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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봉봉 Apr 29. 2018

독립서점, 평생 숙맥으로 살기 위한 쑥스러운 싸움

서울 변두리 도봉구서 외로운 독립서점 개업...이후 6개월

서점 주인의 취향으로 서가를 큐레이션하고 모임을 바탕으로 운영하는 독립서점을 시작한지 반년이 지났다. 돌이켜보건대 서점에 들르는 손님들이 가장 궁금해하던 질문은 아래와 같다.


먹고 살 만 하신가요?

언뜻 보기에도 북적이는 경우도 없는 데다가, 평소 서점의 경영이 어렵다는 말을 들어서 든 궁금증일 터다. 책을 팔아서 얼마나 남기겠느냐는 말을 손님이 먼저 꺼낼 때도 있다. 단골은 단골대로 걱정해주는 마음에서, 발길이 잠시 머문 손님 입장에서도 워낙 들은 게 있어 자연스럽게 고이는 질문인 것이다. 그때마다 서점을 운영하는 도도나 내 쪽에선 대답의 앞머리는 비슷하다.


"적자이긴 합니다만..."


뒤앳말은 서점을 운영할수록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서점의 운영기를 살펴보자.



3개월 동안은...빙하처럼 서서히 녹아내리던 서점

첫달 매출은 장부를 헤아려보는 것조차 민망한 수준이었다. 이마저도 도도와 봉봉, 두 사장의 개인적인 인맥에서 온 사람들이 와서 책을 사준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무도 안 올 줄 알았는데 다행이야 22만 원이라도, 라고 나는 생각했다. 첫 달 매출이 그랬다. 그러나 이중 우리 몫으로 돌아오는 것은 책에 따라 다르긴 해도 대체로 20~30% 수준에 불과했다. 즉, 수중에 들어온 돈은 5만 5000원밖에 안 됐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운영수록  발길을 자주하는 손님이 늘어나는 게 확연했다. 같은 숙맥인줄 알았는데 평일 서점 운영을 맡은 도도 씨는 잠시 들를 손님에게 차를 내고 말을 걸었다. 창업 이전만 하더라도 나는 우리의 취향을 소개하는 '큐레이션 서점'에 방점을 찍었다. 독립서점의 의미도 그렇게 생각했다. 반면 도도는 거실과 같은 '거실서점'이라는 컨셉을 구상하고 있었다.


두 가지 생각이 공존하는 서점이란, 어떤 점에선 절묘하게 돈이 많이 드는 구조인 데다가 다소 상충하는 컨셉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책도 선별해서 골고루 들여와야 할 뿐더러 책을 많이 놓은 선반이 필요했다. 반면 도도의 생각에 따르면, 아늑한 인테리어는 물론이고 대접하기 위해 매대 대신 응접실 용도의 탁자를 놓아야 했다. 이는 제한된 공간을 놓고 사용법이 달랐다는 의미다.


돌이켜보니, 이와 같은 아이디어의 상충은 사실 그대로의 독립서점이 지녀야 할 본질은 아닐런지. 한 번 들를 손님들이 서점을 아늑하게 여기면서도 콘텐츠를 통해서도 소통할 수 있는 서점이어야 한다. 이 어려운 과제를 우리가 썩 잘 해냈다고 볼 순 없다. 그러나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실감은 있다. 지난달 처음 들를 손님의 한 마디에서 확신할 수 있었다.


"이 동네에 이상한 서점이 있다고 해서 와봤어요."

정확히. 아주 정확히 우리가 원하던 모습의 서점이 그 안에 다 담겨 있다.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차를 내는 서점이길, 80년대 일본 시티팝 음악의 앨범커버를 다룬 일러스트집과 김현 문학전집, 츠타야 서점 이야기와 고양이 기르는 법에 대한 이야기가 아무런 맥락도 계통없이 서가를 구획한다. 다만 취향의 일관성이 있을 뿐이다. 얼마나 이상한가.


"매출은 더디긴 하지만 계속 개선되고 있어요. 이제 월세를 낼 수 있을지 몰라요"


 도도는 "요즘 적자이긴 합니다"만 뒤에 이와 같은 말을 붙이곤 한다. 창업 후 한동안 빙하가 녹아내리듯 서서히 어려워지던 서점은 그 내려감의 속도가 확연히 둔화됐다.



이달 처음으로 월 매출 100만 원 달성 (그래도 월세는 안생겨요)


좋은 손님들은 어느새 단골이 됐다. 적자 중에서도 분명히 청신호다. 그럼 우린 버틸 수 있다.


곧 망해버릴 것만 같던 서점을 측은하게 여기던 한 명석한 심리학 전공 대학원생은 서점에 자주 머물다 가곤 한다. 망하게 둘 수 없다며, 허술하기 짝이 없는 서점의 운영방식을 따끔하게 혼을 내기도 한다. 그에게 서점 운영의 컨설팅을 받고, 실제로 하라는 대로 서가를 재배치하기도 했다.


어느날은 손님이 고양이 책이 많은 점이 마음에 든다며 집에 있던 고양이 인형을 주고 가기도 한다. 그런 손님들이 늘어난다. 서점과 행복을 함께 공유한다. 구덩이가 생기면 함께 메워줄 사람들이 생긴 것만 같다. 그럼 적자여도 버틸 수 있다.


손님들이 늘어나면서 올해 4월엔 매출이 100만 원을 넘겼다. 처음에 비해 5배 가까이 더 매출이 늘어난 셈이다. 물론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25만 원이니까 월세엔 턱없이 모자르다. 그래도 괜찮다. 적자이긴 하지만, 그 뒤앳말엔 요즘 이렇게도 붙인다.

그런데 희망이 보여요
 일단 행복합니다
여기서 최대한 아늑하게 머무시면 그럼 됐죠 뭐


이와 같은 뒤앳말들은 하나같이 진실이다. 6개월 간의 기록은 우리같은 쑥맥 사장들이 조금씩 행복해지는 과정이기도 했다. 돈은 어떻게든 벌릴 거야. 서점 덕분에 우리가 사는 곳은 조금더 사람들의 발길이 머물만한 공간이 하나 더 늘었다는 것은 틀림없었다. 그점은 우리의 든든한 자부심이 됐다.


먹고 살만하냐라고 묻는다면, 확실한 건 살 만하다는 것이다. 사람들과 어울리며 행복을 느끼는 삶이 살만한 삶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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