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a Dec 20. 2021

영어유치원을 통해  느낀 점

준비의 중요성

아이가 영어 유치원을 가게 되면 적응을 잘할 수 있을까?

엄청 잘하는 아이들이 간다고 하던데...

영어 유치원을 고민했던 가장 큰 이유는 아이의 적응에 대한 걱정이었다. 물론 비싼 수업료도 큰 고민거리 중 하나였지만 아이가 수업을 따라가지 못할까 봐, 그리고 부모가 모두 일을 하는 상황에서 아이의 숙제를 제대로 챙겨주지 못할 것 같아서 고민이 되었다.

영어 유치원의 숙제는 보통 엄마 아빠가 도와줘야 하는 문제들이 많다던데...

계속 고민을 하다가 그래도 주말이나 퇴근 이후 시간을 활용하면  될 거라는 믿음으로 나름의 해결책을 만들었다.


실제로 영어 유치원의 숙제는 어마 무시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겠지만 우리 아이가 다니는 곳에서는 부모의 도움 없이는 할 수 없는 숙제가 정말 많았다. 주제를 가지고 포스터를 만든다거나 실험을 하고 그 결과를 보드에 붙여서 발표하는 등 컴퓨터를 이용하여 출력하고, 가위로 자르고 풀로 붙이고... 엄마 아빠의 도움이 필요한 과제가 많았다. 물론 매일 내주는 숙제는 아니었지만 매일 있던 숙제도 옆에서 문제를 이해시켜주고 설명이 필요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와, 진짜 큰일 났다.


영어 유치원을 다니게 되었지만 상상 이상으로 많은 숙제에 당황스러웠다.

다행히도 영어 유치원을 다니는 건 재미가 있는지 아이는 적응을 잘하는 듯 보였고 나머지는 부모의 몫이었다. 이제 부모가 적응을 할 차례였다.


어린이집을 다닐 때부터 아이의 ·하원을 도와주신 할아버지가 영어 유치원도 맡아주시며 숙제를 봐주시기 시작했다. 아이 할아버지, 그러니까 우리 아버지는 무역 업무를 하시며 영어를 업무에서 사용하셨기 때문에 아이의 영어 숙제를 봐주실  있었다.


할아버지가 등 하원을 도와주시며 영어 숙제를 봐주시고, 아내보다 상대적으로 회사 시간을 좀 더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내가 퇴근 후에 그리고 주말에 나머지 숙제를 봐주면서 적응을 해나갔다. 정말 감사하게도 할아버지가 아이의 기본 숙제를 봐주셔서 숨통이 트일 수 있었다. 그러면서 할아버지는 아이의 영어 과외선생님이 되어 주셨고 아이도 할아버지를 많이 따르게 되었다.


무턱대고 영어 유치원만 보내면 될 문제가 아니었구나.


프로젝트 숙제는 보통 주말에 진행했다. 우드락 폼보드를 활용하여 무언가를 계속 만들어야 했고 시간이 많이 들고 힘이 드는 일이었지만 아이는 즐거워했다. 덕분에 노는 시간 외에도 공부를 하는 시간도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계속되었고 숙제도 하나의 놀이처럼 아이는 받아들이기 시작했다.(엄마 아빠한테는 매우 큰 숙제였지만)


할아버지가 아이 숙제를 봐주실 수 없었다면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아무리 출퇴근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고 해도 퇴근 후 늦은 시간에 아이를 붙잡고 숙제를 한다면 아이나 부모나 모두에게 힘든 일이 될 것이었고 집중을 제대로 못할 가능성이 크게 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집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일도, 아이의 숙제도 대충 할 수밖에 없게 되고 아이가 흥미를 잃어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숙제의 양은 학원마다 다르다. 다만 아무리 놀이식 영어 유치원이라고 하더라도 일반 유치원보다는 어느 정도의 숙제가 있을 것이고 특히 학습식 영어 유치원의 경우에는 엄마 아빠가 붙어서 숙제를 계속 봐줘야 할 정도로 양이 많다. 나는 이 부분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막상 상황을 마주해 보니 단순히 생각할 부분은 아니었다.

 



아이가 하나뿐이지만 만약 동생이 생긴다면 다시 영어 유치원을 보낼 수 있을까 생각을 해본다.

영어 유치원의 장점은 아이를 통해 직접 경험해 봤기 때문에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지금처럼 내가 퇴근해서, 그리고 주말에 아이의 숙제를 봐줄 수 있을까?

할아버지도 지금처럼 계속 아이의 영어 숙제를 봐줄 수 있을까?

아이의 교육에 직접 참여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은 솔직히 쉬운 일은 아니다. 나도 체력적으로, 그리고 가끔은 정신적으로도 힘들 때가 있는데 할아버지는 오죽하실까. 좀 더 현실적인 고민을 해보게 된다.


자녀 교육에 목표를 세우기 전에 부모가 스스로 그 목표를 수행할 수 있는 준비가 되었는지 돌이켜 생각해 본다.

교육의 목표는 아이만의 목표가 아닌 엄마 아빠가 함께 해야 하는 목표라고 생각한다. 부모의 눈높이에 맞춰진 목표 속에서 아이만 덩그러니 홀로 세워진다면 아이에게는 물론 부모에게도 힘든 일이  것이다. 영어 유치원을 준비하면서, 그리고 학습 과정을 지켜보며 교육에 대한 부모의 '준비의 중요성'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작가의 이전글 영어학원 레벨테스트에 대한 생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