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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 닥터 양혁재 Apr 15. 2024

병원에서 열린 미니 사인회

출근해서 가운을 입고 진료실을 나오니, 직원들이 문 앞에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그들은 내게 '엄마, 이젠 울지마' 책을 내밀며 사인을 요청했다. 아직도 사인 요청을 받으면 부끄러움에 얼굴이 뜨거워지지만, 직원들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어 하는 수없이 팬을 들었다. 


직원들 중에는 지인들에게 선물하겠다며 책을 꽤 많이 산 사람도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듣곤 사인을 할 때, 직원들 지인의 이름까지 함께 써주었다. 그 직원은 활짝 웃으며 감사를 전해왔다. 


한참 동안 사인을 하고 있으니, 다른 직원들도 뒤에 줄을 서기 시작했다. 


가방에 있던 책까지 모조리 들고 와 사인을 받는 직원들. 요청하는 직원들에 한해서 함께 사진도 찍어주었다. 


매일 보는 얼굴인데 사진까지 찍고 싶냐고 물었더니, 직원들은 깔깔 웃으며 원장으로서의 나와 작가로서의 나는 다르니 사진으로 꼭 남겨두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니 어찌 안 찍어줄 수가 있겠는가. 


그렇게 병원에서는 미니 사인회가 열렸다. 당초 10분이면 끝날 줄 알았던 사인회는 장장 40분간 이어졌다. 서른 명이 넘는 직원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나서야 막을 내릴 수 있었다.


이른 오전의 사인회를 끝나고, 진료실로 돌아가니 곧바로 환자분이 들어오셨다. 그렇게 다시 하루가 시작됐다. 오늘은 비가 많이 내리는 데도 어마어마한 수의 환자분들의 예약이 잡혀 있다. 많은 분들을 만나려면, 지금부터 부지런히 움직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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