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을 스크롤링 하다보면 수십여개의 한번도 보지 못했던 생소한 브랜드들이 눈길을 사로 잡는다. 바로 마이크로 브랜드 (Micro brand)의 광고 캠페인이다.
양말, 티셔츠, 신발, 초콜렛, 인테리어 소품, 매트리스, 소형 전자기기, 주방용품 등 DTC (Direct-to-Consumer) 상품들이 뉴스피드에 등장하는 것이 이제는 너무나 익숙하다.
예전에 소비재는 모두 아마존에 있었다. 이제 소비재는 조각 조각난 hyper niche (하이퍼 니치) 카테고리로 나누어져 인스타그램에서 활보하고 있다.
브랜드의 잠재력은 무엇보다 “규모의 경제”이며 “카테고리 지배력”이지만, 소셜 미디어와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대형 브랜드들이 이제는 소형 마이크로 브랜드의 공격에 무차별적으로 위협받고 있다.
소형 브랜드들은 [1] 우수한 디자인 상품들을 출시하면서 [2]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적은 재고와 [3] 온라인 마케팅을 통한 고객 획득 방법으로 마이크로 브랜드를 창출한다.
생산도구, 유통도구가 대중화되면서 실제로 이렇게 DTC 브랜드 창업 과정이 많이 쉬워졌다.
Alibaba에서 자사의 Supply chain 을 찾을 수 있다
OEM 업체도 소량 생산이나 온디멘드로 제조한다
코딩이나 디자인 없이 Shopify로 스토어를 런칭한다
소셜 미디어로 유통한다
수요와 마켓 적합성을 런칭 전에 실험하고 테스트한다
이 모든 것들을 창업자들끼리 같이 배우면서 실행해서 더 빠르게 실전에 적용한다.
이러한 마이크로 브랜드의 부상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롱테일 전략 들어봤을 것이다. 아마존이 초기에 구사한 방식이기도 하다.
롱테일이란, 전통적인 시장에서는 주류 상품이나 히트상품들에 초점에 맞추어 유통, 판매하던 리테일 규칙에서 점점 꼬리 부분의 거대한 틈새 시장으로 관심을 이동시키는 전략이다.
진열 공간의 제약도, 유통의 장애애 구애받지 않기 때문에 소수의 타겟 고객을 상대로한 상품과 서비스가 경제적인 매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아마존의 리테일 전략을 하나의 이미지로 요약하면 위의 이미지와 같다.
아마존은 초창기에 "가상 재고"를 만들며 인기 있는 책과 비인기 카테고리 책까지 모두 온라인 매대에 진열시켰다. 그리고 그렇게 분산된 물품 목록을 모두 한데 모아 수천 개의 소규모 상점들의 상품을 네트워크로 연결했다. 물론, 아마존의 재고관리비는 전혀 들지 않는다.
나는 인스타그램이 이제는 소셜 네트워크가 아니라 아마존과 매우 유사한 롱테일 마켓 플레이스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인스타그램은 뉴스피드를 통해서 다양한 마이크로 브랜드의 가상 재고를 리스트업하며, 인기템부터 비인기 하이퍼 니치 소비재 상품까지 모두 한데 모아 소셜 네트워크로 연결시켰다.
인스타그램은 재고 관리비가 전혀 들지 않으며, 심지어 자사의 마켓 플레이스 입점비를 광고비 명목으로 수익화한다.
또한, 인스타그램은 입점 브랜드들이 탄력적인 가격 정책을 스스로 테스트할 수 있도록 했다. 전통적인 리테일 마켓에서는 한가지 버젼의 제품을 진열할 때 하나의 공간에서 정해진 하나의 가격으로만 시장 진입 전략을 테스트해볼 수 있었다. 반면, 인스타그램은 풍요로운 다양성을 가진 시장에서 다양한 가격으로, 나에게 꼭 맞는 타겟 소비자를 찾아서 적절한 제품의 가치를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이런 현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임팩트를 줄 것이다. 나의 취향에 꼭 맞게 타겟팅되는, 효과적인 타겟 마케팅 전략과 재고 보유 없이 맞춤 수량 제작이 가능하게 만드는 예측 가능한 소비 수요, 그리고 브랜드가 자신의 소비자층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소셜 미디어의 조합은 실로 엄청나다.
