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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유월 Jan 30. 2024

#B2. 위기의 지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

위기의 지구에서 살아남는 응급치료법, 박은기 유가연 지음, 수선재

고등학교 시절에 지구과학 시간에 충격적인 사실을 배웠다. 대한민국이 지진이나 화산에 취약한 곳이었다는 것. 환태평양 조산대에 속한 대한민국은 결코 안전한 땅이 아니라는 사실이 적잖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때부터 부쉬크래프트나 생존법과 같은 분야에 지긋이 관심을 얹어두고 살아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흘러 성인이 되고 사회에서 썩어나가던 시절, 우연찮게 전자 도서관에서 재난시대 생존법 (우승엽, 들녘)이라는 책을 접했을 땐 유레카였다. 그래 우리는 이런 대비를 하고 살아야 한다. 그날 이후 내 차 트렁크에는 자그마한 가방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어떠한 재난 상황에서 내 차까지만 갈 수 있다면, 혹은 내 차에서 재난 상황을 맞이한다면 일주일, 혹은 한 달여 생활을 할 자신이 있었다. 유통기한이 아~주 긴 비상식량과 생수 및 생수로 쓸 수 있는 정수 키트. 각종 비상약, 보온포, 유행이 지나 잘 안 입게 된 패딩, 취사도구 등등. 뭔가 살아남을 자신이 있는 아이템 가방이었다.


시간이 또 흘러 흘러갔다. 단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그 가방은 시간이 흐르면서 각종 센세이션한 소품들도 차지하게 되었다. 와이어톱이나 낚시 바늘키트, 심지어 파이어스타터도 있었다. 흡연자이던 시절인데 라이터를 더 넣을 생각을 안 하고 파이어스타터라니. 이 와중에 참 쓸데없다 싶었지만 뭐.


그렇게 다시 또 시간이 흘러 흘러 결혼과 출산이 지나도 그 가방은 차에서 내릴 줄 몰랐다. 오히려 1인분 가방이 3인분이 되어야 했다. 그렇게 꼭 십이간지를 한 바퀴 돌아서야 차에서 가방이 내렸다. 대신 조그마한 캠핑 세트가 트렁크 언더 케이지에 비밀리에 자리 잡았다. 용도는 달랐지만 비상식량만 뺀 생존 키트가 차에 자리 잡은 셈이었다.


이렇게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생존이라서, 게다가 와이프도 어느 정도 동조하는 부분이라서 생존과 관련된 책 몇 권을 덜컥 구매했다. 그중 한 권이 바로 위기의 지구에서 살아남는 응급 치료법.


첫 1부는 숨도 안 쉬고 읽어낸 기분이었다. 두근두근. 그런데 이게 왠! 이어지는 2부에서부터 상당한 볼륨으로 차지하는 침술과 뜸. 부항이라니. 약초는 그렇다 치더라도, 재난 상황의 응급치료에서 침과 뜸이라니. 파라랏 파라랏 책장을 넘기며 내용을 훑었더니, 결론이 나버렸다.


책 전체 볼륨의 7할 정도를 차지하는 침술과 뜸. 재난 상황이 아니더라도 그냥 이 책은 ‘가정에서 따라 해볼 수 있는 응급 침술‘이라는 제목으로 출판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서점에서 봤다면 안 샀을 거야!


위기의 지구에서 살아남는 응급치료법

박은기 유가연 지음

수선재.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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