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구직자. 내 인생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

조건 16.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

by 김태완

CultureMonkey

조건 16.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

"단순 이익을 넘어 사회에 긍정적 영향력과 가치를 추구한다는 자부심"


솔직히 말하자. 구직자가 회사를 선택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연봉이다. 그다음이 복지, 성장 가능성, 기업 안정성이다. 사회적 가치는 그 이후의 고려 사항인 경우가 많다. 특히 사회 초년생이거나 생활 안정이 급선무인 구직자에게 "이 회사가 세상에 어떤 기여를 하는가"는 입사 결정의 첫 번째 기준이 되기 어렵다. 이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해야 할 지점이 있다. 특히 우수한 구직자들의 경우 연봉과 복지 수준이 비슷한 선택지들이 좁혀졌을 때, 즉 최종 결정의 순간에 사회적 가치는 강력한 변별 요인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요즘 세대 구직자들은 연봉이 충족된 이후에 "그래서 이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자랑스러운가?"를 묻는다. 사회적 가치는 입사의 첫 번째 이유가 아닐 수 있지만, 머물고 싶은 이유이자 지인에게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 그리고 그 자부심이 장기적인 몰입과 헌신을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1. 사회적 가치는 '결정적 한 끗 차이'로 작동한다

현대 경영학의 석학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가 제시한 '공유가치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 이론에 따르면, 기업의 경쟁력과 사회 공동체의 건강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그 시장에서의 성과가 다시 사회를 개선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Michael Porter & Mark Kramer: "Creating Shared Value", Harvard Business Review, 2011)

구직자의 실제 의사결정 구조는 이렇다. 연봉·복지·안정성이라는 기본 조건이 충족된 이후, 비슷한 조건의 두 회사 중 하나를 골라야 할 때 사회적 가치가 최종 선택을 가른다. "A사는 연봉이 조금 더 높고, B사는 내가 하는 일이 사회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든다. 어디로 갈까?" 이 질문 앞에서 요즘 세대 구직자들은 생각보다 자주 B사를 선택한다. 더 중요한 것은, B사를 선택한 사람이 더 오래 머물고 더 깊이 몰입한다는 사실이다. 사회적 가치는 입사의 조건이라기보다, 입사 후 이직을 막는 가장 강력한 내적 동기이다.


2. 기본이 충족된 이후, 사람은 의미를 찾는다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Maslow)의 욕구 위계 이론은 이 현실을 명확하게 설명한다. 생리적 욕구와 안전 욕구가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자아실현의 욕구가 작동하지 않는다. 연봉과 고용 안정이 기본 욕구라면, 일의 의미와 사회적 기여는 그 위에 쌓이는 상위 욕구이다. 구직자가 사회적 가치를 연봉보다 먼저 고려하지 않는 것은 가치관이 낮아서가 아니라, 욕구의 순서가 그렇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Abraham Maslow: Motivation and Personality, 1954)

그러나 기본이 충족된 이후의 이야기는 달라진다. 프레드릭 랄루(Frederic Laloux)는 조직의 목적이 구성원 개개인의 삶의 의미와 연결될 때 통제 없이도 자발적 몰입이 일어난다고 강조한다. (Frederic Laloux: Reinventing Organizations, 2014) 입사 후 3개월, 6개월이 지나면서 구성원은 점차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를 묻기 시작한다. 이 질문에 답을 줄 수 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사이에서 인재의 이탈률은 극명하게 갈린다. 결국 사회적 가치는 인재를 '데려오는' 힘보다 '붙잡는' 힘으로 더 크게 작동한다.


3. '자랑스러운 직장'이 주는 무형의 보상

요즘 세대 구직자들에게 직장은 단순히 소득의 원천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공간이다. SNS에 "나 이 회사 다녀"라고 올릴 때 느끼는 감정, 부모님이나 친구에게 직장을 소개할 때 돋아나는 자부심, 명함을 건넬 때의 당당함이 이들에게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실질적인 보상이다. 연봉 명세서에는 찍히지 않지만, 이 자부심은 구성원의 일상적 만족도와 직결된다.

사회적 가치가 높은 기업은 바로 이 자부심을 제공한다. "우리 회사는 이런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있어", "우리가 만드는 제품이 이런 방식으로 사람들의 삶을 바꾸고 있어"라고 말할 수 있는 구성원은, 그렇지 못한 구성원보다 자신의 일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더 오랜 시간 헌신한다. 이것이 사회적 가치가 단순한 이미지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구성원의 몰입과 장기 재직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영의 문제인 이유이다.


