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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J Oct 01. 2024

가족에게서 독립: '과거의 나'와 이별

상처와 오해 속에서 나를 발견하다

가족은 언제나 우리 삶에서 가장 가까우면서도, 때로는 가장 큰 갈등을 일으키는 존재일 수 있다. 나에게도 최근 추석에 가족과 여행에서 그런 순간이 있었다. 이번에는 어린 남동생과 그의 외국 국적의 아내(올케)와 처음 떠나는 가족 여행이었는데, 오해와 갈등을 통해 나 자신과 가족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문제의 상황


가족들과 함께한 여행은 생각만큼 순조롭지 않았다. 아빠 건강이 안 좋아진 뒤로 근래 몇 해 동안은 가족여행을 가게 되면 여행 경비는 대부분 내가 부담했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훨씬 소중하기에 내가 감당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하지만 여행 가기 전부터 올케는 내내 아팠고, 함께하는 자리에 나올 때마다 불편해 보였다. 나는 그 불편함이 단순히 아픈 것 때문이 아니라, 아빠와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오해했다.


여행 중 나는 올케에게 “아픈 거 말고 다른 이유가 있는 거 아니야? “라고 물었다. 이 질문은 의도치 않게 올케에게 상처를 주었다. 올케는 아픈 상태에서도 가족과 함께하려고 노력했지만, 나의 질문을 듣고 화를 내며 이렇게 말했다:


 “언니, 제가 아파서 그러는데 왜 저를 혼내요? 어떻게 해야 하냐고요?”


나는 이 말이 당황스러웠다. 사실 나는 아빠와의 갈등이 불편해서 그런 거냐는 질문을 하고 싶었지만, 그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고, 오해는 커졌다. 결국 진심을 털어놓고 화해하기는 했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여행이 끝난 후, 남동생이 다음날 엄마와 나에게 빌린 돈에 대한 이자 지급이 어려울 것 같다고 전화했다. 가족끼리 무슨 이자를 받는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차량 구매에 대한 자금을 빌리고 이자를 주겠다는 약속은 남동생 내외가 한 것이었기에, 좋은 교육의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했고, 수긍했었다. 나는 이 모습을 보고 약속을 쉽게 져버리는 남동생 부부에 실망했고, “다음에는 여행 경비를 함께 부담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게 되었다. 하지만 올케는 이 말을 또 다른 혼내는 말로 받아들였다. 


 “언니, 저한테 실망하는 만큼 저도 너무 실망입니다. 아픈 사람한테 다른 문제 있냐고 말하는 거,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어요? 돈 낸다고 모두가 언니 눈치를 봐야 하나요?”


이 메시지는 나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나는 그 상황이 지치고 더 이상 대답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 결국 올케를 차단했다. 남동생도 “연락하지 말아 달라”라고 부탁했고,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연락을 끊게 되었다.


올케의 입장: 외국인으로서 가족과 타인 사이의 문화차이와 갈등


올케 역시 힘든 상황에 놓여 있었다. 한국과 중국, 호주에서 공부하며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그녀는 한국에 와서 남동생과 함께 가정을 꾸리고자 했지만, 남동생이 아빠와의 관계에서 받은 상처를 지켜보는 일이 그녀에게는 큰 부담이었다. 그녀는 자신도 남동생과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에서, 그리고 옳은 말을 해야 한다는 문화적 배경에서 갈등을 겪었고, 그 과정에서 내가 던진 질문들이 그녀에게 상처가 되었을 것이다.


나의 깨달음 1: 나의 기준과 가족의 현실


이번 갈등을 통해 나는 나 자신이 항상 높은 기준을 스스로에게 적용하며 살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착해야 하고, 성공해야 하고, 베풀어야 한다”라고 평생을 그려왔지만, 그 기준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불편함을 주었을 수 있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가족에게도 완벽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이 나 자신을 억눌렀고, 이번 경험을 통해 그 부담에서 벗어나고 싶어졌다.


나의 깨달음 2: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것


갈등 속에서, 나는 상대방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특히 올케가 아픈 상황에서 나의 질문은 그녀에게 큰 상처를 주었고, 그로 인해 서로의 감정이 격해졌다. 나는 상대방의 상황과 감정을 더 깊이 들여다보지 못한 채 나만의 생각으로 올케를 판단했고, 그 결과 큰 오해가 생긴 것이다. 앞으로는 더 조심스럽게 타인의 입장을 생각하고, 그들의 감정을 헤아리기로 다짐했다.


나의 깨달음 3: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의 나의 역할


마지막으로, 나는 이번 경험을 통해 가족 내에서 나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맏이로서, 누나로서, 항상 가족을 보호하고 챙겨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었지만, 이제는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더 가져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나는 더 이상 가족에게 모든 것을 바치기보다는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내가 행복해져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결론: 회복은 시간과 이해로부터


가족 간의 갈등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나와 올케, 남동생과의 오해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풀릴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성숙해져야 하며, 상처가 회복되지 않더라도 그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이번 경험은 나에게 소중한 깨달음을 주었고, 나는 앞으로 더욱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다.


우리는 가족이기에, 결국 서로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으로 조금 더 성숙하게 다시 회복된 우리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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