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보내기
오늘은 수능일이네요.
매년 이맘때면 떠오르는 기억을 보내고 싶습니다.
아무도 챙겨주지 않았던 그날
저는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초년생이었고, 남동생은 수능을 앞둔 고3 수험생이었습니다.
당시 우리 가족은 각자의 자리에 흩어져 있었어요.
별거 중이신 부모님, 타지에서 직장 생활하는 저와 여동생.
그리고 홀로 집을 지키던 남동생.
무뚝뚝한 아버지도, 멀리 계신 어머니도,
바쁘다는 핑계로 떨어져 있던 저희 자매들도
누구 하나 동생의 수능날을 챙기지 않았습니다.
삼각김밥 하나로 버텨낸 그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동생은 그날 아침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사들고 수능 시험장으로 향했다고 해요.
다른 친구들은 따뜻한 도시락을 싸왔을 텐데,
차가운 포장을 벗기며 대충 먹었을 동생을 떠올리니
그 차가운 삼각김밥만큼이나 제 마음도 싸늘해졌습니다.
동생은 담담하게 그날을 이야기했지만,
저는 한동안 죄책감에 괴로웠습니다.
'어떻게 우리가 이렇게 무심할 수 있었을까?'
그 마음이 오래도록 저를 괴롭혔죠.
시간이 가르쳐 준 것들
다행히도 대학생이 된 동생과 매년 연말마다 고향에서 시간을 보내며 조금씩 가까워질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 우리 모두 힘들었었다. 막내이지만, 집에서 장남이라 생각했다.'
라는 동생의 말에서 성숙한 책임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첫째라는 부담만 가졌지,
진정한 어른으로서의 역할을 더 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오히려 동생의 성숙한 모습에서 제가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죠.
그리고 진정한 어른다운 어른이 되어야겠다는깊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응원을 보냅니다
오늘 수능 보는 수험생들에게
과거 그날의 동생같은 학생들이 없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이 가족의 따뜻한 응원 속에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좋은 결과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