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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켓 팝송 Mar 27. 2021

Nothing's... - Glenn Medeiros

Nothing's gonna Change my Love For You - Glenn Medeiros


중학교 음악 시간에 클래식을 듣고 제목을 쓰는 시험을 보겠다는 선생님의 말을 듣고 나는 아찔했다. 팝송이나 가요는 자신 있었지만 클래식은 내게 수학 같았다. 순간 공부를 잘 하는 모범생 깐돌이의 방이 생각났다. 녀석의 방에 클래식 모음집 카세트 테이프가 있었던 걸 본 기억이 났다. 아버지가 듣던 건데, 물려받았다고 들었다. 깐돌이네 집에 놀러갔다가 들을 게 없어서 아쉬워했는데 그 집에 의외의 보물이 있었던 것. 

종례가 끝나고 나는 깐돌이에게 집에 가서 같이 공부하자고 제안했다. 맨날 놀러 다니는 나를 안타까워하던 깐돌이는 다소 놀란 표정이었다가 미소를 지으며 어깨동무를 했다. 그리고 우리는 책을 보면서 클래식 음악을 들었다. 베토벤, 모차르트, 슈베르트 등의 음악이 지루한 강물처럼 천천히 흘렀다. 다른 거 들을 거 없나, 하며 살펴보는데 클래식 카세트 테이프가 즐비한 책꽂이의 끝에 한 테이프가 눈에 들어왔다. ‘글렌 메데이로스? 케니 지 같은 연주곡 음반인가?’ 글렌 메데이로스를 카세트에 넣고 재생 버튼을 눌렀다. 

작은 스피커에서 ‘Nothing's gonna Change my Love For You’가 흘러나왔다. 클래식만 듣다가 들어서 그런가? 글렌 메데이로스의 노래가 너무 달콤했다. 자켓 사진을 보니 꽃미남이었다.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게 만드는 음악이었다. 그 무렵 서울에 사는 또래의 여자아이와 펜팔을 하고 있었는데, 그 아이도 떠오르고, 마음에 둔 빨간 지붕의 2층 집 아이도 생각나게 하는 노래가 친구의 방을 가득 채웠다. 글렌 메데이로스를 들으니 클래식을 더는 들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일주일 뒤 치러진 음악 시험을 망쳤다. 

하와이에서 태어난 글렌 메데이로스는 열여섯 살 나이에 호놀루루 KMAI-94 라디오 방송국에서 주최한 콘테스트에 나가 조지 벤슨의 이 노래를 부르고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이듬해 미국 본토로 간 글렌 메데이로스는 정식 앨범을 냈고,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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