사례


파타고니아(Patagonia): 가치관이 맞아야 지원하는 회사

파타고니아는 연봉으로 경쟁하지 않는다. 아웃도어 의류 기업으로서 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지원자가 끊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파타고니아가 제공하는 것이 연봉 이상의 무언가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의 터전인 지구를 살리기 위해 사업을 한다"는 미션 아래, 직원들은 환경 활동을 위한 유급 자원봉사 시간을 보장받고, 환경 시위로 체포될 경우 회사가 보석금을 대납하는 파격적인 지원을 받는다. 채용 과정에서도 이력서를 아래서부터 읽으며 지원자의 업무 경험보다 가치관과 야외 활동 이력을 먼저 확인한다. 스킬보다 공유된 가치를 먼저 보는 것이 파타고니아 채용의 핵심 원칙이다. (출처: CultureMonkey, "Patagonia Company Culture", 2025)

파타고니아 사례가 시사하는 핵심은 이것이다. 연봉이 결정적 요인이 되지 않는 구직자, 즉 가치관이 충분히 형성되고 기본적 생활 조건이 갖춰진 구직자들에게 파타고니아의 미션은 그 어떤 연봉 인상보다 강력한 유인이 된다. 파타고니아는 어떤 해에는 4% 미만의 이직률을 기록했으며, 이는 소매·소비재 업계 평균인 13%를 크게 밑도는 수치이다. 사회적 가치가 인재를 '데려오는' 힘보다 '붙잡는' 힘으로 강하게 작동한다는 것을 이 수치는 명확히 보여준다. (출처: Amazing Workplaces, "Culture at Patagonia", 2025 / Great Place To Work, 2021)


유니레버(Unilever): 기본을 갖추고 의미를 더한 기업

유니레버는 파타고니아와 달리 글로벌 대기업으로서 경쟁력 있는 연봉과 복지를 기본으로 제공한다. 그 위에 "지속 가능한 생활을 보편화(Making Sustainable Living Commonplace)"한다는 미션을 더했다. 구직자에게 "더 나은 사업, 더 나은 세상, 더 나은 나(A Better Business, A Better World, A Better You)"를 동시에 약속하는 고용 브랜드 전략은, 기본 조건이 충족된 이후 의미를 찾는 구직자들에게 강력하게 작동했다. 전 CEO 폴 폴먼의 '지속 가능한 생활' 미션은 유니레버를 목적 지향적 인재들의 자석으로 만들었으며, 기후·형평성·사회적 임팩트를 진지하게 다루는 기업에서 일하고 싶은 졸업생들을 끌어모았다. (출처: MokaHR, "Talent & Culture Strategy at Unilever", 2025)

유니레버의 사례는 사회적 가치가 연봉과 어떻게 결합되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유니레버는 52개국 이상에서 선호 고용주로 선정되었으며, 28개국에서 1위 고용주로 인정받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 성과는 연봉 경쟁력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기본 조건을 갖춘 위에 사회적 미션을 더했을 때 어떤 고용 브랜드가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2023년 직원 참여도 조사에서 87%의 직원이 유니레버에서 일하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응답했으며, 참여도 점수는 FMCG 업계 벤치마크를 크게 웃도는 84%를 기록했다. 연봉이 입사의 이유였다면, 자부심이 머무는 이유가 된 것이다. (출처: MokaHR, 2025 / LinkedIn Business, "Unilever Case Study", 2021)


제언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내세울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기본을 갖추는 것이다. 연봉과 복지가 시장 수준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우리는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이라는 메시지는 구직자에게 공허하게 들리거나, 심지어 낮은 처우를 정당화하려는 시도로 읽힐 수 있다. 사회적 가치는 기본 조건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 조건 위에 쌓이는 추가적 가치임을 명심해야 한다.

기본이 갖춰진 기업이라면 사회적 가치를 구성원의 일상 업무와 연결하는 작업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당신이 오늘 한 이 일이 어떤 사람의 삶을 어떻게 바꿨는가"를 구성원이 직접 느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연봉은 입사의 이유가 되지만, 의미는 머무는 이유가 된다. 그리고 오래 머문 인재가 쌓아가는 경험과 헌신이 결국 그 기업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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