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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cleesia Jul 22. 2020

정보를 편식하는 시대

키오스크, 추천 알고리즘, 경보 문자가 보여준 정보격차의 현주소

COVID-19 대처한 디지털기술의 양면성


정보의 격차.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COVID-19을 겪으면서 들으셨을 수도 있겠군요. 


 이번 COVID-19을 견뎌내면서 IT는 중요한 역할을 했어요. 그러나 공적 마스크를 공급한다는 소식을 듣긴 했지만, 세부 정보가 전해지는 채널이 모바일 앱으로 치중되어 이를 보기 어려웠던 노인층과 다문화가정 / 시력을 잃어 재난경보 문자를 보지 못하거나 실시간 방송을 청취하지 못하는 청각 장애인들의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IT 시대의 정보격차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갖게 해주었어요.

 정보격차라는 용어는 <뉴욕타임스>의 기자였던 개리 앤드루 풀이 ‘정보를 가진 사람과 가지지 못한 사람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면서 확산되기 시작했어요. COVID-19는 이 차이가 불편함, 불이익의 문제를 넘어 생존의 문제가 되었음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죠. 위에서 이야기한 비극의 주인공이 되었던 소위 ‘정보 취약계층’이 생기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누구나 스마트폰을 쓰는 시대의 정보 격차


차일더스(Childers and Post, 1975)는 정보 취약계층(정보 빈곤층)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어요.

1. 독해력, 시력, 청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과 같이 정보의 처리 수준이 전형적으로 낮다.
2. “정보 고립지역(Information ghetto)”이라고 할 수 있는 폐쇄된 정보 환경에서 살며, 종종 자신의 하부 문화에 갇혀 지낸다.
3. 일종의 “경향 혹은 성향(predisposition)”이라고 부를 수 있는 태도와 사고방식에 의해, 해당 정보가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정보격차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면서 주로 다루어져 왔던 문제는 1, 2번의 두 가지 항목이에요. 교육 수준의 차이, 소득 수준의 차이 등을 야기하는 정보 접근성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다방면에서 노력을 해온 것이죠.

 우리나라의 경우, 2009년 개정된 『국가정보화 기본법 제3조 9항』에 정보격차를 “사회적, 경제적, 지역적 또는 신체적 여건으로 인하여 정보통신서비스에 접근하거나 정보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에 차이가 생기는 것”이라 정의했죠. 이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 저소득층, 농어민, 장애인, 고령층, 북한이탈주민, 결혼이민자의 정보통신망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과 정보 이용을 보장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어요.

법에서까지 명시한 정보격차 해소의 의지는 빛을 발했을까요?

꾸준히 성장하는 ‘종합 수준’

일반국민 대비 정보취약계층의 정보화 수준을 분석한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2018)’의 결과를 살펴보면 정부차원의 노력이 꾸준히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특히 PC, 모바일 스마트기기 ‘접근 수준’은 91.7%로 일반국민과 격차(8.3% p)가 비교적 작게 나타나고 있죠.

 그러나 디지털기기의 이용 여부를 측정하는 ‘역량 수준’과 이용의 질적, 양적 정도를 측정하는 ‘활용 수준’의 경우 수치가 증가하고는 있지만, 일반국민과의 격차(각각 39.8% p, 31.2% p)는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나요. 다시 말하면, 접근성의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되었지만, 이용과 활용의 측면에서 여전히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죠.


 최근 미국의 연구에 따르면, 저소득층 10대의 평균 디지털 미디어 사용 시간은 8시간 이상으로, 고소득층의 10대의 평균인 5시간 42분 보다 하루 평균 2시간 반을 더 쓰고 있다고 해요. 이들의 미디어 사용이 오락성에 초점이 맞춰진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학업부진, 소통능력 악화 등으로 이어져 사회경제적 격차를 더욱 벌리는 결과를 야기한다는 결론도 있었죠.


 위 이야기들은 우리가 믿어오던 전통적 정보격차론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요. 접근성의 문제에만 집중해온 우리의 해결책이 ‘올바른 활용’에 대한 고민을 담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또 우리는 ‘역량’의 차원에서도 고민이 필요해요. 하나의 예를 들어볼까요? 요즘 카페나 식당에서 키오스크를 보신 적이 있으시죠. 키오스크는 매장의 업무효율을 높이고, ‘무인•자동화’라는 특징으로 손님들이 편하게 주문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있어요. 최근 COVID-19가 심화되면서 비대면(언택트) 시스템의 필요성이 증대되자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어요.

