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렉스 Oct 31. 2019

9. 마음이 찢어지다

2019년 10월 15일 화요일

병원에서 그릉이를 집에 데려와서,

가온치료를 위해 밑에는 핫팩을 깔아주고,

산소방에 넣어주었다.


갇혀있기 싫어하는 그릉이를

산소방에 넣고 싶지 않았지만,

빈혈 수치가 계속 떨어져있었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수의사 선생님의 최대한 같이 시간을 보내라는 말.

그리고 내 눈 앞에 보이는 그릉이의 상태.


아내와 나는 오늘 밤이

우리 그릉이의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너무나 슬프고 두려운 마음에

결국 밤새 그릉이 옆에 있기로 했다.


그릉이가 알아듣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릉이를 처음 데리고 올 때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

그리고 엄마 아빠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한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쉼없이 들려주었다.


오전 3시.

잠시 산소방을 열고 체온을 쟀다.

다행히 체온은 37.1도로 조금 올라갔다.


온 몸에 피로감이 몰려왔다.

하지만, 혹여 이 밤이 마지막이 될까봐,

그래서 그 마지막을 지키지 못할까봐 무서워서,

그렇게 억지로 눈을 비비며 그릉이를 바라봤다.


눈에서 또 눈물이 흐른다.


태어나 세 번 운다는 남자가,

마흔이 되어가는 아저씨가,

언제 이렇게 울어본 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눈물샘이 고장난 것처럼 계속 흘러내렸다.


너무 힘들어하며 겨우 뱉는 비명이,

아직은 살고 싶다며 살려달라는 것인지

너무 고통스러워 힘들다는 것인지..


고통이 너무나 심한건지,

벌린 입은 다물지 못해 침이 줄줄 흐르고,

눈은 감지도 못해 눈이 뿌옇게 변해갔다.


빨리 털고 일어나자 라고 말해보지만,

힘들어하는 그릉이를 보면 가슴이 찢어지고,

그 어떤 선택도 할 수 없는 이 상황의 답답함,

너무 늦게 알아버린 후회와 죄책감이

깊은 새벽만큼이나 깊게 밀려온다.


하나님.

우리 아가를 빨리 일어나게 해주세요.


그러실게 아니라면,

덜 고통스럽도록 빨리 데려가주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8. 무겁게 가라앉는 공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