.
고양이를 산책시키면 안된다. 그리고 혹시 내 고양이가 정말 산책을 즐긴다면(어디까지나 인간의 합리화라고 생각하지만), 산책을 하더라도 그 모습을 sns 올리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고양이의 습성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고양이 산책에 대한 오해를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 영상을 올리고 좋아요를 받는 대가로, 여러 집 고양이들이 억지로 밖으로 끌려가고 불행하게도 주인과 헤어지게 되어 고달픈 길생활을 하게 된다는 것을 생각하며 sns에 그 모습을 올리고 싶은 욕심을 멈추길 바란다.


#고양이산책시키지마세요

#고양이산책sns에올리지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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