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텐트 마케팅과 팬덤 마케팅의 비밀(1)
“이번에야말로 우리 회사가 해결해야 할 궁극적인 문제를 밝혀냈다고 생각한 순간,
한 단계 더 파고들어야 한다. 표면 뒤 이면의 숨은 소비자 요구를 파악하라.”
『미치게 만드는 브랜드』 – Emily Heyward
고객 여정 전반에 걸쳐 마치 나와 가치관이 통하는 친구를 만들어가듯 유대감을 밀도 있게 쌓아가는 브랜드가 있다. 처음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만족감을 넘어 점차 호감과 유대감이 깊어지고, 어느 새 또 다른 내 친구들에게 자연스럽게 자랑을 하고 추천을 하게 된다. 이토록 내가 푹 빠져버린 이 브랜드는 나에게 단순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니라 나의 가치관을 표현하는 또 하나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브랜드가 곧 나의 정체성의 일부가 되기까지, 열렬한 팬들의 결집력을 높이는 브랜드의 비밀은 무엇일까? 그 답을 찾아가는 시작은 바로 고객에 대한 관심이다.
인텐트 마케팅은 고객이 원하는 것 즉, 고객의 의도(인텐트)를 정확히 이해하고 이에 부합하는 정보, 서비스, 제품,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고객 관계를 구축하는 궁극의 마케팅 전략이다.
마케터라면 한 번 돌이켜 생각해보자. ‘고객 관점’을 외치며 시작했지만, 마케팅 업무를 하면서 고객은 점점 흐려지고 우리가 전달하고 싶은 말만 하고 있진 않은가? 진정으로 고객의 말을 경청하고, 그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에 답을 해주고 있는가?
마케팅, 브랜딩, 상품 기획 등 기업에서 하는 모든 일들은 고객이 의도, 즉 고객 인텐트가 출발점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고객 인텐트를 안다는 것은 곧 고객의 ‘WHY’를 알게 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고객의 ‘WHY’를 알게 된다면 그들의 문제에 깊이 공감하게 되고, 그들의 힘들어 하는 문제의 해결사가 되어줄 수 있다.
마케터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공하는 정보, 서비스, 제품, 경험 등은 ‘중간 산출물’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고객의 문제 해결이 결코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멈춘 기업은 결코 충성고객을 만들 수 없다.
고객 초점을 유지하며 고객의 의도를 경청하면서 고객과의 신뢰 관계를 계속해서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인텐트 마케팅의 핵심이다.
고객은 자신에게 물건을 파는 브랜드가 아닌, 같은 눈높이에서 공감하고, 친구가 되어 문제를 해결해주는 브랜드를 만났을 때 비로소 유대감과 충성도를 갖게 된다.
‘팬덤’은 공통적인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과 함께 공감과 우정의 감정을 특징으로 하는 팬들로 구성된 하위문화이다.
사실 팬덤은 아이돌 문화에서 시작되었다. 아이돌을 좋아하고 지지하는 팬들이 ‘어떻게 하면 내가 좋아하는 스타에게 행복과 감동을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이를 자신의 시간과 노력, 돈을 소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돌의 생일을 축하하는 팬들의 행동을 떠올려보자. 지하철역을 지나다 보면 스타의 생일을 축하하는 광고를 누구나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팬들의 행동에 감동받은 스타들의 인증샷도 SNS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팬들의 ‘자발적인’ 스타의 생일 광고를 통해 스타와의 더욱 친밀감 있는 관계를 맺게 되고, 나아가 이를 통해 다양한 잠재적인 팬을 끌어모으는 역할까지 하게 된다.
그리고 최근 사회적 가치에 기여할 수 있는 팬심으로 팬덤 문화가 한층 더 성숙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BTS와 아미(ARMY)이다. 유엔아동기금(UNICEF)과 BTS가 공동으로 진행한 ‘LOVE MYSELF’ 캠페인은 팬들의 적극적인 동참으로 4년간 360만 달러의 기부금을 모아 막대한 영향력을 끼쳤다. 금전적인 기부가 아니더라도 스타의 생일을 맞아 스타의 이름을 딴 숲을 조성하기도 한다. 이러한 팬덤의 선한 영향력은 사회적으로 많은 기여를 할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스타의 이미지도 점점 더 좋아지게 되고 팬덤의 규모와 영향력을 더욱 강력해지게 된다.
이러한 아이돌 팬덤처럼 마케터라면 누구나 우리 브랜드 팬덤을 만들고 싶어한다. 브랜드에 호감을 가진 소비자들이 강력한 충성도와 유대감 기반의 팬덤 커뮤니티로 성장하게 된다면 ‘자발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널리 퍼지게 하는 강력한 지지자가 생기는 것이다. 이 때의 핵심은 BTS의 메시지와 선한 영향력을 아미(ARMY)가 공감하여 지지하는 것처럼,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소비자가 추구하는 가치가 같았을 때 브랜드 팬덤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단순한 호감을 넘어 충성도를 기반으로 자발적으로 행동하는 팬덤은 기업과 브랜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중요한 동력이 된다. 라자 라자만나르의 『퀀텀 마케팅 Quantum Marketing』에서는 충성도(Loyalty)를 네 계층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가장 낮은 등급으로 가장 사무적이고, 주로 가치의 교환이 발생한다. 소비자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 대가를 치르거나 또는 어떤 일을 하고 그 대가로 무언가를 얻는다.
관계 속에서 기업과 소비자는 노골적으로 또는 은밀하게 서로에게 헌신하다. 이는 약속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상호 기대가 있음을 뜻한다. 이 관계는 유동적이며 강도 면에서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기업이 나의 존재를 모를지라도 사람들은 열성 팬으로서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을 열렬히 표현한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을 타인에서 보여주면서 큰 자부심과 어느 정도 정체성을 얻는다.
충성도의 가장 높은 단계로 대가를 바라는 기대감을 초월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소비자는 무언가에 대해 깊은 관심을 나타내고 전적인 지지를 보낸다. 그리고 그 대의명분이나 목적을 위해 계속 전념한다.
고객과의 관계는 한 번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최상단의 충성도를 가지고 지지하는 고객과의 관계가 되기까지 기업은 고객의 말을 경청하고, 계속해서 그들의 문제 해결을 도우며 관계를 구축해나가야 한다.
기억나는가? 이것이 바로 앞에서 설명했던 인텐트 마케팅의 정의이다.
고객이 열렬한 팬이 되어 우리 브랜드를 응원하고 지지해준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브랜드 팬덤을 구축하고 싶은 한 사람의 마케터로서 강력한 팬덤의 비밀을 찾고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확실한 것은 그 시작과 끝에는 ‘고객’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인텐트 마케팅과 팬덤 마케팅은 결국 동일한 북극성 지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