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이직한 회사에도 글쓰기 모임이 있다. 그동안 한 발자국 떨어져 지켜만 보다가 충동적으로 참가하게 되었다.
썼다, 멈췄다, 다시 썼다를 반복하는 나의 글쓰기에 대해 돌아보는 것으로 이번 프로젝트 첫 글을 시작하려고 한다.
생각해보면 살면서 두 번 정도 꾸준히 글을 썼던 것다.
첫 번째는 2015년 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때인데, 약 한 달간 매일매일 그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일기장에 적었다. 별생각 없이 일기장을 가져갔는데, 하루 종일 걸으면서 생각만 하게 되니 그 생각들을 남겨놓고 싶어서 시작한 글이었다. 그전까지 나나 세상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지 않았는데, 이때 생각한 것을 글로 남기면서 많은 것이 정립되었다고 느꼈다.
두 번째는 작년 2019년 봄. 회사에서 하는 100일 글쓰기에 참여했을 때이다. 그 전에는 시 필사, 6시 기상처럼 할 수 있을 것 같은 프로젝트만 하다가 한 번 도전해보자는 마음으로 100일 동안 매일 글 쓰는 프로젝트에 참가했다. 넷플릭스, 유튜브, 음주에서 벗어나서 내 생각과 경험들을 다시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지금처럼 브런치에 작성하다가, 어느 순간 나를 보여주는 것이 부끄러웠는지 개인 일기장에 글을 쓰고 공유했다. 단상에서 나온 짧은 글이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꽤 많은 수의 글을 적었다.
산티아고에서 쓰던 일기를 계속 쓰지 않고 멈춘 이유는, '나에 대해서 다 알았고 나는 더 이상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말... 지금 생각해보면 웃음밖에 안 나오는 이유다ㅋㅋㅋ 20대 초반, 막 자신을 정립한 사람이 할 법한 생각이지 않은가ㅋㅋㅋ 물론 그 때나 지금이나 나는 내가 너무 좋고, 항상 이대로 있어줬으면 한다. 하지만 세상이 변하고 사람이 변하는데 나 혼자 변하지 않고 그대로인 것은 불가능하다. 그때는 이 것을 몰랐지. 이 사실을 알고 모르고만 따지고 봐도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다.
100 프로젝트 이후 글을 멈춘 이유는 처음이랑은 좀 다르다. 그때의 내가 불안정했기 때문인지, 세상이 불안했기 때문인지, 원래 글이란 게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글을 쓰면서 화가 너무 많이 났다. 정확히는, 내가 느끼는 화 또는 분노라는 그 감정을 글로 표현하기 위해서 자꾸 곱씹어야 하는 과정이 힘들었다. 분노를 할 때에 글이 술술 잘 써지는 것도 괜히 짜증이 났다. 분노는 나와 세상을 굴러가게 하는 큰 원동력이지만, 그 감정을 온전히 마주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어쩌면 이 부분이 이 글의 핵심인 것 같다. 하지만, 이 부분이 이 글에서 완성될 수 있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동안 여러 번 시도했고, 충분하다면 충분하다고 할 수 있을 만큼 글을 썼는데 왜 또다시 글을 쓰려고 하는 걸까? 이번 시도가 끝나고 다시 얼마 동안 안 쓸 것이 뻔한데 왜 멈출걸 다시 시작하는 걸까?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싶어서 저번 글쓰기를 시작할 때 썼던 글을 다시 찾아봤다.
그럼, 지금은 '난 글 쓰는 걸 좋아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 글 쓰는 게 좋았다면 중간에 멈추지 않고 계속 썼겠지. 그렇다면 왜 다시 글을 쓰게 된 걸까?
비겁한 대답일 수도 있지만, '살아가는 중에 그냥 당연하게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단, 지금은! 3개월 후에는 달라질 수도 있다!!) 내가 쓰는 글은 소설 같은 창작물이 아닌,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보고 논리적으로 풀어낸 결과물이다. 좋아하지 않지만 양치를 하고, 청소를 하고, 물을 마시는 것처럼, 좋아하지 않지만 나에 대해 생각하고 글을 쓰는 이 과정이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일이 아닌가 싶다. 이는 인간의 본능일 수도 있고(다른 인간이었던 적이 없어서 잘 모름), 아니면 그냥 나의 타고난 성격인 것 같기도 하다.
지금까지 처럼 내가 하는 생각, 나의 경험, 내가 느끼는 세상에 대한 글을 쓸 예정이다. 단, 이전에는 매일매일 짧은 글을 썼다면, 이번은 2주에 하나를 쓰기 때문에 좀 더 긴 글을 써보고자 한다. 업무 또는 학습과 관련된 이야기가 아닌 개인에 대한 글이 될 것이기 때문에, 글쓴이가 누구인지 아는 회사 동료들이 볼 수 있다는 게 좀 불편하기도 하다. 하지만 첫 번째 글의 마감일인 일요일 저녁까지도 많은 글이 올라오지 않은 것을 보아하니 모두들 자기 글 쓰기에 바쁜 것 같다. 내 경험상 다른 사람의 글 까지 읽을 여력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조회수가 1로 나뿐인 글일 것으로 생각하고 거리낌 없이 풀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