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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변찮은 최변 Jul 07. 2024

인시그니아 시음기_미국최초 메리티지 와인.향의 총집합

조셉 펠프스 인시그니아 Joseph Phelps INSIGNIA 2014

친한 형네 집들이를 가게 되었다. 와인에 조예가 깊은데 재력까지 있는 집이라 가기 전부터 무척 기대를 했었다. 코라뱅이랑 웨지우드 컵세트를 집들이 선물로 들고 갔지만, 분명 내어주실 와인이 선물을 무색하게 할 것같았다.

형수님이 정말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준 것에 더해 아니나 다를까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먼저 마실 샴페인으로 크리스탈과 크룩 그랑뀌베 중에 고르라 신다. 안면몰수하고 크리스탈을 읊조렸다. 이번에 마시게 된 루이로드레의 크리스탈 2015년은 다음 포스팅에 올리도록 하겠다. 



블라인드 테이스팅_호주 쉬라즈 VS 미국 나파밸리 카베르네소비뇽


집주인이 한 와인을 양말 씌워서 내오셨다. 병 주둥이 모양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리고 와인이 쫄티를 입고 나와서 치사하지만 몸매를 유심히 관찰했다. 주둥이가 일반적인 와인보다 뭉툭하고, 어깨가 수영선수 펠프스 어깨처럼 딱 벌어져 있었다(공교롭게도 펠스프라니). 

부르고뉴나 론 같은 어좁이 애들은 제외하고 시작


와인을 잔에 옮길 때부터 정말 다양한 향들이 서로 앞다투어 잔 밖으로 품어져 나왔다. 향을 제대로 맡기 전에 색을 보니 매우 탁하고 진했다. 넓은 슈피겔라우 부르고뉴 잔에 딸았음에도 수직에서 봤을 때 림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케이, 네비올로나 산지오베제, 그르나슈 같은 애들도 제외
이 잔은 잘토 보르도. 오랜만에 투명도가 매우 낮은 와인 색

집주인이 트릭은 없다고 했으니, 호주 쉬라 아니면 보르도 좌안 또는 미국 나파밸리 카베르네쇼비뇽으로 좁혔다. 색을 보아하니 자주색은 지났고, 그렇다고 벽돌색이거나 완전 빨갛지도 않은 루비색과 가넷색의 중간이었다. 그래서 빈티지는 10년은 안 넘었지만 그래도 5년은 넘은 정도로 생각했다. 2015년~2017년 정도?


향은 정말 검은 과실과 삼나무, 오크의 향연이었다. 호주 쉬라즈랑 좀 헷갈렸던 이유는 삼나무 향이 매우 강해서 스파이시한 특징에 꽤 끌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풀, 야채향도 강하게 느껴져서 칠레도 생각했으나 오크향의 밀도 때문에 칠레와 보르도는 제외했다.


결국 최종 답안지는,


호주 쉬라즈 아니면 미국 나파밸리 카베르네소비뇽

정답은?

어깨 깡패 인시그니아

좋은 와인을 열어주실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까지 일줄은 생각도 못했다. 이미 식전주로 크리스탈 2015를 열어주셨을 때 '잇츠 베리 와우. 오늘 주인공은 크리스탈이구만'라며 감지덕지했는데. 뒤에 크리스탈에 못지않은 주인공이 있었을 줄이야. 크리스탈은 여주인공이고 인시그니아는 남주인공이었다보다.


그럼 미국 최초의 메리티지 와인(meritage wine)이자 미국 최고의 와이너리 중 하나인 "조셉 펠프스(joseph phelps)"의 플래그십 와인인 "인시그니아(insignia)"의 제원을 말씀드리겠다.

참고로 메리티지 와인은 미국에서 고급 보르도 블랜딩 와인 스타일을 지칭한다. 그리고 와인 이름에 기존의 "생산자+품종"이 아니라 "인시그니아"처럼 별도 상표명을 붙이는 것도 인시그니아가 시초급으로 대표적이다. 인시그니아의 성공으로 오퍼스원과 도미누스, 할란 등 대표 컬트, 메리티지 미국 와인이 등장하게 되었다.


1. 생산자 - 조셉 펠프스빈야드 Joseph Phelps Vineyards

2. 국가/생산지역 - 미국(U.S.A)>캘리포니아(California)>나파 카운티(Napa County)>나파 밸리(Napa Valley)

3. 빈티지 - 2014년

4. 2014년 빈티지 주요품종 - (빈티지별로 다름_이것도 인시그니아의 특징) 카베르네 소비뇽 (Cabernet Sauvignon) 87%쁘띠 베르도 (Petit Verdot) 9%, 카페르네 프랑 2%말벡 (Malbec) 2%

5. 스타일 - Californian Bordeaux Blend

6. 등급 - Napa Valley 

7. 알코올 - 14.5 %

8. 역대 점수

*2002 빈티지: 2005 Wine Spectator TOP 100 중 1위 - 2002

*죽기 전에 꼭 마셔봐야 할 1001가지 와인 중 하나
*2016 빈티지: Robert Parker 99점, James Suckling 98점
*2015 빈티지: Robert Parker 98점, James Suckling 96점
*2014 빈티지: Robert Parker 97+점, Wine Enthusiast 96점, Wine Spectator 90점, James Suckling 97점, Vinous 97점
*2007 빈티지: Robert Parker 100점
*2002 빈티지: Robert Parker 100점
*1997 빈티지: Robert Parker 100점
*1991 빈티지: Robert Parker 100점


오픈하고 6시간 뒤에 베큐빈으로 공기를 빼고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다음날에 온도를 높여 다시 마셔보았다.

물론 여전히 짱짱하고 과실향이 풀풀 품어져 나왔다. 탄닌도 아직 강성해서 입안을 쫩쫩 조였다. 20~30년은 충분히 숙성해서 마실 수 있는 인시그니아 다웠다.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 와인킹 채널에서 MW 피터 아저씨가 인시그니아에 대해 추론하고 설명하는 게 있었는데, 나도 와인찌꺼기만큼은 비슷하게 설명해서 기분이 좋았다. 같이 있던 동반자는 인시그니아 정말 맛있는 건 알겠는데, 취향이 피노누아라 이 가격이면 괜찮은 부르고뉴 프리미어크뤼를 마시겠다고 했다. 피터 아저씨의 위에 말씀처럼 오크향이 짙고, 묵직한 신대륙 카베르네 소비뇽을 원한다면 그리고 돈도 많다면 인시그니아를 추천한다.

 

이번에 10년 묵은 인시그니아를 마시고 난 뒤, 아주 맛있게 숙성되어 오픈되길 기다리는 20년 이상 묵은 인시그니아가 너무 궁금했다. 돈 많이 벌어서 공수하거나 지금 적당한 것을 사서 땅에 묻어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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