작은 브랜드는 원래부터 작은 브랜드였다지만, 요즘은 5-10명의 팀이 매출 10억을 내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 되고 있고, 이는 한국만 그런 것이 아니라 완전히 글로벌한 트렌드이다. 이제는 매출의 20~30%를 한국 국경을 넘어서 만드는 일도 랩탑과 카메라가 있으면 가능해지는 세상이며 이러한 시장 환경이 B2C 회사 경영의 관점을 완전히 뒤엎고 있다.
브랜드는 무엇인가?
밀레니얼 세대에게 브랜드란 상표일 뿐이다.
이제 소비자는 로컬 스케일로 쇼핑하지 않고 완전한 글로벌 스케일로 쇼핑한다.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이 소비자의 디자인 센스를 급속도로 향상시켰다.
소유보다는 공유, 대여의 시대다.
즉, 이 세대는 브랜드 파워보다는 브랜드 가치, 스타일, 심미적인 요소가 더 중요하다.
환경 보호 제품, 인디 예술가의 제품, 지역 생산자 지원 제품, 개발도상국의 지원 제품 등 나와 가치가 맞다면, 기꺼이 지불한다. 나의 스타일이나 내가 믿고 있는 가치관을 지키려고 하지, 브랜드에 집착하지 않는다.
마이크로 브랜드의 특징은 매우 타이트하게 공급 채널을 관리하며 온디맨드 형식으로 아주 작은 수량만 생산한다. 그리고, 한정 수량의 1차 판매가 소진되고 나면 2차, 3차 연계로 이어진다.
내가 직접 미국 시장 런칭에 조언해준 E 브랜드는 실제로 고객층에게 상품의 프로토타입 촬영 컷만 공유하고 몇 개월 후에 배송되는 형식으로 5,000개 가량의 소비재 상품을 인스타그램으로 팔았다.
이런 세상에서는 사실... 기존의 경영 관점을 뒤엎는 새로운 운영 전략을 만들 수 있는데, 단순히 상품을 최적화 하는게 아니라 내가 만든 제품을 3개의 브랜드로 만들어서 동시 런칭하고 이 중에 가장 잘 팔리고 반응이 좋은 브랜드만 남겨두는, 브랜드 테스팅 전략이 가능하게 된다.
마케팅 좀 해봤다면 고객 획득 비용 (CPA: Cost per acquisition / Cost per conversion)에 대해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당연히 요즘 온라인 마케팅은 나이, 지역, 관심사 대로 고객을 타겟팅한다는 것 쯤은 알고 있을거라 생각한다.
리인게이지먼트 (reengagement), 리타깃팅(retargeting)은 친숙한가?
봤던 상품을 다시 보여주는 것이다. 구글 크롬에서도 적극 활용하는 이 마케팅 방식은 이런 것이다.
예를 들어, 일주일 전에 방문 했던 영양제 사이트의 영양제 상품 광고가 구글 애드 워즈 파트너의 사이트의 배너 광고로 보인다. 혹은, 청바지를 봤다면 다시 청바지를 보여주는 식이다. ‘너 청바지 봤었지, 이거 보고 다시 들어와’라는 거다. 지금은 기술의 발전으로 한 단계 발전했다.
요즘의 타겟 마케팅은, 아예 행동 패턴을 분석해서 유형화한 그룹의 소비자를 만들고 일주일 내에 구매할 것 같은 사람을 예측한다.
예를 들어, 내가 인스타그램에서 하나의 마이크로 브랜드를 팔로우 한다. 그러면 유사 브랜드의 광고가 이제 나의 뉴스피드에서 보이기 시작한다. 여기서 내가 이번주에 구매할 베이지 블라우스를 보기 시작하면, 다양한 나의 클릭, 스크롤 등의 행동 패턴으로 잠재 구매자인지 아닌지 파악할 수 있게 되고 나는 나도 모르는 새에 잠재 구매자 그룹으로 분류되며, 유사한 블라우스 브랜드 상품들이 나의 뉴스피드에 노출되는 것이다.
