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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빵 May 17. 2022

알고 있지만

분명 울지 않았는데 어떤 아침은 간 밤에  펑펑 운것같다

무지개다리도 싫고 하늘나라도 싫다. 단지 리오는 죽었다. 리오를 부르고 싶고 리오의 대답을 듣고 싶다. 할퀴어도 좋으니 리오랑 만나고 싶다. 빤히 쳐다보는 초록색 눈동자와 나의 품을 꽉 채우는 리오의 온기와 말랑하고 부드러운 살 속에 있는 뼈의 촉감과 축축한 코와 짜릿한 냄새를 묻히던 똥꼬도 너무 그립다.


슬퍼하는 일은 상당히 피로하지만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이다. 내가 슬퍼하자고 마음만 먹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모든 것을 놓고 나를 내던져 슬퍼할 수 있다. 그러나 조금 살아본 나는 피로하지 않은 일상을 선택한다. 그건 슬픔에 잠기지 않는 일이고 생각보다 어렵다. 조금이라도 슬퍼지려고 하면 누군가와 이야기를 많이 하고 달콤하거나 바삭한 것을 먹는다. 눈물이 나오려고 하면 눈을 몇 번 깜빡이면서 침을 한번 삼킨다. 묵직한 게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눈물 한 방울 삼킨 것 치고는 너무 큰 덩어리가 아닌가 싶다.


숨을 거둔 지 하루를 넘기지 않았는데 며칠이 지난 것처럼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난 듯 그립다. 어제일 같고, 며칠 전 일 같다가도 아득하게 먼일 같기도 해 날짜가 헷갈린다. 그냥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다.  


왜 이렇게 보고 싶지? 아직 며칠이 되지도 않았는데 너무 오랫동안 보지 못한 것처럼 사무치게 보고 싶다. 함께 지낸 시간에 비하면 리오가 세상에 없다는 걸 느끼는 시간은 너무 짧은데 시간을 쪼개고 쪼개 보고 싶은 마음을 견디는 것 같다. 몇 달은 지난 것처럼 오랜 시간 가슴속에 그리움을 품고 산 것처럼 너무 익숙한 무거움이 마음을 가득 채운다.  

맞다, 원래 그랬지. 그리움이 뭐 하루 이틀인가, 대수인가.

시간이 지날수록 덜 보고 싶어 지고 덜 그리워질 거란 걸 알고 있다. 영원한 이별은 살다 보면 저절로 받아들여진다는 걸 알고 있다. 볼 수 있는 것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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