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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신 Oct 28. 2021

늦은 밤 잠은 오지 않는다

Money Talks

금융 치료가 필요해



늦은 밤잠이 안 온다. 뒤척이다가 간신히 잠들어도 금방 깨어난다. 몇 번을 뒤척이니 옆에서 자고 있던 와이프가 인기척에 반응한다. 조용히 거실로 나가 소파에 앉았다. 순간 울리는 알람에 서둘러 핸드폰을 확인한다. 스팸. 당첨됐다고 대출하라는 문자다. 제길. 기다리는 입금 알람은 울리지 않고, 어디서 어떻게 알았는지, 대출 문자만 계속 울리고 있다. 2일 후면 대출 상환일, 그리고 다시 2주 후에 카드값 상환일. 은행 앱을 켜고 입금내용을 살펴본다. 역시 급여는 입금되지 않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주말에 알바를 한 곳에서 입금이 되었다. 내 비상금. 가끔 지인들이 일거리를 준다. 늦은 밤 아이를 재우고 새벽까지 일한다. 그리곤 다른 곳에서 입금이 되었다. 역시 비상근직으로 일을 하는 곳이다. 주말이나 퇴근 후 들려서 업무를 본다. 일이 있으면 자주 모이고, 일이 없으면 메신저로 의견을 교환하는 곳이다. 여기서 들어오는 돈은 아이의 학원비나 가끔 가족끼리 외식을 할 때 사용한다. 그러나 근로소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회사에서 급여가 들어오지 않으면 생계가 어려워진다.


잠이 오지 않아 오래전 읽었던 '부의 추월차선'을 읽었다. 경험치가 바뀌어서 그런지 그때는 보지 못한 내용이 눈에 들어온다. 물을 길어서 파는 이야기. 다들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파이프라인' 이야기다. 물을 팔고 늦은 밤 파이프를 열심히 연결하여, 어느 순간에는 더는 물을 길어올 필요가 없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정확하게 투자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투자는 필연적으로 고도의 경영적 판단을 요구한다. 그 판단의 대부분은 재화의 분배. 이 우화 같은 이야기를 보고 어쩌면 알았지만, 그래도 모른 척했던 나 자신의 판단이 떠올랐다. 이럴 줄 알았으면 회사에 그렇게 많이 날 갈아 넣지 않았을 텐데... 퇴근 후의 내 시간은 전적으로 내 사업에 투자를 해야 했는데... 늦은 후회. 통장잔고에 동그라미가 2개만 더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생겨난다. 3개면 더 좋겠다는 마음도 든다.




소득을 나누는 기준이 있다. 자신의 시간을 갈아서 돈으로 바꾸는 '근로소득'. 다른 사람의 시간을 갈아서 돈으로 바꾸는 '사업소득'. 내 돈을 갈아서 돈으로 바꾸는 '자본소득'. 소득은 시간과 돈을 갈아서 돈으로 바꾸는 것이다. 시간을 더 많이 갈아 넣을 것인지, 아니면 돈을 더 많이 갈아 넣을 것인가에 따라 근로소득과 자본소득으로 나뉘고, 그 사이에서 어떠면 모든 것을 갈아 넣어야 하는 사업소득이 있다. 그리고 예전의 나는 근로소득 다음이 사업소득이고 마지막이 자본소득인 줄 알았다. 그러나 막상 해보니, 이건 내가 어디에 무엇을 더 많이 넣느냐에 따라 바뀔 뿐. 계층에 따른 분류나 소득에 따른 분류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회사에서 일하고, 프리랜서로 일을 하는 것은 근로소득이다. 다른 누군가가 일을 주고 나는 시간을 투자하여 그 일을 한다. 그리곤 계약된 돈을 받는다. 그럼 근로소득이다. 개인적으로 하는 일에서 전문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예로 동영상 편집이나, 상세페이지를 만들려면 어도비 프로그램을 구매해야 한다. 특정 지역의 상권을 조사하고 각종 인구학적 지표를 얻으려면 특정 기업에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 경우 근로에서 사업으로 전환되기 시작한다. 그러나 여전히 내 시간을 더 많이 넣어야 하므로 근로소득이라 봐야 한다.


이렇게 내가 시간을 갈아서 하던 일의 양이 늘어나면서, 나를 도와줄 사람들을 고용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의 시간을 갈고, 내가 구매한 프로그램 혹은 기계나 기구를 사용하여 상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제 사업으로 조금씩 전환이 되어 가는 것이다. 저부가가치의 업무를 다른 사람에게 주고, 고부가가치의 업무를 하면서 돈이 벌리기 시작한다. 아직 내가 일하곤 있지만 날 위해 일할 사람들이 있다. 고용을 만들어 내면서 돈을 벌기 시작하면 드디어 사업소득이라 할 수 있다.


근로소득으로 모인 돈과 사업소득으로 모인 돈의 일부를 주식에 투자했다. 급락과 급등을 반복하더니 어느 순간 내게 수익을 안겨 주었다. 생애 첫 금융소득이 생겨난 것이다. 금융 소득 별것 없다는 생각이 들고 나도 부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이런 소득은 지속해서 발생하지 않았다. 일종의 이벤트와 같은 일. 하지만 어떻게 하면 금융수익을 만들 수 있는지 알려주었다. 금융소득의 찍먹. 그 달달함에 취할 것 같다.




새벽 2시. 이 늦은 밤에 깨어 있는 것이 어색한 일은 아니다. 일이 많은 날에는 4시 5시까지 집에서 일을 하기도 한다. 이런 힘듦을 견딜 수 있는 것은 은행의 입금 알림 문자. 내 힘듦을 날려버리는 비타민과 같은 존재이다. 이 잠 못 드는 밤 은행 입금 알림 문자 한방이면 편안하게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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