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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쥬니킴 Nov 28. 2023

나.. 다시 걸을 수 있을까?

Rebirth #4

오른쪽 다리 정강이 뼈가 완전히 부서졌었다. 


체육대회 계주 달리기 도중 타과생이 나를 밀치며 서로의 다리가 꼬이면서 생긴 사고였고, 가속도가 붙은 상태에서의 큰 충돌의 결과였다. 내가 받은 수술은 뼛조각이 흩어지게 부서져있던 뼈를 다시 맞춘 뒤, 뼈가 다시 붙을 수 있게 철심을 박는 큰 수술이었다. 살짝만 삐어도 다리가 아픈데 정강이 뼈가 아예 부러지고, 내 몸 안에 철심을 박는다니. 그리고 13cm나 x자로 한 땀 한 땀 수술 부위를 꿰매다니. 정말 기절할듯한 고통이었다. 


다리에 박힌 철심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을 때까지, 최소 한 달은 걷지도 못하고 누워있어야만 했다. 수술 부위 통증 때문에 괴로웠는데 그보다도 까맣게 멍들고 퉁퉁 부은 오른쪽 다리를 보며 병상에 누워있기가 더 고통스러웠다. 까만 실밥으로 꿰매어져 있고 온갖 피가 다친 부위로 쏠려 검은색이 된 다리가 너무 꼴 보기 싫었다. 이제 더 이상 반바지와 짧은 치마는 내 인생에 없을 거라는 생각에 암울하기도 했다. 


누워있는 내내 너무 답답하고 숨이 막혀 뛰쳐나가고 싶었다. 이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는 내 의지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었고, 혼자 힘으로는 화장실도 갈 수 없었다. 보호자가 도와줘야 다친 다리를 침대 밑으로 겨우 내릴 수 있었고, 목발에 의지해 느릿느릿 왼쪽으로만 걸어야 했다. (사실 이때는 걷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서서 기어 다닌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게다가 수술 후로 계속 투여하는 안정제 때문인지 너무 어지러워 한동안 밥도 못 먹고 링거로 영양분을 채워야 했다. 물도 겨우 마셨다. 하루하루가 고통의 연속이었다. 


언제 다 나아서, 언제 재활하고, 언제 걸어 다니고, 언제 뛰어다닐 수 있을까? 
내가 다시 걸을 수 있을까? 
평생 목발에 의지해 살아야 할 텐데.. 나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내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는 검은 다리를 가지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굉장히 막막했다. 당시의 나는 내가 다시 걷게 될 거라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억울하게 크게 다친 내 신세를 한탄할 뿐. 


두 발로 자유롭게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세상에서 제일 부러웠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걷고, 급하면 뛰고, 자유자재로 다리를 쓸 수 있는 사람들이 너무 부러웠다. 

저들의 아무렇지 않은 걸음이 나에게는 꿈이었다. 남들의 평범한 인생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새벽이 되면 매일 혼자 훌쩍거리며 고통을 삼키고 불안을 달래다 지쳐 잠들었다. 이런 내 모습을 보며 속상해하고, 난이도 있는 내 병시중을 다 받아주는 부모님의 얼굴을 보는 것도 죄송하고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매일 해가 떠있을 때는 마음속으로 엉엉 울다가, 모두가 잠드는 밤이 되면 혼자 몰래 숨 죽여 울었던 기억이 난다. 부모님께 차마 그 모습은 보여드리고 싶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차라리 죽는 게 나았으려나 싶었다. 살아있는 것도 너무 고통이었기에... 유난히 새벽이 길었던 날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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