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망고빵 Nov 13. 2022

진화하는 말썽꾸러기

to. 동동이 (2)

2022/11/07

안녕 동동아 

너의 생김새를 보면 나는 어느 누구도 떠오르지 않았는데 요즘은 네가 무척 네 엄마를 많이 닮은 것 같아. 며칠 전 너희 아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영상 속에 네가 너무 귀여워서 몇 번이고 봤어. 영상 속에서 너는 아빠 목에 올라타 조약돌만 한 주먹으로 머리털을 꼭 쥐고 엄청 신나게 어딘가로 가는 모습이었어. 그리고 너의 얼굴은 네 엄마랑 똑닮아보였어. 전에는 누구도 떠오르지 않아서 신기했는데 이번에는 아는 얼굴이 떠올라 굉장히 반가웠어. 그 영상이 재밌는 포인트는 귀여운 너의 모습뿐만이 아니야. 너희 아빠의 모습인데 어쩐지 시대를 알 수 없는 모습이야. 10년 전 영상이라도 믿을 것 같은 분위기야. 너무 예쁘고 소중한 모습이라서 금방 아마득 해질 것 만 같은 느낌 때문이었을까? 벌써 과거를 보는 느낌이었어. 만약 20년 뒤에 네가 그 영상을 본다면 새카맣고 덥수룩한 머리털의 젊은 시절 아빠 모습이 낯설겠지?   

(조금 미화했다. 너희 아빠는 청년예술가로서 차림새가 좀 남다르지, 확실한 건 미래적이진 않아.^^)


엄마들이란

talk : 이모들 언제 우리 또 만나요?

마침 네 엄마가 너를 내세워 언제 만나냐는 메시지를 보내왔어. 양육자들은 종종 자기 마음과 동일시하며 아이를 대변하는 척을 하지. 그러면 상대방은 흔쾌히 승낙하며 아이에게 말을 거는 상황극을 종종해. 나는 바로 그 주의 일요일에 가겠다고 약속을 잡았어.


talk : 동동이 엄청 진화했어 / 엄청 말썽꾸러기가 되었어/

이런 말도 했지, 엄마에겐 너의 성장이 진화라는 단어를 붙일 만큼 굉장한 일인가 봐. 엄마의 뱃속에서 아주 작은 점으로 겨우 곰젤리라고 봐줄 형태를 갖추던 태아가 엄마의 배를 두배로 부풀게 하더니 세상의 나와서 이름이 생기고 소리를 내고 움직이고 이제는 스스로 일어서겠다고 하니까 그럴 만도 하네. 그런데 돌도 안 된 아기가 '말 썽 꾸 러 기' 라니 너무 재밌지 않니? 그것도 진화라는 단어를 쓴 맥락과 비슷한 것 같아. 어쩐지 그 말엔  앞에는 '마침내' 또는 '드디어'가 숨어있는 느낌이었어. 서랍을 열고 상자에 담아놓은 것 들은 쏟아내는 그 말썽이 흐뭇하고 대견하면서 현실은 고단한 엄마의 자랑 같았어. 그런 자랑은 자주 들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아. 안타깝게도 너의 엄마는 그렇게 시시 때때 메시지를 보내고 수다를 많이 떠는 타입은 아니야. 그래도 만나면 다정하고 기분 좋은 사람이야.

매거진의 이전글 누구도 아닌 동동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