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setUlove #2. 생활 속의 SDGs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코트를 사고 싶었어요. 블랙과 네이비가 있으니.. 베이지색이 좋겠죠?
그런데 문뜩, 최근 수업시간에 배운 ‘순환경제(Circular Economy)’가 생각나더라고요. 순환경제 모델은 최근 들어 각광을 받고 있어요. 왜냐하면, 현대의 '선처럼 쭉 뻗어나가기 원하는 경제모델'과는 어울리기 쉽지 않다고 생각했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개념을 보란 듯이 잘 적용하는 경제 모델이거든요.
순환경제 모델은 회복하고 재생하는 산업 시스템으로 정의돼요. 이러한 모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획단계부터 의지를 가지고 설계해야 해요. '자연에서 주어지는 자원들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또 재사용하겠다!', '제품의 생애주기(Life Cycle)에 걸쳐서 고민하겠다.'등의 마인드가 필요하죠.
* 이러한 고민들을 통해 만들어진 원칙들도 있어요. '지속가능한 디자인', '폐기물 제로(Waste-zero) 디자인', '제품생명 연장', '자재 재생, 수리 그리고 재공정' 이 그 예들이죠.
순환경제 모델의 중요한 세 가지 틀은 3R이라고 불려요. 바로 Reduce, Reuse, Recycle 이죠. 제품의 생애주기에 걸쳐서 '적게 쓰고, 다시 쓰고, 재활용' 하자는 것이죠. 이것을 위해서는 제품의 생애주기에 개입하는 '우리 : 소비자'의 참여도 필요해요.
이러한 측면에서 순환경제는 소비자:우리의 일상생활에서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죠. 그 역할을 실천해봐야겠다 싶어서 향한 곳이 바로 ‘광장시장’이에요.
* Reuse는 상태가 좋은 제품들을 분류해서 다시 쓰는 것이고, Recycle은 제품들을 활용하여 다른 제품의 원료로 쓰거나 새 제품의 원료로 쓰는 것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어요.
광장시장은 사실 술 좀 하시는 분들에게는 부침개와 육회로 더 유명한 곳이죠. (그거 알아요? 광장시장에서 일하시는 이모님피셜, 막걸리는 인생에 뭐가 막 걸리는 날에 먹는 거래요. 아! 그리고 시장에 가면 잃어버린 이모들을 다 찾을 수 있어요). 그런데, 이곳에 이모들보다 오래부터 존재하고 있는 광장시장의 수입구제시장을 아시나요?
해외에서 '이게 왜 버려졌지?' 할 정도로 멀쩡한 제품들이 주인을 잃고 버려져 있는데, 이 의류제품들을 수입하고 수리 & 청소해서 싼 가격에 파는 곳이죠. 제품의 생애에서는 사용 -> 재사용(Reuse)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아나바다’ 운동을 모르는 친구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앞 세대의 좋은 경제적 문화예요.
우선 광장시장을 가는 방법은 크게 여덟 가지로 나뉠 수 있습니다. 왜냐? 문이 8개니까. 그중에서 수입구제시장에 접근성이 높은 주요 통로 두 개(북 1문, 서 2문)를 소개해보죠.
버스 타고 '종로5가.광장시장(중)' 정류장 내리기 or 지하철 타고 '종로5가역 8번 출구'로 나오기.
정류장으로 오는 버스는 음청 많더라고요~! 제가 알려 드리는 것은 딱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방법들이에요. 그러니 참고만 하시고, 각자의 내비게이션과 뇌비게이션으로 잘 찾아서 오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북 1문에 도착하면 요렇게 생긴 조형물과 거리가 우리를 반깁니다.
입구를 통해서 쭉 들어오다 보이는 사거리를 그냥 지나, 다시 마주하는 사거리까지 오시면 종합직물부 간판을 만날 수 있습니다. 맛있는 음식 냄새들이 유혹하는 험난한 길을 뚫으셔야 만날 수 있는 이 곳에서 우리는 오른쪽을 돌아봅니다. 멀지 않은 곳(종합 직물부 간판 방향)에 우리가 찾고 있는 '수입구제(2F)'가 시뻘겋게 적혀 있습니다. 아.. 설렌다!
호그와트를 향하는 9와 4/3 승강장을 처음 마주한 론 위즐리처럼, 겉만 보고 의심하면 오지 못했을 이 공간에 온 것을 환영이라도 하는 듯이 입을 쩍 벌리고 있는 구제시장. 그 입구에 첫 발을 들여놓으면 직물을 소독하느라 생긴 염소(Cl2)화합물 섞인 냄새가 슬슬 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아직 성급하게 올라가긴 이릅니다. 조금 뒤 흥정 TIP에서 알려드리겠지만, 조금의 긴장감이 우리의 저녁식사를 넉넉하게 합니다. 심호흡을 한 뒤 마음의 준비가 되었으면 올라가 봅니다.
