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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쥬니킴 Nov 26. 2023

또 다른 고통의 시작

Rebirth #3

다리 수술이 끝나 절개한 부분을 꿰맬 때 쯔음, 나는 눈을 떴다. 

하반신만 마취가 되어있었으니 상반신은 지쳐 잠들었다가 두려움에 스스로 깨어난 것이다. 


"환자분 깼어요!"


두려움에 떨던 나에게 몇몇 의사 선생님들이 다가와 다행히 수술이 잘 끝났다고 알려주었다. 안도감이 들었지만 긴장감은 늦출 수 없었다. 모든 수술이 끝나고 난 회복실로 옮겨졌고, 감각이 돌아오기 전까지 회복실 생활을 해야 했다. 의사 선생님들이 오셔서 얼음을 갖다 대기도 하고, 뜨거운 물이 적셔진 손수건을 갖다 대기도 했다. 차가운지 뜨거운지 물어보았다.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아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생각보다 회복이 더디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게 '이대로 신경이 돌아오지 않아 감각이 무뎌진 사례도 있다며 걱정된다'라고 하셨다. 


죽을 뻔했었는데 그래도 다행히 살았잖아? 그래.. 일단 살았으니까 됐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다리가 차갑거나 뜨거운 건 별로 안 중요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며 놀랜 마음을 괜히 진정시켜 보려 애썼다.


시간이 지나도 내 감각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고, 나는 회복실에 남들보다 조금 더 시간을 보냈다. 수술하는 내내 지쳐있던 잠을 자면서 말이다. 시간이 지나 다시 검사를 진행했고, 그때부터 미세하게 차가운 것이 느껴졌다. 다행히 신경이 천천히 돌아오고 있었고, 그렇게 회복실을 벗어나 2인실 병실로 옮겨질 수 있었다. 


병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아빠를 보고 울음이 터졌다. 그런 나를 안쓰럽게 쳐다보던 아빠의 표정을 아직도 기억한다. 


"에휴"


뭔가 부모님께 죄를 지은 것 같아 죄송했다. 그러게 계주 같은 건 왜 나가서...


그래도 마취가 깨기 전까지는 평화로웠다. 죽지 않고 살아 돌아왔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부모님과 사고의 경위에 대해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점점 마취가 풀렸고, 말할 수 없는 또 다른 고통이 찾아왔다. 나는 또 울부짖으며 굵은 눈물을 쏟아낼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나를 보시며 부모님은 같이  속상해하시며 대신 아파줄 수 없어서 미안해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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