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man Techmakers 발표 Recap
퍼스널 브랜딩 교육을 시작하고 또 창업 준비하는 과정에서 수차례 피칭을 진행하면서 여러 사람 앞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에 익숙해질 법도 한데, 나에게 주어진 시간과 주제 그리고 대상에 따라서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는 "발표"가 아직은 부담스럽고 어렵기만 하다.
이런 부담을 이겨내고 좋은 기회를 통해 Woman Techmakers 2023:Dare to be에서 Dare to be yourself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발표를 준비하면서 몇 가지 목표들이 있었는데, 먼저, 퍼스널 브랜딩의 골자인 나 스스로를 찾고 또 나 스스로를 기준 삼아 주체적인 결정을 해 나가는 과정을 발표를 통해 전달하고 싶었다. 그리고 실용적인 내용을 전달하고 싶었다. 들을 때는 귀에 좋고 재밌지만 흘러가버리는 내용이 아니라 발표를 들은 이후에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고 또 더 나아가 행동하게 하는 그런 발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들으시는 분께 이렇게 전달되었을지는 모르겠지만 발표가 끝나면 아직은 아쉬움만 남는 건 어쩔 수가 없어서 (저만 그런가요 ㅎㅎㅎ) 이렇게 글을 통해 다 못다 한 이야기를 정리해두고자 한다.
지난 2022년 7월 퇴사 이후부터 최근까지 크고 작은 결정들을 내리고 또 다양한 일을 해왔던 나의 심리적인 상태를 그래프로 그려보면 속사정은 오른쪽 그래프와 같았다. 무척이나 흔들렸고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물론 지금도 ^^) 방향성을 잡지 못해서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스스로를 자책하고 질타했다. 나 같은 게 무슨 생각으로 퇴사하고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거냐고, 나 같은 게 무슨 깜냥으로 교육을 하겠다고 나선 거냐고.
이런 혼란의 정점을 찍은 게 바로 2023년 1분기였다. 1월부터 시작된 깊고 기다란 슬럼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고 뭔가를 하겠다는 의욕이 사라지면서 자기혐오만 남았던 두 달. 지금 와서 보면 두 달이 그렇게 긴 시간인가 싶은데 그 과정을 겪어내는 당시의 나는 하루가 너무 길어 그냥 다 끝내버리고 싶었다. 이런 시간을 보낼 때는 이겨내고자 무언가를 시도해 보자 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나아지고 이겨내기 위해서 뭘 해야겠다는 생각도 안 들고 내 부정적인 생각에 잠식되는 것 같다.
2월 말부터 정신을 차리고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사람들을 만나 하소연을 하는 것이었다. (이 기회를 빌어 시간을 내어 저를 만나주시고 칭찬과 위로 그리고 조언을 아끼지 않아 주신 모든 분들 감사드립니다. 꼭 갚을게요...!) 과거에 회사를 함께 다녔던 동료들, 창업을 함께 준비하는 사람들 그리고 또 선배 창업가들까지 많은 분들을 만나 하소연도하고 조언도 구했다.
이렇게 만났던 많은 분들이 링크드인이랑 브런치를 통해 소식을 잘 듣고 있다고 이야기해 주셨다. 몇몇 분은 생각만으로 하는 일들을 직접 해 나가고 있는 게 대단하고 멋있다고 칭찬도 해주셨는데, SNS와 블로그 채널들을 통해 내가 뭘 하면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듣고 계신 분들의 시선으로 보면 나의 지난 7-8개월은 확신에 차서 곧고 흔들리지 않는 직선 같은 시간들이었을지 모르겠다. 좋은 결과가 있었던 시도만 자신에 차서 공유했으면서도 웃기게 외부에서 내가 잘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에 놀랐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 조금씩 회복해 나갈 수 있었다. 물론 지인들의 응원과 조언 덕분도 있었겠지만 '다 이렇겠구나'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고민과 고뇌의 시간은 혼자가 되고 싶으면서도 좋은 일은 알리고 싶은 마음은 다 똑같겠구나. 그러니까 내가 보는 나는 흔들리는 곡선일 수밖에 없고 남들은 직선으로 보일 수밖에 없겠구나.
슬럼프의 시간을 다시 돌이켜보면 저렇게 흔들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바로 나만의 기준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만의 기준을 명확히 하고 선명한 기준을 통해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라 덮어두고 어림직잠하면서 내렸던 결정이었기 때문에 사업을 잘해나가는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또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끊임없이 나와 비교하고 이는 다시 나를 생각의 구렁텅이에 밀어 넣었다. 그래서 다시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했다. 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나만의 기준을 세우기로 결심했다. 퍼스널 브랜딩에서 제안하는 방법을 실제로 내가 적용해 가면서 나만의 방식으로 시도한 내용을 공유한다.
나의 기준을 수립하기 위해 가장 첫 번째로 수행했던 것은 나에 대해서 탐색하는 것이다.