 그런데, 시력을 잃은 분들이나 손을 사용하기 어려운 분들, 또 터치스크린으로만 구성된 기기가 익숙하지 않은 고령의 노인 분들은 키오스크를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키오스크 같이 새로운 유형의 정보기술과 디지털 환경이 ‘일상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변화의 과정에서 소외되거나 배제되는 사람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에요.

키오스크 : 키-오-슼

The Click–War, 콘텐츠 VS 콘텐츠


 최근 연구들은 새로운 차원의 정보격차에 주목하고 있어요. 차일더스가 설명했던, 세 번째 특징과 맞닿아 있는 것이죠.

 한 인터뷰(경향신문, 2020)에서 김봉섭 한국정보화진흥원 연구위원은 정보격차에 대해 “이제는 (정보격차를) 정보를 원하는 사람과 원하지 않는 사람의 문제로 봐야 한다” 고 말했어요. 이 말이 쉽게 공감이 되시나요?

 정보를 찾지 못해 고생했던 예전과 달리 정보가 너무 많아 머리가 아플 지경인 지금의 세상에서, 우리는 어떤 정보를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기도 전에 ‘다운로드’ 폴더를 채워가고 있어요. 이 모습이 마치 편하고 빠른 인스턴트식품에 중독되는 현대인의 식성과 닮아 ‘정보 편식’이라는 용어가 유행하기도 했죠. 


 나의 행동 정보를 바탕으로 좋아할 만한 것만 보여주는 추천 알고리즘 시스템은 이러한 정보 편식을 심화시키는 요인이에요. 추천 콘텐츠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엔 내가 어떤 정보를 찾으려 했는지 조차 잊어버리게 되곤 하죠.

대충 ‘정보 편식’을 표현한 그림 by ecleesia (feat. 동do천)


 편식이 우리의 몸을 상하게 하듯, 정보 편식도 우리의 정보 건강을 해쳐가고 있어요. 구미에 맞는 내용의 정보만 찾다 보면, 그 정보에만 근거해 의견을 형성하거나 심지어는 의견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 놓이게 돼요. 다시 말해 정보의 편식이 의견의 편향성 혹은, 사고의 부재를 발생시키는 거죠.


 한 기사(시사저널, 2019)에서 지자체의 유튜브 채널에 대해 시사한 바가 있어요. 이 기사에 따르면 지역뉴스나 정책정보를 다루는 지자체의 유튜브 채널은 190개라고 해요. 그런데 구독자가 10명도 안 되는 채널이 81개(전체의 43%)나 된다는 것을 지적했어요. 동두천시의 경우 월평균 113개의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지만, 구독자 수는 400명이 안 되는 상황이었어요.


1년간 100여 명 정도의 구독자가 늘었다!! 좋은 콘텐츠 많던데… 고생하셨어요.


 언론매체 이용자 수가 크게 줄고 글보다 영상을 훨씬 편하게 느끼는 밀레니얼 세대가 사회로 진출하는 이 시점에서 정부나 공공기관에서도 다양한 콘텐츠와 플랫폼을 활용하는 노력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오락성 콘텐츠 혹은 협소한 범위의 실생활을 다루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유명 유튜버들과의 ‘클릭 전쟁’에서 이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죠.


 이처럼 사이버 공간에서 다양한 정보를 접하며 세계관을 넓혀갈 수 있는 기회는 오락성 콘텐츠를 대표로 하는 경쟁력 높은 선택지에 걸려 차단당하고 있어요. 파리저(Pariser)라는 학자는 이런 현상을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라고 불렀어요.



맛남의 광장 - 정보 편 - 


 새롭게 정의되는 정보의 격차. 사용자의 역량과 활용 수준의 차이, 그리고 편향성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떠한 것들이 필요할까요? 사실 역량을 강화하고 활용 수준을 높이기 위한 교육, 자료는 방대한 것 같아요. 그러나 그러한 교육과 자료를 보지 않으려 한다면 소용이 없겠죠.


 정보의 편식, 즉 편향성의 문제는 그러한 측면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할 수 있어요. 위와 같은 정보 교육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다른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일, 더 나은 방향을 위해 토론하는 일, 세계관을 넓히는 일에도 편향성은 방해 요소예요. 


