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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그네 한 May 31. 2022

정답? 해답!

질문 키우기

정답: 옳은 답
해답: 질문이나 의문을 풀이함
- 네이버 사전


질문 많던 어린 시절(1990-1998년) 우리 학교와 교회에서는...

국민학교, 남중학교, 남녀공학고등학교, 수도원 대학, 대학원을 거쳐왔다. 수능은 98년도 세대다. 한 반에 50-60명이 빼곡히 들어선 교실. 학업에 취미가 없고 늘 평범했던 난 교사와 학생에게도 주목받지 못한 학생이었다. 2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그렇게 변한 것이 없어 보이지만 그때는 철저한 주입식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수능이라는 시험이 모든 과목을 외워야 하는 주입식 교육을 탈피하고 학생들의 사고력을 키우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지만 수능 역시 주입식과 눈치껏 정답을 맞히는 기술을 익혀야 하는 것을 벗어나지 못했다. 우리의 학업은 오직 옳은 답만 요구한다. 1+1=2와 같은 정해진 답만을 찾는 것이며 과정과 해설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한 현상은 학교교육뿐만 아니라 교회라는 종교기관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교회는 학교보다 더 보수적이었다. 지금의 이성으로는 해석되지  않은 옛날 '고대 이스라엘'의 이야기를 '믿음(faith)'이라는 이름으로 의문을 갖지 못하게 했다.


질문이 많아진 중학생 시절. 처음 영어를 배우는 영어시간. A, B, C, D... Apple과 Apartment 등을 배웠다.


나: 선생님. A는 '아', '에', '어' 단어에 따라 발음이 다른데 왜 다른가요?
선생님: 그걸 질문이라고 하는 거야? 그냥 외워!!
나: 난 차이를 전혀 모르는데 어떻게 외우나요?
선생님: 너 이리 나와. 쓸데없는 질문을 하고 있어!


그리고 난 쓸데없는 질문을 했다는 이유로 선생님에게 손바닥을 맞았다. 그 이후 난 학업 공부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내가 고 3, 총 12년을 다닌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교회에서도 동일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앙을 갖고 계셨던 부모님. 목사님의 말은 곧 하나님의 말이었으며 '절대적 순종'을 진실한 믿음으로 받아들이셨다. 성경에 대한 '질문'은 '의심'과 '불신앙'으로 받아들여졌다.


정말 7일 동안 세상이 창조된 것이 맞나요? 아담과 하와는 인류의 첫 사람인가요? 하나님의 왜 선악과를 만드셨나요? 삼위일체가 어떻게 맞지요? 과학과 성경은 왜 이리 대치되는 것이 많나요? 등등


나의 이러한 질문들은 부모님을 근심하게 했고 목사들 그리고 함께한 친구들에게 조롱거리가 되었다. 나의 이 질문들은 '신격 모독'이었으며 사람들은 나를 문제 있는 신앙인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한 나의 질문에 대해 어느 누구도 해답을 제시해주지 못했기에 난 '무신론'을 선택하게 되었다.


하나님은 없다! 성경의 내용은 모두 거짓이다!


나 그리고 나와 같은 40대들의 유년시절은 오직 힘 가진 사람들, 대중이 원하는 '정답'만을 원하는 세대였다. 그리고 정해진 '정답'만을 외우고, 말하는 사람이 똑똑하고 영리한 사람으로 인식했다.


2020년 이후... 지금은 얼마나 변하였나?
출처: 네이버 이미지

조금은 오래전 충격적인 영상을 보았다. 한국어를 잘하는 한 영국 청년이 영국의 친구들에게 한국 수능 영어문제를 풀게 하는 영상이었다. 영어가 모국어인 그들. 심지어 그들 중 학교 선생님까지 포함되어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한국 수능 영어를 거의 풀지 못하였다. 심지어 지문의 뜻조차 파악하지 못하였다. 난 그 영상을 보고 "설정이겠지?" 하며 나 역시 영국에서 온 친구에게 수능 영어의 한 문제를 풀어보라고 부탁했다.


영국인 친구: (심각하게) 분명 영어인데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답은 3번??
나: 틀렸어. 답은 2번이야.
영국인 친구: 그럴 리가. 이상하다.


거의 25-30년이 지났지만 한국의 교육은 거의 바뀐 것이 없어 보였다. 25-30년 전과 거의 동일하게 지금의 10대 학생들은 정해진 정답을 외우고 정답을 찾기 위한 기술을 터득하고 있다. 얼마 전 한국에 있는 여동생과 통화를 했다. 그녀는 초등학교 2학년 딸이 있다.