과거에는 특정 매체의 특정 지면을 사는 구조였는데, 이제는 구매할 사람에 초점을 두는 오디언스 바잉 (Audience Buying) 이라는 용어가 생긴 것이다. 예를 들어, 스포츠 매체 지면에는 스포츠 용품을 보여주는 게 일반적이었다면, Audience Buying의 개념에서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스포츠 매체에서 기저귀 광고를 보여줄 수 있다.
즉, 크리에이티브와 바이럴이 소비자 행동을 유도하게 되고 소비자 행동 데이터와 이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기술을 통해 유형화된 소비자 커뮤니티를 만들게 된다.
여성 래깅스를 판매하는 이 두 마이크로 브랜드, Girlfriend 와 Live the Process 를 보자.
매트리스 판매 업체, Casper 와 Tuft & Needle 도 마찬가지다.
두 회사는 실제로 매우 유사한 고객군에게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각 브랜드는 고객을 획득하는데 각각 독립적으로 비용을 소비하므로, 결국 플랫폼 사의 광고 매출만 올려주는 꼴이 된다.
즉, 마이크로 브랜드는 잘게 잘게 쪼개진 hyper niche 마켓에서 노이즈를 뚫고 소비자의 눈에 들 순간을 고대하며 콘텐츠를 배포하지만, 더욱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파트너쉽 전략이 필요하다. 이렇게 유사한 상품군을 파는 회사가 협력해서 이메일 리스트를 공유하거나 콜라보 이벤트를 진행하거나, 고객의 방문객 쿠키정보나 고객 리스트를 공유하므로서 이런 거대한 고객 획득에 소모되는 비효율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소비자의 구매 과정을 단순화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소형 마이크로 브랜드의 웹사이트에서 각기 가입하고 로그인하고 신용카드 정보와 주소를 입력하는 것이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인디/마이크로 브랜드를 쇼핑하는 것은 즐거운 쇼핑 경험이 아니라 번거로운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구매 과정에서의 소비자 경험이 이러한 심리적, 행동적 마찰을 줄여줄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절실하다.
플랫폼 측면에서 보면, 뉴스보다는 소셜 콘텐츠 위주의 라이프스타일 발견 플랫폼이 승자이다. 대표적으로, 당연하게도 인스타그램이며, 추가로 2nd follower는 핀터레스트가 될 것이다.
브랜드 부문의 승자로 나는 단연 Fashion Nova 를 꼽는다. Fashion Nova는 완전한 패션 컴퍼니를 100% 인스타그램에서 구축했다. 3년 만에 600여명의 직원을 보유한 기업으로 성장하며 매주 500 여장의 새로운 스타일의 의류를 출시하고 있다. 팔로워는 13.4 Million명에 이른다. 버즈피드에 의하면, 패션 노바는 3,000명에 이르는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를 고용하며 수십 만 장의 포스팅을 인플루언서 네트워크를 통해 포스팅 한다.
카테고리 승자는 아무래도 데이터가 잘 말해준다. 패션이 압도적으로 인스타그램 브랜드 채널을 주도하고 있다.
내 생각에, 마이크로 브랜드 트렌드 물결은 지속될 것이다. 왜냐하면 부티끄 브랜드를 만들기가 지금 이 시점보다 더 쉬운 적은 없기 때문이다. 창업자 입장에서는 우수한 디자인 감각을 가진 디자이너와 고도화된 마케팅 기술을 보유한 마케터만 있으면 사업화할 수 있다.
즉, Shopify를 통해서 판매 사이트를 만들고 Alibaba를 통해 OEM 업체를 발굴하여 제작하고 Shipwire와 같이 고객 만족 운송 서비스를 활용하여 배송하면 된다. 마케터가 영어까지 잘해서 글로벌 시장 진입도 가능하면 금상첨화이겠다.
Market fit 을 찾게 되면 수익화는 바로 가능할 것이다. 롱테일 전략을 보유한 마켓 플레이스의 최대 장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마이크로 브랜드의 BM은 이미 입증된 사업 모델이지만, 브랜드가 Scalability 를 갖추려면 그 이상이 필요하다. Microbrand 가 승자가 되려면, 필수적으로 마케팅과 운영의 Leverage 가 필요하다. 각자의 플레이로는 승산이 없다. 소비자의 discovery (발견) 을 어떻게 더 쉽고 맞춤화할 것인지도 숙제이다.
기억하자, 우리는 이제 글로벌 스케일로 경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