 최근 백종원 선생님이 출연하는 '맛남의 광장'이라는 프로그램. 본 적은 없어도 들어본 적은 있쥬? 이 프로그램은 지역 특산물의 소비촉진을 위해,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신메뉴를 개발해 휴게소, 공항, 철도역, 여객터미널 등등 유동인구가 많은 만남의 장소에서 판매하는 과정을 담아내는 프로그램"이에요. 


 편향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접하는 사용자들이 '즐겨보지 않는' 정보를 '즐겨볼 수 있도록' 만들어 줘야 해요. '일상의 소재'들을 '친숙한 표현'과 '재미있는 콘텐츠'에 담고 '편리하게 볼 수 있도록' 해야 하죠. 특히 전통 미디어에 지루함을 느끼는 밀레니얼들에게는 이러한 대체 미디어에 대한 수요가 높아요. 


 최근 정보 미디어 세상에는 '맛남의 광장'과 같은 좋은 서비스가 계속 등장하고 있어요. 제일 핫한 형태는 단연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이죠. 보통의 미디어들도 모두 시도하고 있지만, 지금 소개해드리는 '뉴 미디어'들은 '즐겨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에 더욱 전문성이 있다는 것에 차이가 있죠. 


 이 뉴스레터들을 소개하면서 글을 마무리 지을까 해요. 평소 궁금은 했던 정보들, 즐겁게 접해보면서 관심 갖기를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더 나은 세상, 함께하는 변화는 우리의 작은 관심으로부터 시작되니까요!


1. 뉴닉 : https://newneek.co/

밀레니얼을 주요 대상으로 시사 정보를 잘 정리해서 뉴스레터로 보내줘요. 원래 월, 수, 금 세 번만 보내줬었는데, 이제 주중 내내 시사 정보를 보내줘요. 고슴이 화이팅.


2. 어피 티 https://uppity.co.kr/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사회초년생들이 꼭 알아야 할 금융정보를 뉴스레터로 보내줘요. 어피티 화이팅.


3. 오렌지 레터 https://slowalk.co.kr/orangeletter/

매주 월요일에 소셜 섹터 이슈를 뉴스레터로 보내주고 있어요. 오렌지레터 화이팅. 


4. 헤이조이스 https://heyjoyce.com/

한 달에 두 번, 여자들을 위한 커리어 이슈를 뉴스레터로 보내주고 있어요. 헤이조이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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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1. 윤정옥, 곽동철, & 심경. (2012, 11월). 정보취약계층의 정의와 속성에 관한 고찰. 한국문헌정보지.
http://www.dbpia.co.kr.openlink.inha.ac.kr:8080/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02049808


2. 장덕현. (2012, 9월). 정보취약계층을 위한 공공도서관 서비스 강화 방안 연구 :부산지역 공공도서관을 중심으로. 한국비블리아학회지.
http://www.dbpia.co.kr.openlink.inha.ac.kr:8080/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01970014


3. 정재기. (2010). 정보속으로: 특집 ; 정보격차와 불평등: 문화자본, 사회자본, 네트워크화된 개인주의. 지역정보화, 65, 4–7.


4. 정혁. (2014). 14-11: Ict와 불평등. KISDI  Primium Report, 2014(11), 1–31.


5. Ahn, I.-J., Noh, Y., & Chang, R. (2018). 정보불평등 대상별 도서관서비스 정책과 서비스 현황 진단. 한국비블리아학회지:한국비블리아, 29(3), 271–295.
https://doi.org/10.14699/KBIBLIA.2018.29.3.271


6. Basyal, D. K., & Seo, J.-W. (2018, 9월). Citizens’ Perception on Government’s Use of Social Media as Transparency, Accountability, and Improved Performance Tool :Evidence from Nepal. 한국지역정보화학회지.
http://www.dbpia.co.kr.openlink.inha.ac.kr:8080/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07538269


참고 기사


7. 경향신문(2017), 추천의 시대, ‘정보 편식’에 갇히다. (2017/05/08)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705082157005


8. 경향신문(2020), “정보격차, 불편함이 문제 아닌 불이익의 문제”(2020/03/22)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2003220919001


9. 부대신문(2018), 정보 편식의 위험성. (2018/10/13)
http://weekly.pusan.ac.kr/news/articleView.html?idxno=7748


10. 시사저널(2019), 영상은 3000개인데 구독은 400명?…’유튜브 덫’ 갇힌 지자체들. (2019/12/20)
https://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194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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