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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기 Feb 26. 2024

말도 안 될 정도로 알찼던 압구정 현대백화점 방문기

회사를 다니기 시작한 이후부터 자기 소개는 늘 같았다. 


_기록하는 일을 합니다.


일의 분주함으로 아들과 보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찾은 방법은 너와의 일들을 기록하는 것이다. 사소한 것이라도. 그날의 기록들을 읽을 때마다 너와 보낸 시간들이 다시 생생하게 떠오를 수 있도록. 언젠가 네가 그날의 기록을 읽는 날이 왔을 네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깨달을 수 있도록



2024년 2월 마지막주 토요일. 오전에 청담동에 볼 일이 있어서 나갔다가 압구정 현대백화점에 잠시 들렀다. 이날따라 너는 백화점에 가고 싶어했다. 평소 사람 많은 곳을 좋아하지 않는 너였는데. 정확히는 잠실 롯데몰로 가고 싶어 했지만 차를 되돌려서 가기엔 길에서 버리는 시간이 많을 것 같아 가까운 압구정 현대백화점으로 향했다. 특별히 사야 할 물건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기에 아내가 익숙한 6층 옥상정원으로 향했다. 나는 처음 가보는 장소였다. 너만큼이나 나도 사람 붐비는 것을 싫어해서 주말에 무슨 백화점이냐며 볼멘 소리를 했지만 이 공간과 마주한 순간 이내 그런 마음은 사라졌다. 옥상정원에서 만난 처음 보는 형아(아들 기준)와 함께 얼음땡 놀이를 하고, 나는 도저히 알 수 없는 만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적이 되어 너와 맞서 싸웠다. 그렇게 한참을 놀고 헤어질 무렵이 되자 옥상에서 만난 꼬맹이는 언제 또 올 거냐며 아쉬운 마음을 전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때마침 정월대보름이라 지하 식품관에 들러 오곡밥과 나물, 땅콩을 사고. 중간중간 백화점에서 '월리를 찾아라(숨바꼭질)' 놀이도 하고. 그렇게 말도 안 될 정도로 알찬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2024년 2월. 봄의 길목에서, 다음 주말에는 날이 좀 더 풀리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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