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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세에 치아 교정을 시작했습니다

다음 생에는 꼭 건치로 태어나고 싶어요

by 문전성시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는 정기 검진 때 봬요!

45세(만 43)에 시작한 치아교정이 이번 주에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니 3년이 넘는 기간 동안에 50번 이상 치과를 다닌 것 같네요.


매달 한 번 이상은 차로 30분 거리의 치과를 다녔으니, 그간의 노고에 대해 스스로 칭찬과 위로를 해주고 싶습니다.


아빠, 엄마가 치과 예약해 놓았다고 하네~

제 인생의 숙제 중 하나는 교정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덧니가 왼쪽 위, 아래에 자리 잡고 있었고, 나이가 40이 넘어서자 잇몸이 약해져서 인지 아랫니들이 점점 고르지 않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리고 어려서 빼놓지 않았던 사랑니는 시한폭탄처럼 언제 충치가 생길지 몰라서 걱정을 하고 있었고요.


이 모든 걸 바쁘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고 살다 보니 오랫동안 치과를 멀리하고 살았습니다.


그러다 저와 얼굴형이 닮은 큰 아이가 치과에 다녀온 후 교정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많이 미안했습니다.


교정하기 겁이 난다는 딸아이를 달래기 위해 '그럼 아빠도 이참에 같이 다니자~'라며 약속을 했었는데 그 시기가 다가온 것이었지요. (아빠도 무섭긴 마찬가지야 ㅠㅠ)


먼저 상담을 했더니 성인은 교정 속도가 느려서 3년 정도는 걸릴 수 있다는 말을 듣고는 한번 더 망설였는데, 와이프가 아이와 함께 예약을 해 줘서 큰 마음을 먹고 시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치아 교정하는데 얼마 드나요?

뒤늦게 시작한 교정으로 주변에서는 신기해하는 사람도 있고, 본인도 고민 중이라며 기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비용은 얼마가 드는지 물어보는 사람도 종종 있었습니다.


실제로 회사에 교정을 하고 있는 사람이 저 말고 없었는데, 저를 보고 용기를 얻었는지 꽤 많은 사람들이 교정을 시작하기도 했고요.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던 질문의 답은 뻔한 결론이지만 'Case By Case'입니다.


저처럼 발치를 3개 한 40대는 교정하는데 3년 가까이 걸릴 수 있고, 저의 아이처럼 발치를 4개나 했어도 2년도 안 돼서 끝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교정은 종류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인데요.

(메탈/클리피씨/인비절라인 등)

(※ 이미지출처 : 닥터 나우)


무엇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가격 차이가 꽤 있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최소 300~400만 원 정도를 먼저 내고 매월 치과를 방문할 때마다 5만 원씩 2년 간 내는 비용을 합산하면 적어도 500만 원 이상은 드는 것 같습니다.


물론 교정을 하기 위해 치아를 발치하거나 숨어있던 충치가 발견되어 치료하는 비용은 따로 생각을 해야 합니다. 교정비용 말고도 은근히 많이 나오거든요.



후회하나요? 아니면 잘했다고 생각하나요?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인생의 숙제를 해결했다는 점에서는 후회가 없습니다.


이제는 남들 앞에서 편하게 이를 보이며 웃을 수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그간의 고생을 잊게 할 정도로 만족하고 있긴 합니다.

다만 치아 교정은 미용이라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싸기도 하고, 생긴 대로 사는 게 아니라 턱 뼈 안에서 치아를 억지로(?) 세팅해 놓은 거라 전체적으로 치아와 잇몸 상태가 이전에 비해 나빠진 건 확실합니다.


‘내 인생에서 앞으로는 딱딱한 음식을 편하게 먹을 날이 오지는 않겠구나' 하는 점은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기도 합니다.



장점과 단점이 있다면?

솔직하게 말하면 편하게 웃는 것 빼고 대부분이 단점 이긴 합니다.


저처럼 40이 넘어서 교정을 한 분과 이야기해 보니 교정을 하고 블랙 트라이앵글이 생겼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마찬가지로 약간 생겼고요.


아마도 고른 치아를 위해 억지로 배열을 하느라 박혀 있던 치아들이 조금씩 올라오면서 작은 틈이 생겨 만들어진 것 같은데요.


나이가 들어서 교정을 할수록 블랙 트라이앵글이 생길 가능성도 높아지는 듯합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20대에 교정을 마무리하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또한 틈이 생긴 만큼 양치를 할 때 이전보다 더 꼼꼼하게, 치간 칫솔까지 써서 잘해야 합니다.


물론 그렇게 하면 이전보다는 충치는 덜 생길 테니 웃픈 장점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성인 치아 교정을 추천하시겠습니까?

제가 교정을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30대 중반쯤 건강검진을 하러 가서 치과 상담을 한 적이 있었는데요.


나이가 70대 정도 되신 머리가 백발인 치과의사 선생님께서 교정을 하고 계셨습니다.


궁금한 점 있으면 물어보라고 하셔서 나이 들어서 교정을 해도 괜찮은지 여쭤보았는데,


교정은 필요하면 하는 거지 나이와 상관이 없다고 하시며 본인도 지금 인생 두 번째 교정을 하고 있다고 말씀해 주셔서 용기를 얻었거든요.


(※ 건강신문 : 치아 교정, 장·노년도 가능하다)

https://www.kksm.co.kr/news/articleView.html?idxno=446


먼저 치과에서 상담을 해 보시고 '미용에 해당하니 선택하시라'가 아닌 '이 정도면 충치를 고려해서 해야 한다'는 의견을 듣게 된다면 더 늦기 전에 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그런데 교정을 시작하면 입안이 미칠 듯이 불편합니다.

(※ 이미지 출처 : SmileWell Dental)


같이 교정을 했던 저의 아이는 그렇게까지 불편하지 않다고 하던데, 저는 40년이 넘도록 편하게 음식을 씹고 맛봐서 그런지 교정기 사이에 음식물이 껴 있는 상황은 교정기를 떼기 직전까지도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교정을 하는 기간 동안 식사 외에 군것질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그 덕에 뱃살이 조금 빠져서 위안을 삼기도 했고요.


그리고 교정이 끝나도 입 안쪽에 유지장치를 붙여야 하고, 보정장치를 끼고 잠을 자야 하는 불편함은 계속됩니다.


(쓸데없는)
고생 끝에 경험한 인생의 국룰
(3가지 요약)

① 교정을 한다면 하루라도 젊을 때 하는 게 좋습니다.

(치과는 늦게 갈수록 치료할 게 많아지고 결국 돈이 많이 들어가게 됩니다)


② 치과를 고를 땐 주변 지인 중에 교정한 사람의 추천을 받는 게 좋고 어쩌면 할인도 됩니다.

(요즘 대부분 교정 가격이 공개되어 있는데 가격보다 선생님의 교정실력이 더 중요합니다)


③ 교정을 시작하면 2 ~ 3년간 상상 이상의 불편함을 각오해야 합니다

(발치를 안 하고 교정을 할수록 기간이 많이 단축되니 하실 분은 참고하세요)



뒤늦게 치아 교정을 고민하고 계신 분에게 용기와 도움이 되는 글이었기를 바라며...


(쓸데없는) 고생 컬렉션 시리즈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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