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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탕고양 Dec 25. 2017

수채화

글로 배우는 그림도구

크레파스를 쓰고 난 다음 가지게 되는 색칠도구가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수채화다. 물로 농도를 조절할 수 있어 간편해서란 이유일 것이다. 수채화의 간편함은 여행지나 카페에서도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준다. 수채물감은 과거엔 기록과 삽화에 쓰였던 마이너한 재료였으나 이 간편함으로 인해 주요 그림도구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사실 알고 보면 제일 어려운 수채화 
먼저 수채화의 정의부터 좁히고 이야기하자. 수채화를 넓게 말하면 물로 녹여 쓸 수 있는 물감으로 그린 그림을 통틀어 말한다. 먹, 동양화 물감, 카세인 물감, 과슈, 포스터칼라도 수채화고 심지어 아크릴 물감도 물로 희석해서 그리기에 수채화라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수채화라고 하면 투명수채화를 이야기한다. 투명 수채화는 우리가 흔히 접했던 팔레트에 굳혀 놓은 후 물에 녹여서 칠하는 방식의 그림이다. 투명하다고 해서 완전히 투명한 건 아니고 물감을 칠했을 때 그 밑에 있는 것이 비치는 정도다. 

투명수채화는 아라빅검 혹은 비슷한 물질을 미디엄으로 사용해 만들어 굳어도 다시 녹여 쓸 수 있는 물감이다. 주로 아리빅검을 쓰긴 하지만 요즘은 아퀴졸 등의 합성 물질로 만들기도 하고 과당 시럽을 쓸 수도 있다. 물론 과슈 같은 불투명 수채물감도 거의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투명수채화는 빠르면 유치원 시절, 늦어도 초등학교 때 사용하니 쉽다고 생각한다. 시작하기가 쉬울 뿐 제대로 쓰기 가장 어려운 그림 도구다. 물의 번짐을 이용해 그리다 보니 종이에 올려진 물과 붓에 있는 물의 양에 따라서 변화무쌍한 얼룩을 만들어낸다. 심지어 수정도 거의 안 된다. 자신이 딱 원하는 대로 그리는 걸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하나 바로 그 부분이 수채화의 매력이다. 


야외에서 시작된 현대 수채화 
물로 물감을 희석해 그리는 그림의 역사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선사시대부터다. 아마 최초의 물감은 물로 갠 진흙이었을 것이다. 선사시대의 동굴벽화도 물로 개어 만든 물감을 사용했다. 이집트의 파피루스에 그린 그림도 일종의 수채물감이다. 

알버레이트 뒤러의 수채화(불투명 수채화이다)


현대 수채물감의 시작은 르네상스 시대로 본다. 독일의 화가 알버레히트 뒤러가 현대 수채화의 서막을 열었다고 알려진다. 당시 수채화는 본격적인 작품용이라기 보다는 스케치나 도면을 그릴 때 채색용으로 사용했다. 손쉽게 채색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인지 야외스케치, 식물 세밀화, 야생동물이 수채화의 주요 소재였다. 오늘날에도 보테니컬 아트 같은 세밀화는 수채화로 주로 그려지고 있으며 지금 유행인 어반스케치의 주 사용 재료가 펜과 수채인 걸 생각하면 아직도 그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봐도 된다. 

수채화로 유명한 나라가 영국이다. 영국산 수채화 재료는 지금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인다. 영국에서 수채화가 발전한 이유는 실용적인 이유에서였다. 엘리트와 귀족 계급의 교양 중 하나였으며 지도 제작자, 장교, 기술자들이 지형을 묘사하고 공공 작업을 위한 프로젝트를 보여주기 위한 자료 제작 등에 쓰였다. 영국은 전 세계에 많은 탐험가와 군대를 보냈는데 그때 지형도를 작성하기 위해서나 유적지, 유물 등을 그리는 용도로 수채화가 많이 쓰였다. 

여행과 함께하는 수채화 
영국에서 실용적인 요소로 널리 퍼졌으나 그만큼 많은 사람이 수채화를 접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예술적으로나 다양한 매체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18세기 후반 영국 성직자 윌리엄 길핀은 잉글랜드 농촌을 묘사한 수필에 자신의 흑백 수채화를 더했다.  
영국의 여러 작가가 수채화 작품을 그려 냈다. 존 셀 코트만, 앤소니 코플리 필딩, 사무엘 팔머 등의 예술가가 대표적인 수채화 화가다. 접근이 쉬운 수채화답게 아마추어 예술가들의 활동을 이끌었고 중산층의 수채화 작품 구입에 힘입어 1804년 영국 수채화 협회가 탄생하기도 했다. 
일찍이 수채화가 시작된 영국과 달리 유럽에서 수채화는 인기가 덜 한 재료였다. 유럽에서 수채화 유행은 영국이 패권을 차지한 19세기에 시작됐다. 그러나 그 인기는 금방 위기를 맞이했다. 수채화는 물에 의해 채색이 망가지는 문제와 빛에 노출되면 급속하게 퇴색돼 오래 보관할 수 없는 작품으로 인식됐고 이는 부정적인 평가로 이어져 수채화 유행 쇠퇴를 불러일으켰다. 
수채화가 다시 유행하게 된 것은 20세기에 들어서다. 화학이 발달하며 빛에 강한 안료가 속속 개발돼 퇴색이 잘 된다는 단점이 없어졌다. 자동차의 발달도 수채화가 주요 그림도구가 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캘리포니아의 화가들은 자동차로 다양한 곳을 다니며 캘리포니아 내의 다양한 풍경을 그림으로 남겼다. 지금도 여행지에서 수채물감으로 풍경을 그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안토니 반다이크의 '거친 날씨, 돌풍이 부는 날'


