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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a Dec 09. 2021

대학입시? 아니, 학원입시!

영어학원 좀 가게 해주세요.

"내일 하루 휴가 좀 쓰겠습니다."

"어, 무슨 일 있나?"

"제 아이 입학시험이 있어서요"

"아이가 어리지 않나? 벌써 무슨 시험?"

"아... 영어 학원 입학시험이요..."

"...?"


11월 즈음되면 학원가 주변은 사람들로 바글바글해진다. 바로 레테(레벨테스트) 시즌이기 때문!!

영어만큼은 어렸을 때부터 잘 잡아주고 싶어서 영어유치원을 보내고 2년 정도 잘 다녔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영어 학원이라는 큰(?) 산이 또 남아 있다.


영어유치원과 초등부 영어학원과의 차이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레테를 보는 자세가 아닐까 싶다.

영어유치원은 크게 학습식 놀이식으로 구분되어 있고 나름 입학 테스트도 있지만 솔직히 그 어린 나이에 시험이 크게 작용하는 건 아닌 것 같고(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영어 실력을 테스트한다기보다는 영어 친밀도가 어느 정도 되는지 테스트를 보는 느낌이었다.) 당시에는 크게 부담도 없이 시험을 보았는데, 영어학원을 보내는 입장이 되어보니 완전 체감이 달랐다. 영어학원은 이제 어느 정도 한글도 잘 읽고 영어도 최소한 어느 수준 이상이 되어야 받아주다 보니 입학의 벽이 상당히 높게 느껴졌다.


영어학원 들어가기가 그렇게 어려운가


물론 영어학원도 학원마다 다르기 때문에 모든 영어학원이 들어가기 어렵다는 의미는 아니다. 소위 말하는 그 지역에서 유명한 영어학원을 보내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보통 블로그나 지역  카페, 교육과 관련 주제의 카페 글을 읽어보면 영어학원에 대한 비교 글과 후기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영어학원 입학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나 문제의 유형, 테스트 방식은 나도 인터넷을 통해 찾아보고 정보를 얻었다. 그리고 영어유치원을 다니며 원장 선생님께 어디가 좋은지 안 좋은 지도 들을 수 있었고.

처음에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제 막 학교를 들어가게 되는 아이들한테 테스트를 보게 하고 입학을 시키다니. 벌써부터 무언가 입시경쟁에 뛰어든 것 같은 느낌을 받았지만 2년간(또는 3년) 영어교육을 받고 그에 맞는 수준의 교육을 받기 위한 사전점검이라고 생각하니 뭐... 어느새 납득이 되어버렸다.

영어유치원을 나와도 영어학원 레벨테스트에서 떨어지는 아이들도 많다고 하는데 나는 우리 아이가 불합격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동안 아이가 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았고 즐겁게 영어를 배우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의 의심도 없었다.


학원쇼핑


학원에 따라 다르지만 레벨테스트 전에 먼저 오리엔테이션을 하는 곳이 많은데 보통 원장님들도 오리엔테이션 때 '학원 쇼핑'을 잘하고 좋은 결정을 하라고 이야기를 한다.

학원 쇼핑이 무슨 말인가. 학원을 여러 군데 가 보고 결정한다는 말인지는 알겠는데 쇼핑이라니. 단어가 좀 와닿지는 않는다.

나는 굳이 보내고 싶지 않은 학원까지 아이를 테스트 보게 하며 '학원 쇼핑'까지는 하고 싶지 않아서 정말 보내고 싶은 학원 두 군데 정도 골라서 레벨테스트를 신청했다.


레벨테스트 신청은 보통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하는데 아이돌 콘서트 예매를 방불케 한다. 넋 놓고 있으면 시험도 못 본다. 과장이 아니라 정말 1-2분 만에 좋은 시간 대는 다 마감이 된다. 다행히 나는 시간에 맞춰 광클을 했고 예약에 성공을 했다. (이게 뭐라고 진짜 예약 성공한 것만으로도 벌써 학원 다 보낸 기분이 든다.)


시험당일


이게 무슨 큰 시험이라고 이렇게 떨리는지,

별생각 없이 아이 손을 잡고 학원에 도착했는데 많은 사람들 속에서 이상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대부분 엄마의 손을 잡고 온 아이들이었고 간혹 할머니 손을 잡고 온 아이들도 보였다. 아빠는 음... 그래도 몇몇 아빠들이 눈에 보이긴 했다.

 

"아빠, 아는 것만 답 쓰고 오면 되는 거지? 아빠는 여기서 기다릴 거지?"

아이는 아무것도 모른 채 해맑다. 아빠 혼자 긴장하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 벌써부터 입시를 경험하게 해주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선생님 손에 이끌려 시험 보는 장소로 이동하는 아이를 보며,


'시험 없는 일반 영어학원을 보낼걸 그랬나'

'아니야, 그래도 영유 나왔는데 아이한테 맞는 학원을 보내야지'


수도 없이 마음속을 헤집고 다니는 생각 덕에 시험 보는 1시간은 금방 흘러갔다.


"시험 잘 봤어? 무슨 문제 나왔어?"

아빠는 물어보고 싶은 것이 산더미인데 아이는 같은  반 영어유치원 친구를 만났다며 아빠 말은 귓등으로 들은 채 친구랑 놀기 바빴다.


시험 보고 나온 아이 얼굴을 보니 시험을 잘 봤던 못 봤던 그건 중요한 게 아닌 것 같다.

어쨌든 우리 아이가 재미있게 시험을 보고 온 것 같아서 정말 대견스러웠다.




시험 결과는 학원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보통 1~3일 정도 사이에 문자로 알려준다.

우리 아이가 당연히 합격일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합격 문자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결과는 1차 레벨테스트 불합격. 충격이었다.   


'아니 왜? 이 정도면 이 나이에 정말 잘하는 거 아닌가?'


우리 아이가 불합격한 이유에 대해 고민해보지만 잘 모르겠다.


'근데 이유를 안다고 해서 뭐 달라질 게 있나?'


쓸데없는 고민거리라는 것을 금방 깨닫고 조바심은 다시 내려놓았다.

이번 시험은 아쉽게 떨어졌지만 다음 시험은 잘 되겠지. 아니, 잘 안되면 뭐 어때. 좀 못하면 어때.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고, 그리고 앞으로도 지금처럼 잘할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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