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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 닥터 양혁재 Apr 04. 2024

퇴근 후, 홀로 앉아 책을 찬찬히 읽어보며

어제는 유난히 퇴근이 늦어졌다. 외래 진료를 끝마치고, 회진까지 돌고 나니 이미 거리에는 어둠이 짙게 내려앉아 있었다. 


야심한 시각이라 차를 몰아 곧장 집으로 갈까 하다가, 조수석에 있는 책을 보곤 집이 아닌 근처 카페로 방향을 틀었다. 


늦은 밤이었지만 카페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직장 동료 혹은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앉아 수다를 떠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따뜻한 차 한 잔을 주문했다. 은은한 허브향이 풍기는 차를 주문하고, 소음이 덜한 자리를 찾아서 앉았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잔잔한 재즈 음악을 들으며, 내 책 <엄마, 이젠 울지마>를 읽기 시작했다. 분명 내가 집필한 책이지만, 왜 이렇게 볼 때마다 가슴이 벅찬지. 어머님들과 함께 한 순간들을 회상하며, 한 자 한 자 찬찬히 읽어 내려가니 어느덧 마지막 장에 다다랐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무렵, 코끝이 찡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이었지만, 어떻게든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원고를 썼던 때와 어머님들과 함께했던 행복한 순간들이 오버랩됐다. 조금만 더 있으면 어쩐지 '툭'하고 눈물이 터질 것 같아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컵을 반납하고, 책을 챙겨 다시 차에 올랐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적막이 싫어 틀게 된 라디오에서는 추억을 노래하는 팝송이 흘러나왔다. 잔잔하게 울려 퍼지는 아련한 음악을 들으며, 집을 향해 달리고 달렸다. 조수석에는 나와 어머님들의 추억이 가득한 책을 실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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