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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a Dec 07. 2021

영어유치원을 보내기까지의 과정

영유 vs 일유

사실 처음에는 영어 유치원(영유)에 보낼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일반 유치원(일유) 원장님으로 계시는 이모의 평소 영유에 대한 단점을 귀가 닳도록 들었던 이유도 있지만 아이가 한창 놀아야 할 시간에 공부만 하는 게 맞는 것인가 하는 고민이 컸기 때문이다.


어느새 마흔을 바라보고 있는 나도 어렸을 때부터 영어 조기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랐는데 우리 아이의 교육 환경을 보면 당연히 그때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진 않는다. 어릴 때부터 아이의 노는 시간을 줄여서 영어 교육을 시키느냐, 아니면 차라리 어린 시절 더 많이 놀고 영어는 다른 방법을 통해 가르칠 것인가 많은 고민을 하다가 아무리 부수적인 교육을 통해 배우는 영어보다는 양질의 수업을 시키는 영유가 더 나을 것이라는 판단에 영유를 선택하게 되었다.


유치원 원장님인 이모의 반대


이모는 현재 모 유치원 원장님으로 계시는데 미국에서 유학도 오래 하시고 유아교육에 대한 전문 지식이 많으셨다. 내가 유치원, 초등학교 때 기억에도 동요 연주회나 어린이 극장 등 이모를 따라다녔던 일들이 많이 떠오를 정도로 교육에 대한 이모의 기억이 많이 남는다.

그런 이모가 우리 아이의 영유 교육을 반대하다니...

일단 이모는 영어 유치원이라는 단어 자체를 부정한다. 영어 유치원이 아니라 영어 학원이라고.

물론 그 말도 맞지만 기본적으로 유아 시절에는 영유보다는 일반 유치원이 여러모로 낫다는 의견이다.  가장 큰 이유는 영어 유치원에서의 적응 문제와 교육 외 적인 부분(예절교육이나 유치원에서 배우는 협동심, 체험학습 등)의 부족을 단점으로 꼽았다.

일반 유치원 상담을 가서도 많이 들었던 이야기인데 내가 상담받으러 갔던 대부분의 일반 유치원 원장 선생님들 한테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유로 결정


이모의 반대 의견이 신경 쓰였지만 결국 영유로 결정. 이유는 간단하다. 영어를 학습이 아닌 언어로써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영유를 보내면서, 그것도 많은 숙제로 유명한 '학습식 영유'를 보내면서 학습이 아니라니... 내가 생각해도 아이러니하지만 일단 어렸을 때부터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최대한 노출시켜주고 싶었다.


영어가 수학처럼 배워서 아는 게 아니라 한글처럼 언어로써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다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숙제도 아빠와 함께 해결할 수 있다면,


다소 이상적인 아빠의 바람으로 결정된 영어유치원에서 아이는 기특하게도 아빠의 기대보다 적응을 훨씬 더 잘하고 있었다.


영유를 보내기로 결심했다면


영유를 선택한다고 해서 모든 고민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수업료 또는 셔틀버스 운행이나 건물의 구조 등 학원 주변 환경은 별개로 치더라도 가장 중요한 영유의 교육방향, 즉 학습 식이냐 놀이 식이냐의 차이가 매우 큰 고민거리가 된다.

말 그대로 학습식은 다소 많은 양의 숙제나 테스트, 프로젝트 활동 등을 통한 실력 향상에 목적을 두고, 놀이식은 학습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눈에 띄는 실력 향상은 적지만 영어의 적응에 초점을 둔다. 다시 말해 학습식은 숙제 등 집에서 부모의 역할(참여)이 매우 크다.


보통 주변에서 학습식 영유를 보내는 부모들은 많은 양의 과제와 힘들어하는 아이의 모습에 놀이식 영유를 보낼걸 하는 아쉬움을, 놀이식 영유를 보내는 부모들은 아이는 재미있게 다니는데 수업료에 비해 크게 늘지 않는 영어 실력에 아쉬움을 나타내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학습식 영유를 결정하게 된 이유


사실 고민은 크지 않았다.

영유를 보내느냐 일유를 보내느냐의 고민은 컸으나 어차피 영유를 보내는 것으로 결정했다면, 수업료와 아이의 아웃풋을 비교해가며 전전긍긍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학습식 영유를 다니며 아이가 적응에 힘들어한다면 그만 두면 될 문제이고.


6세부터 7세까지 2년간 학습식 영유를 다니며 느낀 점은 "참 잘 선택했다"라는 것이다. 물론 아이의 환경,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가 느낀 바로는 학습식 영유라 하더라도 교육에 대한 부모의 참여만 잘 이루어질 수 있다면 부모의 걱정보다 아이가 훨씬 더 잘 적응하며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부모의 참여가 매우 중요한데 나 같은 경우는 아이 할아버지가 영어 교육에 많은 역할을 해주시고 나 역시 퇴근 후, 그리고 주말 동안 아이의 영어 교육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부모가 여건이 되지 않는 경우 숙제를 위한 별도 과외 선생님이 필요하게 되어 추가로 영어 수업(숙제 등)을 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조심해야 할 부분


영어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를 보면 눈에 띄게 늘어가는 실력에 뿌듯해하며, 한편으로는 그 실력보다 훨씬 더 높아지는 나의 눈높이를 보게 된다. 아이는 충분히 잘하고 있는데도 아빠는 점점 더 바라보는 목표치가 높아지고 있었다. 어처구니없는 상황인걸 아는데도 마음(생각)이 그렇게 변하고 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아이는 부모의 생각보다 훨씬 적응을 더 잘하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부모의 욕심도 커지고 나도 모르는 사이 같은 반 다른 친구들의 실력에도 관심이 가게 된다. 우리 아이의 실력은 알겠는데 우리 아이의 실력이 같은 반 친구들과 비교해서 어느 정도인지가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이 정도의 호기심은 부모로서 당연히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이상의 관심, 즉 직접적인 비교를 하며 아이의 부족한 부분이 크게 보이기 시작한다면 심각한 문제로 이어지게 된다. 이 점을 가장 조심해야 하고 부모 스스로가 흔들리지 않게 매번 다짐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나 역시 주변의 소리에 휘둘리지 않는 연습을 하고 있다.



유치원 선택에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학습식 영유를 선택한 부분에 있어 정말 결정을 잘했다고 생각이 든다. 영어만큼은 아이가 거부감 없이 잘 받아들이고 있고 숙제하는 습관을 비롯해 학습 태도 부분에 있어서도 영유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는 것 같다. 어느 정도 공부하는 습관을 만들어 주고 나면 나머지는 아이가 스스로 터득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앞으로도 충분히 지원해주고 한 발 뒤에서 지켜봐야 할 부분은 아이에게 맡기고 지켜봐 주는 여유도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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