수채화 도구의 핵심, 종이와 붓 
수채화가 접근하기 쉽다 보니 다른 그림도구보다 저렴하단 인식이 있다. 하지만 같은 급에서는 수채화 도구들이 비싸다. 물론 사용자의 폭이 가장 넓다 보니 아주 저렴한 도구에서부터 비싼 것까지 다양하게 있다. 학생용이라고 하더라도 약간 가격 부담이 있는 유화보다 접근하기 쉽다. 같은 급의 물감끼리 비교하면 용량당 가격이 수채물감이 가장 비싸다. 재료도 많이 필요하고 제작에 손이 많이 간다. 그러나 물에 희석해 그리기 때문에 튜브 하나로도 아주 오래 그릴 수 있어 그 점은 쉽게 상쇄된다. 

문제는 종이다. 수채화는 물을 많이 쓰기에 종이가 우그러들거나 섬유가 일어나거나 하기에 최소한 어느 정도 두께 있는 종이를 써야한다. 특히나 제대로 색과 물번짐을 표현하려면 수채물감용 사이징돼 있는 종이가 필요하다. 

수채화지는 명반과 젤라틴을 따뜻한 물에 녹여 종이에 바르는 일종의 코팅처리를 거친다. 명반이 가진 발수성에 의해 안료가 종이 틈으로 가라앉지 않도록 하고 색을 더 진하게 표현할 수 있게 한다. 그래서 수채화는 여러 도구 중 종이를 가장 중요하게 꼽는다. 

손이 많이 가다보니 수채화 종이는 비싸다. 물론 캔버스보다야 싸지만 사용량을 생각하면 그리 싸지 않다. 수채화에 적합한 종이는 나무 섬유로 만든 펄프보다는 코튼으로 된 종이가 좋다. 코튼지 중에서도 수채화를 할 수 있게 처리가 된 종이라야 하는데 제료 가격과 추가 공정의 필요 때문인지 A4 크기에 약 천원 정도 한다. 

수채화 붓은 부드럽고 끝이 잘 모일수록 좋다. 수채화에 가장 적합한 붓은 담비털로 된 붓이다. 부드럽고 물을 많이 머금어서다. 추운 지방에 사는 담비털일 수록 좋아서 콜린스키라 불리는 시베리아 담비털을 최고로 치나 가격 문제로 대부분의 콜린스키 붓은 중국 북부 지방에서 키운 담비털로 만든다. 한 자루에 몇만 원에서 몇십 만원씩 한다. 가격 때문에 족제비털붓을 쓰기도 한다. 

다람쥐털 붓도 많이 쓰는 수채붓 중 하나다. 힘이 없고 뾰족하게 모이지 않지만 물과 물감을 아주 많이 머금기에 넓은 면적에 칠할 때 자주 사용된다. 꼭 이런 붓만 써야 하는 건 아니고 상황에 따라 여러가지 붓이 필요해 때에 따라 합성모 붓을 쓸 필요도 있다. 

고체케익물감과 튜브물감 
한국에서 수채물감이라 하면 튜브물감을 짜서 굳혀 쓰는 걸 의미했다. 최근 들어 어반스케치와 캘리그라피의 영향으로 고체케익물감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고채물감은 팬물감이라고도 부르는데 접시(팬)에 담겨 있어서다. 
해외에선 보통 팬물감을 주로 사용한다. 튜브물감이 발명되기 몇백 년 전부터 수채화물감은 블록 형태로 유통됐다. 튜브물감을 굳혀 쓸 수 있는데도 팬물감을 쓰는 이유는 미리 굳어져 있고 밀도가 높아 온도와 습도가 높은 여름에 용해되지 않고 높은 습도에 의해 곰팡이가 피지 않아 편리하게 쓸 수 있다. 튜브 물감은 그때그때 짜서 쓰는 쪽이 깔끔한 색을 유지할 수 있고 많은 양의 물감을 쉽게 만들 수 있다. 같은 브랜드의 같은 등급 물감이라면 튜브와 팬물감은 색과 특성 차이가 없다. 
일본에서 워터브러시의 발명이 더해지며 지금은 아주 간편하게 수채도구를 들고 다니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다. 작은 팔레트와 물감, 워터브러시, 키친타올, 작은 컵, 엽서 크기의 수채지만 있으면 된다. 

이것만 있으면 어디서든지 수채화를 그릴 수 있다


그림도구에 대해 더 많은 내용은 사탕고양의 블로그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soul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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