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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스카이 Oct 04. 2022

갑자기 창업이요...?

스타트업 제너레이터, 앤틀러 배치 1 후기를 공유합니다.

한창 퇴사 프로세스가 진행될 무렵 나는 이직이 과연 맞는 답일까 고민하고 있었다. 

회사라는 곳에 계속 다닐 수 있을까, 이 길밖에 없는 걸까 라는 고민을 하면서 Linkedin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을 때 Antler 대표 파트너 지호님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요약하면) 창업해보지 않을래...?


창업...?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부모님이 사업을 하셨고, 대학 입학 전 4년 등록금을 줄 테니 창업하라고 하셨었다. 진짜 의미 있는 일은 대학밖에 있다면서... 그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딸 인생을 두고 이렇게 쉽게 말할 수 있나 싶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 엄마 아빠가 맞았고, 진짜 멋있었다. 그 돈 지금 다시 주시면...


DevRel 담당자로 일하면서도 가장 갈증이 있었던 부분은 비즈니스와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기술 조직은 비즈니스와 밀접한 관계 안에서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데, 늘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조직에서 나는 늘 이 조직이 왜 바쁜지 알아내야만 했는데, 매주 진행되던 부문 회의에 참석하지 않게 되면서 더 그 거리감은 크게 느껴졌다. 기술 조직이 개편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도 왜 이런 변화가 필요한 것인지, 목적 조직의 그 "목적"이라는 것은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 더듬더듬 대략적인 형태만 파악하는 느낌이랄까...?


대략 이런 게임을 하는 느낌...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정말 창업까지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 과정을 통해서 실전 비즈니스의 기초만이라도 배울 수 있다면 그것 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결정했다. 




Antler가 뭐야?

앤틀러는 글로벌 스타트업 제너레이터이다.

지난 4년 간 전 세계적으로 400 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뉴욕, 베를린, 런던, 싱가포르, 시드니 등 주요 글로벌 스타트업 허브 도시에 16개의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Day 0부터 함께한다 라는 메시지를 가지고 예비 창업자들을 교육시키는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이다.



교육 과정 

앤틀러의 교육과정은 Phase 1,2로 나눠지는데, 내가 참여한 Phase 1만 좁혀서 보면 크게 3단계 과정으로 나눠진다. 


팀빌딩 및 아이디어 검증 

Track Out (팀과 아이템을 검증하여 Pre-seed 유치를 위한 투자 위원회 갈 팀 1차 Screening) 

투자위원회 (IC/ pre-seed 투자 유치) 


  --> 총 10주 과정 


투자 위원회까지 Track Out을 1차 목표로 팀빌딩 그리고 아이디어 검증을 위해 아이디어 스프린트는 총 7회, 부트캠프는 총 5회가 진행된다. 자유롭게 팀을 구성하고, 사업 아이템 또한 팀 내 구성원들이 결정한다. 아이디어스 프린트와 부트캠프는


문제점 - 설루션 - 비즈니스 모델 - GTM - 시장 크기 - 경쟁 현황 


상황과 아이템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략 이런 구성으로 짧게는 5시간에서 길게는 27시간 동안 사업 아이템을 develop 한 이후에 Pitch를 진행한다. (네, 리서치부터 피칭 연습까지 다 하셔야 합니다 ㅎ)


Track Out은 "당신은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라는 의미인데, 팀과 아이디어 검증이 완료되었으니 이제 세상 밖으로 나가서 실행할 단계라는 것이다. Track out은 정해진 기간이 있는 것은 아니고 5주 동안 언제든 가능하다. 우리 팀은 8월 19일 트랙 아웃을 했으니 꽉 채워 팀빌딩과 아이디어 검증을 진행한 셈이었다.


아이디어 스프린트와 부트캠프는 정말 고통 그 잡채.. 농도 짙은 배움의 시간이었다.

아이템을 발굴하고 데스크 리서치와 지인 인터뷰를 통해 빠르게 검증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한 이후에 이를 Pitch를 해야 한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분야에 대해서 누구보다 자신 있게 청자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하며 질의응답까지 가능해야 한다. "저.. 이거 한지 4시간밖에 안돼서 잘..."이라는 건 통하지 않는다. 현장에서 나는 이 아이템을 들고 실제로 창업을 하려는 창업자이다. 


아이템 선정은 자유지만 팀원 개개인의 전문 분야와 연결되어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나의 사례로 말해보자면, 첫 번째 아이템이 유전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건강관리 설루션이었고, 다음 아이템은 이벤트 기획이었으며 세 번째 아이템은 농수산물 유통이었다. 


유전자 데이터에 대해서 내가 뭘 알았겠냐고...ㅎ



Team BRICKS

우리 팀은 오프라인 쇼핑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했다. 