나의 강점과 약점 그리고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살펴보는 과정이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특히 면접에서도 많이 들어볼 법한 강점과 약점은 쉽지 않은데, 왜 쉽지 않은가를 보면 내가 생각하는 나와 다른 사람이 보는 내가 차이가 있기도 하고(혹은 내가 생각하는 나에 대해서 자신이 없기도 하고), 나라는 사람이 입체적이기 때문이다. 어떤 그룹에 있는지 어떤 환경에 있는지에 따라 나의 모습과 행동은 조금씩 달라지는데 이런 "나"의 이미지가 굉장히 광범위하고 벙벙하기 때문에 이런 질문에 선뜻 대답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 나를 쪼개는 작업부터 진행했다. 내가 수행하는 나의 다양한 역할을 리스트업 하고 각각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 나는 어떤 일을 해내고 있는지를 작성해 보면 조금 더 쉽게 나의 강점과 약점 그리고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구분해 볼 수 있다.
여기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포함해서) 내가 생각하는 나의 강점에 자신이 없어한다. 내가 정말 이런 강점을 가지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 이럴 때는 주변에 가볍게 물어보면 도움이 된다. 동료나 지인들에게 내가 어떤 강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지 내가 어떤 것들을 잘하는 것 같은지 물어보면 의외로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나에 대한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탐색 과정을 통해서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잘하는 것 그리고 못하는 것을 뽑아내봤다면 이것을 다시 맵핑해 보는 과정을 통해서 나만의 기준을 수립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면서, 잘하기까지 하는 것이 있다면 이는 나의 커리어에 기반이 되어주는 것들이다. 앞으로 커리어 안에서 크고 작은 결정을 내릴 때 기준점이 되어주는 뿌리 같은 부분이다. Next 커리어를 생각할 때 이 안에서 고민해 볼 수 있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에도 어떤 역량을 발휘하여 성과를 내고 평가에서 어필할 수 있는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다.
내가 좋아하지만 잘 못하는 것은 중/장기 커리어를 위해 개발이 필요한 것들이다. 지금 당장 잘하진 못하더라도 교육과 공부를 위해서 개발할 수 있는 부분. 그리고 내가 싫어하지만 잘하는 것들은 일종의 치트키로 활용할 수 있다. 반복적으로 쓸 수는 없지만 필요시에 꺼내서 쓸 수 있는 특수한 스킬 같은 것. 단, 한번 쓰고 나면 다시 게이지가 차오를 때까지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ㅎㅎㅎ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일 수 있는데 바로 내가 싫어하는 게 못하기까지 하는 영역이다. 나도 사람인지라 내가 못하면서 싫어하기까지 하는 것들은 그냥 덮어두고 무시하고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역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인지해야만 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 정도인데, 일단 포기하기 위해서 인지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한정된 리소스로 일을 해내고 하루를 살아내는데 그렇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이 필수적이다. 좋아하면서 잘하는 것 그리고 좋아하지만 개발이 필요한 것에만 쓰기에도 우리 시간은 부족하다.
강점이 뾰족한 사람 VS 약점이 없는 사람
길지 않은 시간 회사에 근무하면서 나는 신입 때부터 임원 직속으로 근무했었다. 감사하게도 C레벨을 포함하여 다양한 조직을 이끄는 임원분들 가까이에서 그들이 업무하고 또 조직을 이끌기 위해서 다양한 고민을 하시는 것을 지켜볼 수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면서 성공적으로 커리어를 쌓아 임원으로 근무하고 계신 분들은 다 강점이 뾰족한 사람들이었다. 누군가는 그들의 능력을 의심하면서 수군댈지라도 옆에서 지켜보먼 어느샌가는 느껴진다. 이 사람이 이 자리에 있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조직 내에서의 역할을 기대받는 대로 잘 수행하기 위해서 내가 부족한 점에만 신경 쓴다면 자칫 일 잘하는 흔한 일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강점을 잘 알고 이를 뾰족하게 다듬어 나가야 대체할 수 없는 누군가가 될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의지하기 위해서이다. 그냥 단순히 포기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약점을 강점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의지하고 그와 함께 일하며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 이 부분을 꼭 스스로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서 나는 새로운 도전의 방향성을 잡을 수 있었고, 지금은 적어도 전처럼 스스로를 학대하며 흔들지 않는다. 지금 당장 나보다 먼저 무언가를 이루어나가는 사람이 있다 한들 내 페이스를 갖추고 나의 기준에 따라 스스로를 평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나 스스로를 더 믿을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Woman Tech Makers 2023:Dare to be 행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신 오거나이저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행사 과정 중에 이슈가 있어서 일정이 연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수습하고 다시 행사를 준비하기까지 고생 많으셨어요 :) 저를 포함한 스피커 분들을 챙겨주시고 행사장에서의 모습을 보면서 제가 얼마나 휘뚜루마뚜루 행사를 해왔는지 배웠습니다ㅎ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