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본 TV 드라마 속의 이야기이다.
단칸방 집에 부부와 초등학교 입학 전의 아이가 살고 있었다. 그 드라마의 배경은 1980년 대 초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가족은 비록 넉넉하지 못한 형편이었으나 행상을 하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다. 한 겨울에도 방에 붙어있는 작은 부엌에서 곤로(석유 심지에 불을 붙여서 음식을 만드는 기구)에 밥을 안치고 국을 끓여 식사 준비를 했다. 외부와 연결된 부엌이라 한겨울에는 냉기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공간이었고, 곤로에서 나오는 열기에 손을 녹여가며 아내는 식사 준비를 했다. 그런 아내를 보고 있던 남편은 어느 날 큰 마음을 먹고 쌈짓돈을 털어 아내를 위해 전기밥솥을 사들고 집에 들어왔다. 아내는 뭘 이런 것을 사 가지고 왔느냐며, 마음에 없는 불평을 털어놓았지만 이내 전기밥솥을 이리저리 만져보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남편이 그런 아내를 보면서 이야기했다.
"그렇게 좋아?"
"좋지... 그럼.. 고마워요 여보...."
"이렇게 좋아하는 걸 진작에 사줄걸 그랬네... 하하"
남편은 천진난만하게 좋아하며 웃고 있는 아내를 보면서 이야기했다.
"집주인 집에는 없는 것이 없던데... 아마도 이런 전기밥솥을 하나 사도 별로 행복하지 않을 거야... 그런 사람들은 무근 재미로 사는지 몰라... 우리는 전기밥솥 하나로 이렇게 행복한데..."
아내는 웃으며 남편에게 이야기했다.
"여보... 고맙고 감사해요... 그리고 오늘 정말 행복해요..."
단칸방의 세 식구는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주말 드라마의 흘러가는 작은 에피소드였지만 당시 갓 대학에 입학한 필자에게는 아직도 잊히지 않는 여운으로 남아있다. 행복의 조건은 무엇일까? 석유왕이자 역사상 미국에서 가장 큰 부자 엮던 록펠러에게 얼마나 돈을 더 벌어야 만족하겠느냐고 물었디고 한다. 록펠러는 "지금 보다 조금 더..."라고 대답햤다고 한다. "조금 더..."는 행복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행복의 조건은 지금의 상태에 감사함이다. 드라마 속의 아내가 전기밥솥으로 인해 행복했을까? 필자는 자신을 위해 밥솥을 사들고 들어온 남편에 대한 감사로 인해 행복해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하나 행복의 조건은 물질의 많고 적음이 행복의 조건이 아니라 거기 애 담긴 스토리가 행복을 만든다. 그 부부의 전기밥솥에는 그들만의 스토리가 있고 그 스토리가 그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준 것이다. 모든 것이 풍요한 시대 속에 이미 적응된 우리는 물질 그 자체를 통해 향복을 추구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는 늘 "조금 더.."라는 유혹에 얽혀있기 때문이다. 행복의 조건은 감사하는 마음과 무엇이든 거기에 담긴 아름다운 스토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