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직원. 나는 이곳에서 성장하고 존중받는가?

조건 05. 수평적 소통과 솔직한 피드

by 김태완

조건 05. 수평적 소통과 솔직한 피드백

"직급과 관계없이 의견을 교류하고 상호 성장을 돕는 소통"


현대 기업 환경에서 정보의 흐름은 곧 의사결정의 속도와 직결된다. '수평적 소통과 솔직한 피드백'은 단순히 반말을 쓰거나 호칭을 생략하는 외형적인 겉모습을 넘어, 직급과 관계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교류하고 서로의 성장을 돕는 실질적인 소통 문화를 의미한다. 많은 기업이 수평적 소통을 표방하지만, 회의실 안에서 상급자가 말을 끝내기 전까지 아무도 의견을 꺼내지 못하는 조직은 여전히 흔하다. 형식이 아닌 실질로서의 수평적 소통은, 제도와 문화와 리더의 의지가 함께 갖춰질 때 비로소 가능하다.


1. 급진적 솔직함(Radical Candor)과 성과 관리

킴 스콧(Kim Scott)은 저서 『실리콘밸리의 팀장들』에서 '급진적 솔직함(Radical Candor)'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이는 상대방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을 바탕으로 하되, 직접적으로 대립하며 피드백을 주는 것을 말한다. 직접적인 대립이란 "동료의 성장을 위해 불편한 진실을 기꺼이 말해주는 정직함"을 의미한다. (Kim Scott: Radical Candor: Be a Kick-Ass Boss Without Losing Your Humanity)

킴 스콧은 피드백의 실패 유형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한다. 상대방의 감정을 배려한다는 명목으로 문제를 지적하지 않는 '불쾌한 공감(Ruinous Empathy)', 개인적 관심 없이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불쾌한 공격성(Obnoxious Aggression)',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조작적 불성실(Manipulative Insincerity)'이 그것이다. 진정한 수평적 소통은 이 세 가지 함정을 피해, 상대를 아끼기 때문에 솔직하게 말하는 문화 위에서 가능하다.

수평적인 소통 문화는 바로 이러한 솔직한 충돌이 권장될 때 비로소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진다. 수평적 소통이 정착된 조직에서는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동료로서 서로의 부족한 점을 지적하고 개선 방향을 논의한다. 이러한 솔직한 피드백은 모호한 칭찬보다 구성원의 전문성을 높이는 데 훨씬 효과적이다.


2. 정보의 비대칭 해소와 투명성

수평적 소통의 토대는 정보의 투명성이다. 리더가 정보를 독점하지 않고 구성원과 투명하게 공유할 때, 직원은 자신이 조직의 중요한 일원임을 실감하며 주도적으로 업무에 몰입하게 된다. 이는 앞서 언급된 '심리적 안전감'과 결합하여, 실수를 숨기지 않고 공개적으로 논의함으로써 조직 전체가 함께 학습하는 문화를 형성한다.

정보의 비대칭은 단순히 소통 부재의 문제가 아니다. 리더만이 전략적 맥락을 알고 있는 조직에서 구성원은 '지시를 받아 실행하는 사람'에 머물 수밖에 없다. 반면, 조직의 목표와 방향, 현재의 과제를 구성원 모두가 공유할 때 각자는 자신의 업무가 전체 그림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해하고, 더 능동적인 판단과 제안이 가능해진다. 수평적 소통은 결국 '정보를 나누는 용기'에서 시작된다.


3. 상호 성장을 돕는 피드백 시스템

좋은 기업은 피드백을 연례행사처럼 치르는 인사고과가 아니라, 일상의 대화로 내재화한다. 상향식 피드백이 활성화되어 리더 또한 자신의 언행일치와 리더십에 대해 구성원으로부터 정직한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상호 피드백은 직급에 따른 권위주의를 배격하고, 오직 '일의 본질'과 '해결 방안'에 집중하는 젊고 역동적인 기업 문화를 만든다. (Douglas Stone & Sheila Heen: Thanks for the Feedback)

효과적인 피드백 시스템은 '주는 사람'만큼 '받는 사람'의 역량도 중요하다. 스톤과 힌은 피드백을 잘 받는 것이 피드백을 잘 주는 것만큼 조직 학습에 핵심적임을 강조한다. 피드백을 개인에 대한 평가로 받아들이지 않고, 업무 개선을 위한 정보로 수용하는 태도가 갖춰질 때 조직의 피드백 문화는 비로소 선순환 구조를 갖추게 된다. 이를 위해 기업은 피드백 역량을 교육하고, 피드백이 오가는 구체적인 구조와 채널을 제도화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사례

픽사(Pixar)의 '브레인트러스트(Braintrust)'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는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브레인트러스트'라는 독특한 피드백 회의를 운영하고 있다. 감독과 베테랑 제작자들이 모여 제작 중인 작품에 대해 가차 없는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중요한 점은 피드백을 주는 사람이 권위를 내세우지 않으며, 최종 결정권은 여전히 감독에게 있다는 것이다. 솔직한 비평이 사람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작품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받아들여질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Ed Catmull: Creativity, Inc)

브레인트러스트의 핵심은 '권한 없는 의무'에 있다. 회의 참석자들은 의견을 줄 수 있지만 강요할 수는 없다. 이 구조는 피드백을 받는 감독이 방어적이 되지 않고 비평을 열린 마음으로 수용할 수 있게 만든다. 픽사는 이를 통해 수십 년간 흥행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는 작품들을 꾸준히 배출해 왔다. 솔직한 소통이 창의성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극대화한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이다.


KMI한국의학연구소의 직원주도 회의 문화와 타운홀 미팅

국내 건강검진 전문기관인 KMI한국의학연구소는 이사장이 주관하는 사업 영역별 회의에 해당 팀원들이 모두 참여하여 의견을 개진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회의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전 직원이 참여하는 정기적인 소통 채널을 통해 경영진이 직접 질문에 답하며 정보의 격차를 줄이고 있다. 수평적 소통이 단순히 분위기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와 리더의 의지가 결합되어야 하는 영역임을 시사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최고 의사결정자인 이사장이 직접 회의에 참여하여 현장의 의견을 청취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는 수평적 소통이 중간 관리자 수준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최상위 리더십부터 실천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리더가 '듣는 사람'이 될 때 구성원은 비로소 '말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제언

수평적 소통을 위해 단순히 회의 시간을 늘리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솔직함에 대한 보상'이다. 리더와 다른 의견을 냈을 때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을 때만 소통은 활발해진다. 또한, 피드백은 구체적이고 행동 중심적이어야 한다. 막연한 비판이 아닌, 동료의 성장을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 담긴 피드백이 오갈 때 회사는 비로소 '사람이 머물고 싶은 공간'이 될 수 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첫걸음은 리더의 '경청 습관'이다. 말하는 양보다 듣는 양이 많은 리더가 있는 조직에서 구성원의 목소리는 자연스럽게 커진다. 회의에서 리더가 먼저 결론을 제시하는 대신, 구성원의 의견을 먼저 묻고 마지막에 입장을 정리하는 작은 습관 하나가 조직 전체의 소통 문화를 바꾸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수평적 소통은 구호가 아니라, 매일의 대화 방식 속에서 만들어진다.

그림1.png

NEXT 조건 06. 다양성과 포용성(DE&I)

이전 07화1장. 직원. 나는 이곳에서 성장하고 존중받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