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상구 변호사 Mar 11. 2024

141 이 법정에서 보인 태도

2017년 9월 4일 칼럼 기고분 (대법원 판결 추가)

형사재판 선고기일에 재판장이 피고인이 형을 선고함에 있어 판사는 ‘이 사건 범행의 경위와 결과, 피고인이 이 법정에서 보인 태도, 전과관계, 가족관계, 건강상태 등을 두루 고려하여 다음과 같이 형을 정하였다.’라고 설명하곤 합니다. 여기서의 키포인트는 해당 범죄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전과나 법정에서의 태도 등도 양형참작사유가 된다는 점인데, 간략히 그 이유를 밝히면 다음과 같습니다. 


형사사법제도는 해당 범죄의 성립 등을 다루는 ‘범죄론’, 유죄가 인정될 경우 피고인에게 부과하는 처벌의 종류와 정도를 다루는 ‘형벌론’, 확정된 형을 집행하는 ‘형집행론’으로 나뉠 수 있습니다. 형법이나 특별형법이 주로 범죄와 형벌에 대하여 규율하는데, 일례로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형법 제347조 제1항).’ 중에서 앞의 ‘~ 취득한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범죄론의 분야이고, 뒤의 ‘~에 처한다’에 해당하는 것이 형벌론의 분야입니다. 한편 과거 행형법이라 부르던 ‘형의 집행 및 수용자 처우 등에 관한 법률’ 등이 형집행을 규율합니다. 


따라서 피고인이 행한 행위 자체(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등)는 양형의 주된 기초가 되겠지만, 형벌론이 범죄론과 별개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에 일정한 책임범위내에서 형벌이 가지는 특별예방과 일반예방의 목적을 고려하여 범인의 연령․성행․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후의 정황 등을 참작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형법 제51조). 결국 자백하는지 부인하는지 여부를 포함하여 사람의 됨됨이까지도 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므로 속칭 ‘괘씸죄’라는 것이 범죄론과 무관하긴 하지만 형벌론 분야에서는 사실상 엄연히 존재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괘씸죄가 단적으로 드러난 사례로 선고 당일 선고형을 높여 다시 선고하는 경우를 들 수 있는데, 외국의 유사사례로는 피고인이 형을 선고하는 판사를 조롱하거나 욕을 한 경우, 영어를 모르는 척 통역인까지 대동하여 재판을 진행하다가 선고형량에 대해 이의하는 과정에서 자제력을 잃고 유창한 영어실력을 드러내 재판부를 놀래킨 경우 등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전 판사가 선고기일에 피고인에게 실형 1년을 선고하던 중 피고인이 난동을 피우자 대법원 양형기준의 범위내에 있는 실형 3년으로 바꾸어 선고한 케이스가 있는데(의정부지법 고양지원 2016. 9. 22. 선고 2015고단2530 판결), 피고인의 항소로 이어진 항소심에서는 선고형을 늘린 것에는 아무런 위법이 없고(법정모욕죄의 형량을 감안) 다만 3배는 가혹한 측면이 있으니 실형 2년으로 변경하는 것으로 정리하였습니다(의정부지방법원 2017. 2. 14. 선고 2016노2606 판결). 즉 ① 피고인은 살인예비의 전과까지 가진 파렴치범에다가 자백과 부인을 수시로 번복하는 기회주의적인 태도를 취해 개전의 가능성이 희박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해당 범죄의 법정형은 비교적 낮은 편이었던 점, ② 형사소송법상 재판장은 판결을 선고함에 있어 주문을 낭독하고, 이유의 요지를 설명하여야 하며, 상소기간 및 상소할 법원을 고지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필요한 경우에는 피고인에게 적절히 훈계할 수도 있는데, 이러한 절차가 종결되지 않은 경우에는 선고형을 변경하더라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 판단했던 것입니다. 판사 또한 냉정하게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해야 하지만, 피고인 또한 범죄의 성부를 떠나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자숙하고 반성해야 한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 할 것입니다. 


다만 위 항소심 판결은 대법원에서 약 4~5년에 걸친 심리를 통해 파기환송되었는데, 재판장이 일단 주문을 낭독하여 선고 내용이 외부적으로 표시된 이상 재판서에 기재된 주문과 이유를 잘못 낭독하거나 설명하는 등 실수가 있거나 판결 내용에 잘못이 있음이 발견된 경우와 같이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변경선고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취지입니다. 


의정부지방법원 2017. 2. 14. 선고 2016노2606 판결

[1] 형사소송법 제43조, 제281조, 제324조, 형사소송규칙 제147조 제2항의 내용 및 판결의 선고는 전체로서 하나의 절차라는 점을 종합해 보면, 판결의 선고는, 재판장이 판결의 주문을 낭독하고, 이유의 요지를 설명한 다음 피고인에게 상소기간 등을 고지하고, 필요한 경우 피고인에게 훈계까지 마친 후 피고인의 퇴정을 허가하여 피고인이 법정 바깥으로 나가 선고를 위한 공판기일이 종료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고, 따라서 그때까지는 발생한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일단 선고한 판결의 내용을 변경하여 다시 선고하는 것도 유효ㆍ적법하다. 

