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500일의 썸머를 봤다. 이별의 상처를 달래거나 뭐 그런 의도는 아니었고, 넷플릭스에서 볼 게 없어서 떠돌다가 길 위의 쉐프들(?)을 보고 ‘아... 이건 너무 재미가 없다. 검증된 고전을 보자!’라는 생각에 다시 보게 되었다.
누가 썸머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내가 아무리 나의 삶의 기준을 정하고 그 잣대로 세상을 살아간다고 하더라도, 우연히 인연을 맺게 된 타인에 의해 그 기준이 거품처럼 사라지는 것이 함께 사는 삶이 아닐까.
사람이 변하기 쉽지 않은데, 그런 와중에도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다른 사람인 것 같다. 내가 정립되고 무너지고 다시 새롭게 정립되는 그 과정 모두 타인과의 관계에서 얻은 깨달음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나를 다시 무너뜨리는 과정을 피하고 싶으면, 사람을 만나는 것을 피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썸머가, 톰이, 그리고 내가 그렇듯 그게 개인의 생각대로 되는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