어느 년도에 유행했던 것인지도 가늠할 수 없는, 계절과 시대가 뒤섞여버린 이 공간에서 우리의 멘탈은 설렘과 흥분에 잠식당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옷들이 풍기는 그 아우라에 져버리면, 진정한 새 주인으로 인정받을 수 없으니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합니다.
각각의 상점에는 일면식 없는 가족들이 즐비합니다. 어디서는 오빠가 되고 어디서는 삼촌 혹은 형이 됩니다. 일반 남성들은 오빠 소리에 유혹당해 충동구매를 하곤 하지만, 든든한 멘탈의 저는 유혹의 숲을 지나 주인을 부르고 있는 고운 베이지색 캐시미어 쓰리 버튼 코트 한 벌을 발견합니다. 웬만하면 사고 싶은 옷의 종류와 색, 재질과 가격대를 모두 정하고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제부터가 중요합니다. 베이지색 코트에 손을 대려 하는 순간, 판매원분이 동물적 감각으로 돌아봅니다. 여기서 좋은 구매를 위한 여러 가지 전략이 필요합니다. 마치 이 과정은 전쟁과 같습니다.
- [0 단계 : 전투준비] 지갑은 얇게, 뒷주머니는 두껍게 : 시장에 갈 때는 현찰을 많이 뽑아 지갑에 다 넣어가기 쉽사리지만, 그것은 초보자가 하는 실수입니다. 넉넉히 뽑되, 내가 오늘 목표한 가격보다 조금 적게 지갑에 넣어두어야 합니다. 그래야 상대(판매원)가 나를 얕잡아보고 보다 약한 전략을 구사하게 됩니다.
- [1 단계 : 고지 선점] 하나에 꽂힌 듯 얘기하지 않기 : 어떤 아이템 하나에 꽂혔다는 것이 보이면, 판매원은 유리한 입장이 됩니다. 결국은 그것을 구매할 것을 내비친 모양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할인도, 흥정도 어려워집니다. 우리가 먼저 고지에 올라 점령할 목진지를 바라보며 진격해야 합니다. 결국 사게 될 아이템과 함께 세 개 정도를 고릅니다. 그리고 그 제품들의 재질과 가격을 묻고 가능한 흠을 잡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 아이템에 대한 질문이 중간에 짧게 위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2 단계 : 혼선 작전] 이전 가게에 다른 물건과 고민하는 척 하기 : 사려는 아이템을 들고 ‘이전 가게에서 보고 온 물건과 비슷하다는 뉘앙스’를 비칩니다. 정말 보고 왔을 수도 있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먼저 보고 온 제품의 가격을 노출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전 가게의 물건 가격을 노출하게 되면 판매원이 가격을 그것보다만 싸게 잡으면 되기 때문입니다. 가격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서는 위의 1단계에서 알아본 (구입하려는 제품의)가격정보를 먼저 획득하고, 이전 가게의 물건가를 그보다 낮게 불러야 합니다.
예를 들어, 판매원이 구입하려는 제품의 가격을 12만 원에 제시하면, 이전 가게의 물건 가는 7만 원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때 내 지갑에는 7만 원 정도만 있어야 합니다.
- [3 단계 : 협공] 무조건 반대하는 동료와 함께 가라 : 구매의 마지막 단계에서 결국 판매원은 물건가를 8만 원 때까지 깎습니다. 이때 친구는 착장한 나의 모습을 보고 ‘아까 물건이 더 낫다.’을 시전 합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흠집을 잡습니다. 사실 착장한 나의 얼굴이 문제인데 말이죠. 아무튼 여기까지 오면, 긴 사투를 한 판매원도 지칩니다.
- [4 단계 : 깃발 꽂기] 넉살 좋게 마무리하라 : 지친 판매원에게 들고 온 현금을 마지막으로 보여주며 ‘이것 밖에 없는데 좀 맞춰주시면 안 되냐.’를 시전 합니다. 그런데 요새는 계좌이체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어서 이 방법이 막힐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드라이클리닝 값은 빼주시면 안 되냐.’를 시전해 봅니다. 결국 5천 원을 더 깎아 최종 구매 가격은 6만 5천 원이 됩니다. 거의 50%를 깎았습니다.
버스 타고 '광장시장' 정류장 내리기 or '을지로 4가 역 4번 출구'로 나와서 청계천 건너기.
버스를 타시면 횡단보도로 건너셔야 하고, 을지로 4가 역으로 지하철 타고 오시면 청계천을 건너야 합니다. 가끔 청계천에서 기간제 행사 같은 것을 하니 알아보고 같이 구경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어쨌든 서 2문에 도착하시어 조금만 시장 쪽으로 들어가시면, 위에 북 1문 코스에서 보신 빨간 간판을 보시게 됩니다. 그 이후는 같습니다.
광장시장에 가서 부침개와 육회를 먹어보려고 검색해보신 분들이라면 다 아는 '순희네 빈대떡'과 '육회자매집', '형제육회'라는 이름. 빈대떡과 육회가 먹고 싶었던 저는 '순희네 빈대떡'을 향해보았습니다. 먼저 빈대떡으로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것이 오장육부에 예의바른 순서일 것 같아 북 2문쪽으로 향해봅니다.