오프라인 쇼핑을 위한 O4O서비스로 온라인의 편리함을 오프라인 쇼핑에 연결시켜보자 라는 것을 기반으로 사업을 계획했다.  8월 19일 트랙 아웃을 시작으로 투자위원회 IC까지 약 4주간 B2B 영업을 통해 총 3개의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했고, 100여 명의 고객, Paying Customer는 4명을 확보할 수 있었다. 작고 소중한 우리 고갱님덜


1. 위치기반 주변 오프라인 매장 정보 제공 

2. Pick up 서비스 

3. 방문 예약 서비스


MVP는 노코드 툴을 이용해 만들었고, 전혀 부끄럽지 않은 척했지만 사실은 매우 부끄러웠다. 

하지만 MVP가 부끄럽지 않으면 너무 늦은 것이다 라는 말을 응원삼아 주변에 열심히 홍보했다. 아묻따 가입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평생 잊지 않을 거야...


결과는?

BRICKS팀은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그런데... 

투자 유치와 동시에 Pre-seed 투자를 포기했다.

Global Antler에서도 전례 없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하던데..ㅎㅎㅎ


BRICKS 팀의 대표로서 IC(투자위원회)까지 앞만 보고 달려왔다면, 투심 이후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팀과 아이템을 바라봤다.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실책이라고 생각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을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아직 벗어나지 못한 직장인의 안경을 쓰고 하나의 프로젝트처럼 이 과정을 대했던 나의 실수였다. 


8월의 문수민


결국 고민 끝에 팀을 해산하고 투자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Antler 찐 회고

우리나라에서는 첫 번째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만큼 레퍼런스가 없었기 때문에 의심스러웠다.

물론 창업 결심 - 퇴사가 아니라 퇴사 결심 - 창업..?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이직 등과 같은 다른 옵션을 제치고 진행할 만큼 가치가 있을만한 일인지 고민되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성인이 되고 결정한 일 중 가장 잘한 일이 아닐까 싶다. 


1. 성장 

앤틀러에 합류하기 전 연쇄 창업을 하셨던 여성 창업가 분의 인터뷰를 들었다. 경제적으로도 자유로울 만큼 성공적이었던 엑싯을 하고도 왜 다시 창업을 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일은 없는 것 같다고 하셨다. 스스로 3개월이라는 시간을 겪어보니 (물론 그분의 경험에 비할바가 아니지만) 그 대답이 절절히 느껴진다. 회사에서 몇 달에 걸쳐 배우고 익힐만한 것들을 짧게는 하루, 이틀 안에 예비창업자들 간의 대화 속에서 배우고 경험할 수 있었다. 또한 다양한 분야에서 실제로 창업을 하셨던 분들의 마스터클래스, VC분들과의 Q&A 그리고 훌륭한 코치님들과의 정기 세션까지 하나하나 다 적기 부족할 만큼 수많은 성장의 기회가 나를 위해 준비되어있었다. 


2. 함께하는 성장 

총 80명의 예비 창업자들과 함께 이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최종 3-50%의 팀만이 선발되어 Phase 2로 간다 라는 것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경쟁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80명의 조합이 정말 신기했는데, 나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온 사람들, 창업을 했던 사람들을 포함해, 의사, 약사, 변호사, 사회복지사 등등 내가 살면서 특정 장소가 아니고서는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 다 모여있었다. 이 짧은 시간 동안 각자의 일에 몰두하기도 바쁠 것 같은데 사실 현장에서는 이야기 나누고 서로 아이템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기 바쁘다. BRICKS도 아이디어를 내가 발굴했을지언정 나 혼자만의 아이디어라고 말하기 부끄러울 만큼 많은 사람들이 좋은 방향과 새로운 시선을 제시해주셨고 이를 통해 다듬어질 수 있었다. 


창업에 대해 고민하고 있지만 시작이 두려운 많은 사람들을 위해 꼭 추천하고 싶은 프로그램이다. 

앤틀러와 함께가 아니었다면 9월 서울 창업 허브에서 피칭하고 있는 나는 없었을 것이다. 


2022년 9월, 투심장에서

 

그래서 앞으로...?

맨날 말로만 쉬어가고 싶다고 했는데, 앞으로 진짜 쉬어보려고 한다. 

퇴사를 고민하던 연초부터 6개월간, 그리고 퇴사 직후 시작한 앤틀러 프로그램이 진행된 3개월간 밤낮없이 달려왔고 몸 곳곳에서 쉬라고 소리 지르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내가 밤을 샐 수 없는 인간인줄알았는데 앤틀러는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ㅋ 그것도 여러번...


파워 J인 나는 정해진 계획이 없으면 불안했다. 그런데 처음으로 계획 없이 뭘 하겠다는 결정 없이 쉬면서 상황에 미래를 맡겨보고 싶다. 지난 8월 장기적인 그림 없이 달려왔기 때문에 눈앞에 결과물을 포기해야 했던 그 상황을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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