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irth #5
내 다리에 박은 철심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병상에 누워있어야만 하는 한 달이 지났다.
온갖 고통을 씹어먹으며 버틴 한 달이었다.
한 달 만에 다시 받아보는 CT검진 결과, 철심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것 같으니 슬슬 '재활치료'를 시작해 보자는 진단을 받았다. 다리는 여전히 너무 아팠고 혼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걸을 수 없었지만, 죽어가는 신경들과 근육들을 다시 살리기 위해서는 재활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하셨다.
양팔을 이용해 목발을 짚고 왼쪽 다리로 지탱해 걸어보는 재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한 달만의 직립보행이었다. 땅에 수술한 오른쪽 발을 딛고 서자마자 온갖 고통이 다리로 쏠리기 시작했다.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이었다. 다리가 얼얼해지며 저리고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온갖 중력이 내 다리에만 집중되어 있는 것처럼 무거웠고, 온 감각들이 아픈 다리로 쏠리는 고통에 제대로 걸을 수 없었다. 자꾸만 앞으로 넘어지거나 중심을 잡지 못해 휘청거렸다. 한 달 동안 누워만 있고 움직이지를 못해 신경과 근육이 극도로 말랐고 퇴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고장 난 것 같았다.
나 그동안 어떻게 걸어 다닌 거지?
이대로 영영 걷지 못하게 될까 봐 너무 무서웠다. 그런데 더 무서웠던 건, 그전에 내가 어떻게 걸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말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마치 걸음마를 처음 배우는 신생아보다도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의사 선생님도 걸어보라고 하시는데, 걸을 수가 없었다.
어디에 힘을 줘야 걸을 수 있는지, 어디로 발을 내디뎌야 할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남들은, 아니 다치기 전의 예전의 나도 쉽게 아무렇지 않게 걸었는데, 지금의 나는 왜 한 발자국조차 어려운 걸까. 마음과 다르게 몸이 따라 주지 않아 답답함에 눈물만 하염없이 나왔다. 나 자신이 너무 밉고 싫었다. 하루 다섯 발자국도 걷지 못해 지쳐 울면서 누워있는 시간들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난생처음 짚는 목발에 겨드랑이와 팔이 너무너무 아팠다. 온몸을 팔로 지탱해야 하는 것도 새로운 아픔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재활치료를 받을 시간이 다가오면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멀미가 났다. 도저히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어차피 못 걷고 자꾸 주저앉는데 뭐 하러 재활하냐며 울부짖기도 했다.
그래도 부모님은 포기하지 말고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보자며 자꾸 나를 걷게 하셨다. 울고 있는 나를 계속 일으켜 세우고 목발을 손에 쥐어주셨다. 아마도 부모님은 마음속으로 울고 계시지 않았을까.. 그런데도 티 하나 내지 않고 나의 양팔을 잡고 내가 한 발짝, 한 발짝씩 걷는 모습을 지켜보고 행여나 넘어질까 봐 봐주면서 묵묵히 응원하고 기다려주셨다.
덕분에 나는 포기하지 않고 용기를 낼 수 있었고, 아주 느린 속도로 한 발짝씩 아주 천천히 걸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