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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dinary kim Jun 18. 2024

#1. 쫓기느냐 vs 달리느냐

업무의 주도권


사례: 특정 교육 강좌를 수강한 후에 그 내용을 정리해서 보고하라는 업무를 전달받았다. 다음날, 팀장님은 업무가 얼마나 진행되었는지 물었다. 그리고 다음날, 팀장님은 반나절 간격으로 진행 상황을 물어 왔다. 아직 수강도 마무리하지 못했기에, 마음이 쫓기는 나. 수강을 최대한 빨리 마치고는, 언제까지 보고를 해야 할지 팀장님에게 다시 물었다. 그러자 팀장님은 도리어 나에게 언제까지 가능하겠냐고 물으며, 앞으로는 주도적으로 일을 하면 좋겠다는 코멘트를 남겼다. 


많은 회사들이 자기소개서 양식이나 면접 질문을 통해, ‘당신은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수행해 본 적이 있는지’를 묻는다. 이는 많은 조직들이 ‘주도적인’ 구성원 즉, 스스로 ‘주도권’을 가지고 행동할 줄 아는 이를 원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주도권’은 무엇일까. 미 경제지 포브스 기사에 따르면, 주도권은 ‘일에 대해 책임을 지고 후속 조치와 실행에 관한 권한을 이행하는 것’이다. 회사의 주인은 나라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닌 나에게 주어진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이행하는 과정에서 발현되는 것이다. 


주도권이란 내가 나에게 부여하는 권한이다. 그런데 조직에서의 주도권은 외부에서 주어진 것처럼 인식되곤 한다. 마치 ‘자기주도학습’을 학원에서 시켜서 하는 것과 같은, 본래의 정의 자체가 부정되는 아이러니가 재현되는 것이다. 그 이유는, 주도권의 중요성에 비해서 주도권이 생성되는 ‘메커니즘’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 메커니즘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보자면, 첫째, 외부에서 앗아갈 수는 있을지언정 주도권은 애초에 ‘나’로부터 생성된다. 그리고 둘째, ‘질문을 하는’ 사람이 아닌 ‘질문을 받는’ 사람으로부터 주도권은 발휘된다. 이를테면 업무를 ‘요청하는’ 사람이 아닌 ‘요청받는’ 사람이 본인 스스로의 의사 결정을 통해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이 바로, 주도권의 메커니즘이다. 


물론 우려되는 지점은 있다. ‘관계’와 '평가'때문이다. 앞선 사례처럼, 팀원 입장에서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팀장님이 원하시는 일정이 있을 텐데, 내가 먼저 일정에 대한 의견을 내면 불편해하시지 않을까.’ 또는 ‘다른 업무로 바빠서 강좌를 늦게 끝마치게 된 건데, 그것 때문에 팀장님이 나를 무능하다고 생각하시지 않을까.’ 어쨌든 한국 사회는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이고, 더욱이 사례 속 인물의 경우 부정적인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나 부족한 경험으로 인한 서투름이 아직 해소되지 못한 유형으로 보여, 여기에서 서로 간 어려움이 생기곤 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억할 것은, 주도권이 ‘나’에게 있다고 하더라도 최종 책임은 여전히 ‘상사’에게 있다는 것이다. 바로 그 책임자인 상사가 당신에게, 해당 업무에 관한 ‘결정 권한’을 가지도록 ‘결정’했으므로, 당신이 주도적으로 의사 결정을 내리고 업무를 처리하는 것은, 사례의 인물이 생각하듯 절대 ‘독단적인’ 것이 아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상사들은 이처럼,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을 하는 사람을 환영한다. 


그렇다면 주도권과 함께 가져야 할 덕목은 무엇이 있을까. 바로, 소통과 경청이다. 내가 주도권을 가짐으로써 오는 리스크나 업무에 관한 최종 권한은 상사에게 있으므로, ‘나’는 올바르게 의사를 표하고 그 의도를 잘 설명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는 상사와의 원활한 소통으로 가능해진다. 같은 맥락으로, ‘나’는 다른 사람들의 피드백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주도권을 가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일에 더욱 애착이 생기게 되는데, 애착은 사람의 귀를 닫게 하기 쉬우므로, 늘 경청의 태도를 취해야 한다. 다른 사람이 의견을 제시했을 때, 지나치게 방어적이거나 수동적이 되지 않도록, 그럼으로써 더 나은 결정을 할 기회를 날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결국 주도권은, 내가 타고 있는 이 배를 더 멀리 나아가게 하려는 것이지, 혼자 배를 독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자꾸 나를 재촉한다면, 누군가에게서 주도성을 좀 더 가지면 좋겠다는 말 또는 주도성은 있으나 유연함이 부족하다는 피드백을 듣는다면, 스스로를 먼저 점검해 보자. 물론 지금도 최선을 다하고 있겠지만, 혹시 나에게는 권한이 없다는 생각 때문에 업무 레이스에서 제자리에 주저앉아 있는 건 아닌지, 혹시 나도 모르게 나의 주도권을 독단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주도권이 있는 당신은, 자신만의 속도와 경로로 달려갈 수 있어야 한다. 당신이 ‘레이스’에 뛰어든 이상 편안히 앉아 있을 수는 없는 법. 하지만 누군가에게 빨리 가라고 등을 밀릴 이유도 없다. 이것이 바로 당신에게 주어진 권한이다. 능동적이며, 동시에 유연한 태도로 쫓기기보다는 ‘달려가는’ 당신만의 레이스를 선택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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