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아카이빙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가람 Feb 02. 2018

사라져 가는 것들

아카이빙



가끔 어릴 적 다녔던 학교와 그 주변을 걸어본다.

가득한 것들 속을 걷다 보면 내게서만 사라진 것들 투성이다.

그땐 참 여백 많은 동네였는데 여기도 나름 해운대라고 참 가득해졌다.

10년을 다닌 학교 후문의 피아노 학원.

내가 좋아하던 정문의 분식집.

미니카를 굴리던 문방구의 트랙.

그나마 좋아했던 선생님.

다 어느새 사라져 버린 것들.

학교 주변의 공기는 늘 같은 냄새로 남아있는데 나는 그게 이상하게 서럽다.

교실과 운동장의 소음은 멀리서 들으면 그제나 지금이나 똑같지만

가까이서 바라보면 내 이야기의 등장인물들이 이제는 모두 사라지고 없다.

나는 어느 순간 너무 많은 곳에서 이방인이 되어가고 있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 내가 다녔던 교실로 들어가면

꿈처럼 다시 그 친구들이 있고 내 자리가 있고.. 이런 상상을 해본다.

내 필름이 너무 빨리 돌아간다.

뒤를 돌아볼 때조차 내 등을 앞으로 밀어대는 걸 보면 시간은 참 정 없다.

사랑했던 공간들 아껴주던 사람들.

그때는 그저 그랬고 지금은 아주 그리운 시간들.

모든 것들이 다 사라져 가고 있다. 다들 나만 남겨두고.

다들 나만 남겨두고 다 사라져 버렸다. 

그런데 나는 왜 나도 사라져 간다는 걸 모를까.

매거진의 이전글 돈을 아끼면 사람을 아껴주기가 어렵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