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선호 Feb 26. 2019

봄의 과수원으로 오세요


<봄의 과수원으로 오세요>

13세기 페르시아의 신비주의 수피즘의 창시자이자 시인이며 법학자였던 루미(무울라나 잘랄에딘 모함마드 루미 ;  Jalāl ad-Dīn Muhammad Rūmī  , 30 September 1207 – 17 December 1273)의 대표적인 시 <봄의 과수원으로 오세요>를 번역본으로 읽고 몇 마디 좀 덧붙여 본다. 우리나라에서 번역된 것은 두 가지가 있다. 우선 2014년 시집으로 발행된 번역본은 다음과 같다.

<봄의 과수원으로 오라. 여기에는
볕이 있고 포도주가 있고
석류꽃 그늘 아래 달콤한 연인이 있다
그대 만일 오지 않는다면
이 모두 아무것도 아니다
그대 만일 온다면
이 모두 아무것도 아니다>

우선 이 번역본은 시적인 의미는 하나도 없고 그저 단어를 번역한 것에 불과하다. 때문에 서정성이나 감성이 결여되어서 솔직히 시적인 느낌이 전혀 살아나지 않는다.
 또 다른 하나의 번역본은 이렇다.

<봄의 과수원으로 오세요
석류꽃과 촛불과 술이 있어요
당신이 안 오신다면
이게 다 무슨 소용이겠어요
당신이 오신다면
또한 이게 다 무슨 소용이겠어요>

이 번역본은 나름 충실하게 뜻도 전달되고 감성도 꽤나 전달력이 있다. 실제 원문은 페르시아 어이기 때문에 실제로 해석할 수가 없고 페르시아 원문을 영어로 번역해놓은 Coleman Barks의 영문시를 우리말로 번역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앞서 번역된 시도 아마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럼 Coleman Barks의 영문시를 보자.

“Come to the orchard in Spring.
There is light and wine, and sweethearts in the pomegranate flowers.
If you do not come, these do not matter.
If you do come, these do not matter.”

위의 해석 중에 'sweethearts'가 들어 있는 두 번째 행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원문에 충실하게 한다면 '석류꽃에 빛과 술과 연인이 있어요'가 되는데 의미상으로 해석한다면 sweethearts'는 '연인' 보다는 고어에서 주로 사용하는 '사랑'의 의미로 번역하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따라서 이렇게 의역을 해서 보면 이렇다.

"봄의 과수원으로 오세요
석류꽃 속에 빛과 술과 사랑이 있어요
당신이 안 오신다면
이게 다 무슨 소용이있겠어요
당신이 오신다면
또한 이게 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한편 중국어 번역본도 이와 거의 유사하지만 애석하게도 우리말처럼 애틋한 뉘앙스의 전달은 훨씬 덜하다. 즉 존댓말로 살갑게 번역이 불가능한 언어적 특성 때문이다. 영어도 이런 부분은 동일하다.

春日里来看兰花吧
在石榴花丛中
有光 有酒 有甜心
若你不来
她们无碍;
若你来
她们也无碍

鲁米

결국 이야기를 하다 보니 우리말로 표현된 살가운 번역이 훨씬 아름답고 또 내면에 담긴 애틋한 감정을 잘 나타내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실제 그렇기도 하다.
이제 봄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어서 루미의 의미 있는 시 한 편 읽어보고 싶었다. 그리고 여러 분들께 들려주고 싶었다.

괄호 열고 그런데 떠나간 우리님은 언제 오시나. 봄의 과수원으로 오시라면 오시려나 ㅋ 괄호 닫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