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심리학 서평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몇 가지 가치관은 잘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돈에 대한 생각이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부를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해 알기를 원하지만, 정작 부를 왜 추구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별로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리고 돈에 대한 각자의 가치관 기저에는 우리가 쌓기 위해 노력하는 지식이 아닌 감정이 깔려 있다. 부의 심리학이라는 낯선 제목의 이 책이 우리의 손을 이끄는 것은 어쩌면 위의 사실을 이미 조금은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부와 관련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나는 부를 왜 추구하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지나칠 수 없다. 저자는 부가 가져다주는 가장 큰 가치를 원하는 것을 원하는 시기에 할 수 있는 독립성을 획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맹목적으로 부를 향해 달려 나가는 듯 보이지만, 누구나 부를 통해 얻고 싶은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자신이 추구하는 부를 통해 얻고 싶은 가치를 아이러니하게도 부 없이도 누릴 수 있는 것이라면, 또는 부가 그 가치를 얻게 하는 통로가 아니라면, 그 사람은 애써 부를 추구할 필요가 없다. 예를 들면 평생 청빈하게 사는 것을 자신의 가치로 추구하는 성직자에게 주식 고급 정보를 전달한들 관심이 없을 것이다. 그가 가장 누리고 싶은 신과의 깊은 관계를 얻게 하는 가장 좋은 통로가 ‘부’가 아닌 '청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모두가 다 필요하고 원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내가 추구하고 있는 것이 부 없이도 일정 부분 누릴 수 있거나 애초에 부를 추구하는 것이 좋은 통로가 아니라면, 우리는 불필요한 욕구를 가질 필요가 없거나 욕구 수위를 낮출 수 있다.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만으로도 부를 추구하라는 주문이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오늘날로부터 우리를 자유롭게 만든다.
더 나아가 다른 사람도 똑같이 보이는 부의 추구 형태에서도 사실은 그 근원을 추적해 보면 각자 다른 구체적인 욕망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집단 간 이질성만큼이나 집단 내 개체 간의 이질성이 크다는 것은 사실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의사결정에 한 사람이 가진 서사를 포함해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개인의 특수한 요인들이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결국 의사결정을 내린 사람도 그 자신과 그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에 대한 완벽한 인식도 불가하고, 당연히 다른 사람의 욕망을 알고 이해한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모든 사람은 다 다르다는 것뿐만 아니라 어떻게 다른지 우리는 다 알 수 없다는 것까지는 아는 것까지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 기대(expectation)의 상당 부분을 만들어내는 레퍼런스를 단편적으로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 이 화가가 전체적으로 어떤 그림을 구상하고 있는지 모른 채로 한편에 원을 그리는 모습을 보고 있기 때문에 무작정 저 원을 따라 그리고 싶다는 욕망을 줄일 수 있고, 높은 기대를 조정하면 우리는 좀 더 편안해질 수 있다.
엄밀한 의미에서 나 자신을 아는 것과 다른 사람을 아는 것은 본래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내가 부를 통해 누리고 싶은 근원적인 욕망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다른 사람의 욕망을 함부로 따라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조금 더 편안한 자세로 하루를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그러다 보면 편안하게 잠자리에 드는 날이 조금씩 많아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만약 그렇게 되면 부 없이도 부의 가치를 누리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