수입구제시장에 들어왔던 입구를 그대로 나와 지도상 보이는 만남의 광장까지 가서 우회전하면 되겠습니다. 도착한 빈대떡집 근처에는 이미 기름 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그리고 순희네 빈대떡집의 대기손님은 이미 차고 넘쳐 들어가는 것에만 1시간이 걸릴 예정이라는 비보를 듣습니다.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바로 옆집인 '박가네'로 향해봅니다. 지역상권의 균형 잡힌 발전을 위해 망설이지 않습니다.
그렇게 2층으로 들어와 앉아 메뉴판을 보니, 기가 막힌 조합이 있습니다. 바로 모듬전과 떡볶이였죠. 둘 중 하나만 먹으면 참 아쉬운 메뉴가 서로 협력하니 아름다운 조합을 이룹니다. 2차에 가서 육회를 먹을까 했지만, 그 아름다움에 매료당해 육회까지 곁들여 보렵니다. 그렇게 함께함의 아름다움을 제고하며 메뉴판에 신명 나게 체크를 해봅니다.
주문한 지 얼마 안돼 모듬전이 당도합니다. 고추전, 육전, 꼬치전, 동태전, 완자, 부추전, 소시지전, 감자전 등이 골고루 뽐을 내며 다가옵니다. 그 기름 빛에 눈이 아려 비비적대는 순간 재빠른 파트너의 젓가락은 이미 한 점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때 당도한 떡볶이는 중재자의 역할을 하듯 여유로운 식사를 권고합니다.
그렇게 매콤한 떡볶이와 떡볶이 국물에 한 번, 양파장에 한 번 찍어먹어 기름지고 얼얼해진 입속을 달래러 아삭한 배 위에 깔린 육회가 영롱한 써니사이드와 함께 등장합니다. 이 무슨 주제의 상차림인가 생각할 찰나 음속으로 비워지는 접시들은 '설명이 필요 없는 식사' 였음을 뒷사람으로 하여금 짐작하게 만듭니다.
이렇게 아끼고 아낀 돈으로 맛있는 식사까지 마칩니다. 배를 부르게 채우고 나온 광장시장의 골목은 참 아름답습니다.
저녁 무렵, 우리가 오늘 걸어온 길이 얼마나 지속가능했는지 돌아봅니다. 의류산업의 최신 트렌드는 Fast-Fashion이었습니다. 다품종 소량생산의 SPA브랜드가 성행하는 가운데 저렴해진 가격, 간소화된 공정, 소비자들의 수요와 소비의 증가, 빠르게 변하는 유행이 의복 생산과 원료가 되는 각종 섬유 생산량을 증가시켜왔죠.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Polyester(폴리에스터)의 경우 면섬유(Cotton)나, 모섬유(Wool) 같은 천연소재가 아닌 합성소재입니다. 합성섬유의 경우 원재료가 원유(Crude Oil)이고 만드는 과정에서도 에너지와 물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를 방출합니다.
그렇다고 천연섬유가 좋은 것만도 아닙니다. 면섬유를 만들기 위해 키우는 목화의 경우 많은 양의 물과 비료, 토지, 농약이 필요합니다. 경제학자들은 세계의 10%에 달하는 농약과, 25% 살충제가 면섬유를 만드는데 쓰이고 있다고 합니다. 이어서 면섬유 재배업 같은 산업계에서 농약으로 인한 질병 발병률 3위인 산업이기도 합니다. 면섬유 업계에서는 생분해성이 있기 때문에 폐기 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후가공 과정이나 염색 과정에서 쓰이는 화학물질들이 토양과 지층수를 오염 시기키도 하지요.
이렇듯이 섬유제품의 경우 생애주기에서 많은 환경적 악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적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우리는 '심사숙고하여 구매'한 옷을 최대한 오래 입고, 광장시장과 같은 구제시장이나, 나누고 바꿔 쓰는 스웩 넘치는 문화를 통해 재이용, 재활용하는 것을 즐기고 자랑스럽게 여길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런데 광장시장에서 순환경제를 실현하여 얻은 친환경적인 효과만큼,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도 했는데요. 대중교통이 아닌 자차를 이용하고, 탄소발자국이 높은 육회를 시~원하게 한 그릇 비운 것이 그렇지요. 다음 글에서는 육식이나 자차를 이용하는 경우 생기는 환경적 영향들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지요~!
Copyright © project setUlove. All rights reserved
1. Challenges for the textile and clothing industry, Malgorzata Koswewska(2018), AUTEX Resarch Journal, Vol. 18, No 4.
2. On the failing fashion system and alternative solutions, Teunissen J (2017)
3. Mckinsey Center for Business and Environment, The circular economy : Moving from theory to practive, 2016.
4. World Economic Forum : Geneva, Switzerland, Towards the circular economy : Accelerating the scale-up across global supply chains, 2014.
기타 자료는 본분에 기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