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보트를 타고 그 안에서 각자의 역할을 균형 있게 해내며
하나의 방향으로 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우리는 침몰하고 있었다.
주말마다 팔도를 누비고, 계절마다 세계를 다니며
우리 사이의 균열을 애써 외면했다.
이걸로 풀칠이 될 거라는 착각.
아니 안 될 거라는 걸 알면서도 다른 방법은 몰랐다.
그런 모습을 보며 주변에서 남편과 너무 행복하게 잘 산다고, 좋겠다고 할 때마다
내 마음은 곤두박질쳤다.
나의 공허함은 배부른 투정일까,
아무 문제없는데 나는 어쩜 이렇게 외로워서 견딜 수 없는 걸까.
남편은 늘 바빴다.
결혼 직후부터 만 6년이 지나도록 쉬지 않고 바빴다.
회사 출근하고 나면 연락도 거의 되지 않았고
퇴근 시간은 평균 밤 9~10시.
회사 동료들과 간단히 저녁 식사를 하는 것도 그는 회식이라고 하며
새벽에 술에 취해 들어오곤 했다.
저녁을 같이 먹지 않게 된 지는 수년.
내가 같이 식탁에 앉아있어도 남편은 유튜브를 보며 밥을 먹고
식사를 마치고 나면 TV만 봤다.
제발 밥 먹는 30분 사이 만이라도 핸드폰 보지 말고 나랑 이야기하자고 해도
그는 단 한 번도 그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제발 TV 좀 끄고 내 얼굴 보면서 이야기하자고 해도
그 순간조차 그의 시선은 TV를 향해 있었다.
오늘 뭐 먹었어, 무슨 일 있었어 묻는 나의 말에도
그냥 똑같았지, 하고 마는 남편에 나도 점점 질문을 줄이게 되었다.
남편은 내가 오늘 뭘 먹었는지, 누구와 뭘 했는지
단 한 번도 묻지 않았다.
하루종일 메시지 한번 없던 날에도.
그런 날이 이틀이 되어도, 일주일이 되어도.
나는 남편의 뒷모습에 나의 일상을 독백했다.
그냥 라디오 틀어놨다고 생각해. 대답 안 해도 돼.
남편은 TV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혼자 시간을 보냈다.
밤마다 혼자 운동하러 나갔고, 새로운 취미를 만들었다.
저녁에 손 붙잡고 동네 한 바퀴 산책하는 부부들을 보면
부러워서 왈칵 눈물이 났다.
어쩌다 남편이 일찍 들어온 날 겨우 끌고 나가면
그나마도 피곤하다고 5분도 안 되어 집에 들어가자고 했다.
혼자 산책하다가 발견한 예쁜 산책길에 주말에 함께 가봐도
그는 오직 졸린 눈으로 집에 가고 싶어 했다.
이럴 거면 왜 결혼했지?
떨어져 있고 싶지 않아서 결혼한 우리인데.
결혼하고 5년을 통과하는 어느 날 남편의 지인이 나에게 물었다.
“다은 씨, 성주가 결혼하고 지금까지 6년 동안 계속 이렇게 바쁜데, 괜찮아요?”
아.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나 안 괜찮아도 되는 거 맞구나.
이거 이상한 생활 맞구나.
외롭고 공허한 내 마음
당연한 거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