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을 내일이나 모레로 미루지 말라.
- 고대 그리스 문학가 헤시오도스
나의 아버지는 충청도 한화 이글스의 골수팬이다. 개그맨 장동민의 “그까이꺼 대~ 충~”의 개그처럼 아버지는
“너무 조급해하지 마. 너무 신경 쓰지 마. 그까짓 것 시간 지나면 시간이 알아서 해결혀” 하는 말을 정말로 자주 하셨다. 어린 시절 나는 아버지의 이 말을 참으로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말로 치부해버렸다. 하지만 한 해 한 해 살아가며 다양한 경험을 쌓다 보니, 아버지의 말 “시간이 알아서 해결해줄 거야”가 능력 있는 말로 받아들여졌다. 일이 잘 안 되어 조급함과 초조함 속에 괴로워해도 때가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것을 많이 경험했다. 씨앗을 심으면 일정 시간 이후 꽃이 피어나듯, 가을 야구와는 전혀 상관없어 보였던 한화 이글스도 11년 지나니 가을 야구를 하게 되듯,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해결되고 회복된다.
나는 시간의 흐름을 여유 있게 통찰하며 사는 사람들이 좋다. 그들에게서 아버지의 향기가 나기 때문이다. 나는 시간의 흐름을 아는 그들이 지혜롭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을 성장하면서 많이 만났던 건 정말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나의 멘토이고 나의 롤모델이었다.
그들은 급할 때와 여유 부릴 때를 알았고 즐길 때와 즐기지 않을 때를 알았다. 그들은 힘을 써야 할 때와 아낄 때를 알았다. 그들은 기다릴 줄 알았고 최적의 기회를 포착할 줄 알았다. 그들은 투자해야 할 때와 기다려야 할 때를 알았다. 심지어 그들은 최고의 투자를 위해 10년 주기로 오는 최적의 때를 기다려 500%, 1000%의 이익을 내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나는 선천적으로 성격이 급한 만큼, 직장생활에서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곤 했다. 그런 나에게 지혜로운 사람들은 내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주었고 상황에 흔들리지 않도록 도와주었다. 또한 그들은 내게 최고의 때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넌지시 힌트를 주었다.
“걱정 마! 시간이 해결해줄 거야!”
그들이 나에게 공통적으로 했던 말이다. 나는 이 말이 참이라고 믿는다. 믿음이란 무엇일까? 나는 믿음이란 특별한 종교적이거나 미신적인 개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믿음이란 밑에서 움이 트는 걸 아는 것이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밑에서, 즉 흙에서 자연스럽게 움이 트는 걸 당연히 아는 것이다. 요컨대 믿음이란 시간이 지나면 일이 이루어진다는 것, 일이 해결된다는 걸 강하게 아는 것이다.
시간의 흐름에 대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밑움’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들은 ‘밑움’의 토대 위에서 흔들리지 않으며 꿋꿋이 그 ‘밑움’을 살아낸다. 그리고 시간이 해결해주는 것을 경험한다.
인간은 살면서 반복되는 일들을 경험한다. 반복되는 일들은 강렬한 기억으로 자리 잡힌다. 사람들은 그 반복되는 일들을 떠올리며 그것들이 특정한 주기를 가지고 반복됨을 깨닫는다. 이렇게 시간의 주기를 이해한 사람들은 미래를 계획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현재를 더욱더 유의미하게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시간에 대한 놀라운 지혜들을 연이어 다음 세대에 물려주었다. 나는 그동안 이런 지혜들이 늘 궁금했고 그것들을 찾고자 노력해왔다.
한편, 우리는 타인의 시간에 대해서는 돈까지 지불할 정도로 소중히 여긴다. 누군가가 시간을 내서 우리를 만날 수 있도록 비싼 초청비를 지불하기도 한다. 또한 배송 및 서비스 이용 날짜를 며칠 더 앞당기도록 만드는 기업의 노력과 시간에 대해서 몇만 원 내지 수십만 원을 지불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시간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한 성향이 있다. 자신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해 자주 망각하며, 소중한 시간을 전혀 중요하지 않은 무가치한 일들과 교환하기 일쑤다. 하지만 시간은 비가역적이다. 한 번 지나가면 돌이킬 수 없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말했다.
“당신은 인생을 사랑하는가? 그렇다면 시간을 낭비하지말라. 시간은 인생을 구성하는 재료이기 때문이다.”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 그리고 시간이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주도록 하기 위해서는 시간의 비가역성과 반복성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이 두 가지 시간의 본질을 잘 이해하고 있을 때, 1초라는 작은 시간에서부터, 1년, 10년, 우리의 평생, 더 나아가 다음 세대에 이르기까지 시간의 흐름을 꿰뚫고 지혜롭게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아이작 유
아이작의 신간이 나왔습니다! (23년 10월 31일 출간) ▼▼▼
아이작의 Q 매거진 구독 신청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