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그럴 수 있나 싶지만
그즈음 나는 혼자 마음 정리가 끝난 상태였다.
수년간 아무리 부탁하고 사정하고 화도 내고 설득해 봐도
그는 변하지 않았으니.
변하기는커녕 점점 더 완고해지기만 했다.
아, 이 사람과는 더 이상은 함께 갈 수 없구나.
이제 인연의 끈이 다했구나.
이혼하자고 할 용기까지는 없으니
그냥 이제 뭘 더 기대하지도 말고 요구하지도 말고
나는 내 삶 알아서 살아야겠다, 라고.
생각해 보면 집만 공유할 뿐 사실상 별거 상태와도 같았다.
정신적이나 감정적인 교류는 하나도 없는,
관계 유지를 위해 취미 생활이나 같이 하는 사이.
남편 입장에서는 어땠는지 모르겠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건 꿈에도 몰랐을 것이고
나의 냉담한 태도에 서운함만 쌓여가지 않았을까.
나는 마음의 방문을 조용히 닫았다.
열어주길 바라면서.
그러나 먼저 열릴 리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나 : 오빠는 늘 바빠.. 나를 돌아보지 않아..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아.. 이해해주지 않아..
남편 : 나는 내 capa에서 최대한 하자는 대로 맞춰주는데 다은이는 뭐가 맨날 불만이지?
한마디로 우리 부부는
‘소통’이 안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