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OLGONG Jan 08. 2020

우리가 맞이할 최고의 해피엔딩

놀공의 월페커즈 개발기 -1부-

게임으로 마음의 벽을 허무는 일 

분단과 통일에 관한 가장 친근하고  경험, 월페커즈 분단과 통일에 관한 가장 친근하고  경험, 월페커즈 


놀공은 주한독일문화원과 액티브 씨어터 <빙파우스트>*를 런칭하고 6년 넘게 독일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독일문화원은 종종 평양을 방문하고 있으며 다양한 문화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작 분단의 당사자인 우리는 무얼 하고 있는가’ 자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분단과 통일은 너무나 거대하고 정치적인 문제라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중, 베를린장벽문화재단 관계자와 자리를 함께할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벌써 4년 전, 미팅이었지만 아직도 기억나는 것이 있습니다. 독일 통일 후 3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은 문제가 있으며 통일을 해석하는 다양한 관점이 생겨났지만 그럼에도 ‘통일은 독일인이 경험한 최고의 해피엔딩었다’는 말이었습니다. 


베를린장벽기념관을 둘러보며.


분단의 역사가 어느덧 60년을 넘긴 우리의 사정이 자연스레 떠올랐습니다. 긴 시간 동안 남과 북은 얼마나 멀어졌을까요? 분단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에게 분단의 아픔과 통일의 가치를 이야기해야 하는 독일과 분단이 자연스러운 세대에게 통일을 이야기해야 하는 한국. 두 나라의 입장은 다르지만 통일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이때부터 놀공은 독일과 한국이 품고 있는 분단과 평화에 관한 이야기를 게임으로 풀어서 DMZ에서 베를린장벽까지 이어보겠다는 아이디어를 가슴에 품었고 이것이 바로 <월페커즈>*의 시작이었습니다. 

베를린장벽문화재단과 주한독일문화원을 파트너로 맞아 <월페커즈>를 한창 기획하던 중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놀라운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바로 2018년 4월, 평화의 봄이 시작됨을 알린 ‘판문점선언’이었습니다. 통일과 통일교육에 대한 관심이 전에 없이 뜨거웠던 그때를 기억합니다. 게임을 통해 물리적인 벽이 만든 마음의 벽까지 무너지길 바라는 놀공의 생각이 상상만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 역시 생겼습니다. 


매일매일 뉴스가 정말 '뉴스'였던 2018년 봄.


2020년 1월 17일은 <월페커즈> 공식 런칭 1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공식 런칭 이후 <월페커즈>는 독일의 베를린장벽문화재단과 한국의 DMZ를 거쳐 시민청, 부산대학교 등에서 일반 관람객을 만났습니다. 또한 학습용 키트로 개발되어 전국 초등학교에 배포되기도 했습니다. 마음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어찌 보면 공허한 한 문장에서 시작했지만 <월페커즈>는 정말로 벽을 부수며 분단에 대한 고찰과 통일에 대한 구체적인 상상을 하게 되는 디지털 게임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앞으로 <월페커즈>의 지난 1년간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월페커즈>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대략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넘어가는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많은 기대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빙파우스트>: 독일을 대표하는 작가 괴테의 <파우스트>를 게임으로 재해석하고 관객 체험형 연극과 결합한 놀공의 대표 프로젝트. 14개국의 도시에서 수차례 진행되며 매진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월페커즈>: 월페커즈Wallpeckers는 1989년, 베를린장벽 붕괴 당시 못과 망치, 곡괭이를 가져와 장벽을 부쉈던 사람들을 지칭하는 단어. 

*놀공은 주한독일문화원과 공동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의 협력 및 베를린장벽재단의 전문 지원을 받아 <월페커즈>를 개발했다.

작가의 이전글 게임이 암환자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