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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min Dec 05. 2017

시험이 끝나고 난 뒤

실습 일기

2주간 업데이트가 없었다. 여러 시험들을 보기도 했지만, 가장 큰 시험은 임상의학종합평가였다. 11월 30일과 12월 1일 양일간 시험을 보았고, 총 360문제이며, 보통은 전체 등수가 내과 등수를 따라가게 된다. 시험을 위해 필요한 공부량이 많았다. 실습이 모두 끝난 뒤에 시험을 보기 때문에 실습 초반부의 과목들이 기억이 안 났고, 그렇기 때문에 어떤 과목을 우선으로 공부할지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시험 범위는 전과목이긴 하지만, 나오던 문제 유형이 계속 나오는 경우가 많고, 매년 무난하게 나오던 분과가 있어 공부 순서에 대한 고민이 심해졌다. 


안 하던 공부를 갑자기 하니 힘들었다. 실습 중반, 어떤 과의 실습에 참여한 뒤 '놀 수 있을 때 놀아야겠다', '의학은 레지던트 때 몸으로 충분히 느낄 수 있으니 여가생활을 즐기도록 하자'라고 생각하고, 브런치를 시작하게 되었고, 신나게 놀았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 나의 행동에 대해 많이 후회하게 되었고, 습관을 바꾸기 위해 많이 노력하였다.


학교에서 실습을 종료하고 임상의학종합평가를 위해 완전히 자율학습 시간을 준 기간은 2주에서 3주 정도 된다. 그 사이에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면 행복하겠지만, 애석하게 발표와 실기 시험을 치르게 되어 임상의학종합평가 자체에만 시간을 집중하기는 힘들었다. KMLE(국가고시) 대비 문제집이 16~17권, 메이저 과목은 총 12~13권인데, 2주라는 시간은 내과 총 6권을 보기에도 힘든 시간이다. 보통 제일 어렵게 나오고, 공부를 해야만 답지의 해설이 읽히는 순환, 호흡, 소화계통을 먼저 보게 된다. 그렇게 2주 동안 본 책보다 보지 않은 책이 더 많게 되면서 시험 직전에는 이유가 어찌 되었던 '난 쓰레기야'라고 외치는 학생들이 많아진다.


'난 쓰레기야'의 이유를 알아보자. 임상의학종합평가는 본과 3학년, 4학년이 보는 시험이고, 어떤 학교는 2학년도 본다는 소문이 있는 만큼 많은 학년이 보는 시험이고,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내용은 계속 비슷한 내용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국시가 바로 앞에 있는 본과 4학년이 아닌 이상 기출문제를 통해 공부하는데, 보통 3~5회분 정도의 문제를 학습한다. 한 회분당 360~400문제이니, 공부하는 문제의 범위가 1500문제 정도 된다. 방대한 문제를 한 번 쭉 학습하고, 2독을 할 때 틀린 문제를 또 틀리는 경우가 있고, 답만 기억나고 풀이가 기억이 안 나는 문제가 있다. 그럴 때 '난 쓰레기야!'라고 외치게 된다. 실제로 3독을 해도 정답률이 90%를 조금 넘었다.


여기까지 썼으니, '나는 왜 힘들었나'로 끝까지 콘셉트를 맞춰야 할 의무감이 든다.


시험 시간 중 가장 힘든 때는 2교시다. R타입, 20가지까지의 보기(보통 8~15개 선) 중 문제에서 요구하는 개수만큼을 고르게 된다. 60문제를 80분 동안 풀게 된다. 문제를 읽는 데에만 긴 시간이 걸리는 문제들도 있고, 어려운 문제들은 문제를 읽는 동시에 감별진단이 잡히지 않아 쩔쩔매는 경우도 있다. 적은 시험 시간에도 불구하고 마킹까지 해야 한다. 물론 많은 보기 수 중에서 여러 답안을 마킹해야 하므로 시간이 오래 걸린다. 1, 3, 4, 5교시는 다 풀고 자는 학생들이 있지만, 2교시 때는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하는 학생들이 많다.


사실 5지선다 문제들이 나오는 교시는 예상 점수를 측정할 정도로 시간이 남는다.


'나는 실습이 다 끝나고도 왜 힘들었나'의 마지막은 점수를 받은 이후이다. 의과대학에 온 학생들은 자신의 인생에서 받은 최저 점수가 그렇게 낮지 않다. 고등학교 때까지 많이 공부를 한 과목에서의 최저 점수는 당연히 80점 이상, 혹은 90점 이상으로 추측할 수 있다. 한편 임상의학종합평가는 본과 3학년 기준으로 60점을 맞는다면 9월 기준으로 굉장히 높은 등수(전체 2등급)이고, 50점을 맞는다고 할 때도 낮은 등수는 아니다. 그렇게 채점을 해 보면서 자신의 많은 공부량에 대비되는 저조한 점수를 보고 실망한다. 그리고 성적표를 받은 후 '남들도 이렇게 봤어?'라고 말하면서 괴리감을 느끼게 된다. 복잡 미묘한 감정을 느끼며 임종평 시즌은 끝난다.


지금은 성적표가 나오기 전이다. 걱정을 하면서 일단 놀자고 하는 시즌이다. 다시 돌아오게 되어 다행이고, 글이 잘 써지지 않을 것 같아 두려웠지만 그럭저럭 써져서 좋다. 정말 오랜만에, 현재를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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