나: 하람이 구구단 외우니? 우리 데이비드는 5학년인데도 구구단을 헛갈려해.
여동생: 뭐? 5학년인데 아직 구구단을 못 외운다고? 우리 하람인 19단까지 거꾸로 외우는데?
나: 사실 여기선 너무 일반적인 거야. 여기선 학교 수학 선생님이 구구단 외우라고 강요하지 않아.


여동생과 통화하며 한국의 교육은 더욱 치열해진 느낌이다. 방과 후 수많은 종류의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 나의 여동생 역시 2학년인 나의 조카를 위해 한 달 사교육비를 100만 원 이상을 쓰고 있다.


자기 생각이 없는데 어떻게 '신학 공부'를 하지요?


난 29세에 신학을 공부했다. 20대에 난 다시 교회에 나가게 되었고 여러 기회를 통해 기독교 신앙을 다시 갖게 되었다. 평소 인문학과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지라 단순히 '목사'가 되기 위한 과정이 아닌 그냥 그 학문을 공부하고자 했다. 첫 학기 '신약 개론'이라는 수업이 있었다. 프랑스 유학파 교수. 그는 20년 가까이 프랑스에서 생활을 하고 한국에 들어온 신약학 박사였다. 그는 학기 중반까지 600페이지 정도 되는 두꺼운 책을 5장 미만으로 써오라고 했다. 600페이지의 책을 5장 미만으로 독후감? 그때까지 나에게 독후감은 책 요약이었다. 그래서 난 아주 힘들게 그 책을 5페이지로 요약하였다. 나와 함께 있던 모든 학생들이 그러했다. 그런데 수많은 리포트를 받은 교수의 표정이 아주 좋지 않았다.


교수: 난 분명 이 책을 독후감을 써오라고 했는데 왜 모두 책 요약을 해왔나요? 이 두꺼운 책을 5페이지로 요약하는 것도 능력이네요. 이 책에 대한 자기 생각을 써와야지요. 여러분들은 이 책의 모든 내용이 동의가 되나요? 비판할 것이 아무것도 없었나요?
학생들: 우리가 어떻게 이 책에 대한 자기 생각을 쓰나요?  이런 책을 쓸만한 학자의 글과 책을 우리 같은 학생들이 어떻게 비판을 해요? 교수님. 아직 첫 학기인 우리에게 너무 무리한 것을 요구하신 것은 아닌가요?
교수: 단순히 자기 생각을 쓰는 것이 왜 무리한 요구이지요? 신학도 인문학인데 당연히 비평이 들어가야지요. 자기 생각이 없는데 어떻게 인문학과 신학을 할 수 있지요? 인문학 특별히 신학은 요약하고 외우는 학문이 아니에요. 질문하고 논쟁하고 생각하고 비판하며 해답을 찾는 학문이에요.
학생들: (침묵)......


질문하며 해답(들)을 찾아가지

질문을 일상화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아니 오히려 질문을 두려워한다. 특별히 조직사회 그리고 나이, 직분, 성별이 존재하는 모든 곳에서 다른 관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질문과 의견을 내는 것은 많은 이들에게 환영받지 못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의견에 대한 잦은 질문은 듣는 이로 하여금 '인신공격'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린 지금은 수많은 질문과 해답이 쏟아져 나오는 세상에 살고 있다. 시험을 위한 단순 지식 습득이 아닌 지식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법을 원하는 때이다. 한국의 대학교, 기업들 역시 그렇게 변해가고 있다. 그래서 난 자녀들, 나의 학생들에게 늘 그러한 교육을 하도록 시도한다. 난 한국에서의 대입과 기업 입사를 원하는 한국어 고급반 학생들에게 늘 요구하는 말이 있다.


나: 이 그림을 보며 주제를 정해 사람들의 느낌, 표정, 생각들을 여러분들의 언어로 풀어내며 써보세요. 정답은 없어요. 이 그림을 보며 자신의 말과 글로 해석을 해보세요. 한국의 대학과 기업들도 점점 자신이 스스로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창의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을 선호합니다. 나라, 문화, 종교, 인종이 다른 우리들에겐 분명 자신들과 다른 것을 기대할 거예요. 


사고력과 창의력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끊임없는 질문에서 해답을 찾아갈 때 자신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새로운 것이 된다. 질문하는 것을 두려워해선 안된다. 그리고 질문하는 사람들의 말을 귀 기울러라. 질문도 연습이다. 새로운 것은 질문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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