[2] 피고인이 사문서위조와 동행사 및 무고로 기소되었는데, 제1심의 재판장이 선고기일에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한다는 주문을 낭독하고 상소기간 등에 관한 고지를 하려 하자 피고인이 욕설을 하며 난동을 부리기 시작하였고, 이에 교도관들이 피고인을 제압하는 데 치중하여 재판장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을 법정 밖으로 끌고 나갔다가 법정경위가 피고인을 법정으로 데려온 후 재판장이 선고형을 정정하여 징역 3년을 선고한 사안에서, 제1심 선고 도중 피고인의 소란 및 난동으로 인하여 주문 낭독 후 상소기간 등의 고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였고, 제1심 재판장은 피고인의 퇴정을 허가한 사실이 없으며, 오히려 법정질서 유지를 위하여 피고인을 제압하여 끌어내는 교도관들 및 피고인을 향하여 계속하여 원래 피고인이 선고를 듣던 자리로 돌아올 것을 명하기까지 한 점에 비추어 피고인에 대한 선고절차는 아직 종료되지 않았으므로, 제1심 재판장이 선고절차 종료 전에 피고인에 대한 형량을 변경하여 선고하였더라도 위법하지 않으나, 항소심 재판에 이르기까지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참작하면 제1심의 형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가혹한 측면이 있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2년을 선고한 사례. 

대법원 2022. 5. 13. 선고 2017도3884 판결 [무고·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

[1] 형사소송법은 재판장이 판결을 선고함에는 주문을 낭독하고 이유의 요지를 설명하여야 하고(제43조 후문), 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피고인에게 상소할 기간과 상소할 법원을 고지하여야 한다고 정한다(제324조). 형사소송규칙은 재판장은 판결을 선고할 때 피고인에게 이유의 요지를 말이나 판결서 등본 또는 판결서 초본의 교부 등 적절한 방법으로 설명하고, 판결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에게 적절한 훈계를 할 수 있으며(제147조), 재판장은 판결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에게 형법 제59조의2, 형법 제62조의2의 규정에 의하여 보호관찰, 사회봉사 또는 수강을 명하는 경우에는 그 취지 및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이 적힌 서면을 교부하여야 한다고 정한다(제147조의2 제1항). 이러한 규정 내용에 비추어 보면, 판결 선고는 전체적으로 하나의 절차로서 재판장이 판결의 주문을 낭독하고 이유의 요지를 설명한 다음 피고인에게 상소기간 등을 고지하고, 필요한 경우 훈계, 보호관찰 등 관련 서면의 교부까지 마치는 등 선고절차를 마쳤을 때에 비로소 종료된다. 재판장이 주문을 낭독한 이후라도 선고가 종료되기 전까지는 일단 낭독한 주문의 내용을 정정하여 다시 선고할 수 있다. 그러나 판결 선고절차가 종료되기 전이라도 변경 선고가 무제한 허용된다고 할 수는 없다. 재판장이 일단 주문을 낭독하여 선고 내용이 외부적으로 표시된 이상 재판서에 기재된 주문과 이유를 잘못 낭독하거나 설명하는 등 실수가 있거나 판결 내용에 잘못이 있음이 발견된 경우와 같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변경 선고가 허용된다.  

[2] 제1심 재판장이 선고기일에 법정에서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한다.’는 주문을 낭독한 뒤 상소기간 등에 관한 고지를 하던 중 피고인이 ‘재판이 개판이야, 재판이 뭐 이 따위야.’ 등의 말과 욕설을 하면서 난동을 부려 교도관이 피고인을 제압하여 구치감으로 끌고 갔는데, 제1심 재판장은 그 과정에서 피고인에게 원래 선고를 듣던 자리로 돌아올 것을 명하였고, 법정경위가 구치감으로 따라 들어가 피고인을 다시 법정으로 데리고 나오자, 제1심 재판장이 피고인에게 ‘선고가 아직 끝난 것이 아니고 선고가 최종적으로 마무리되기까지 이 법정에서 나타난 사정 등을 종합하여 선고형을 정정한다.’는 취지로 말하며 징역 3년을 선고한 사안에서, 위 변경 선고는 최초 낭독한 주문 내용에 잘못이 있다거나 재판서에 기재된 주문과 이유를 잘못 낭독하거나 설명하는 등 변경 선고가 정당하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발견되지 않으므로 위법하고, 피고인이 난동을 부린 것은 제1심 재판장이 징역 1년의 주문을 낭독한 이후의 사정이며, 제1심 재판장은 선고절차 중 피고인의 행동을 양형에 반영해야 한다는 이유로 이미 주문으로 낭독한 형의 3배에 해당하는 징역 3년으로 선고형을 변경하였는데, 선고기일에 피고인의 변호인이 출석하지 않았고, 피고인은 자신의 행동이 양형에 불리하게 반영되는 과정에서 어떠한 방어권도 행사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보아 제1심 선고절차에 아무런 위법이 없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 판결 선고절차와 변경 선고의 한계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매거진의 이전글 140 세 치 혀, 세 마디 손가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