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을 받았을 때 고민을 했죠. 여성 감독이 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이 들어서요. 사실 저는 영화 <친구>보다 <써니>에서 더 감흥을 느끼는 사람이에요. 게다가 제가 직전 영화 <도리화가>가 망했잖아요(웃음). 물론 망한 건 제 탓이고, 토익반 친구들이 인정받지 못한 건 구조적인 문제니까 결코 대등하게 볼 순 없지만 그래도 그 처지에 이입되더라고요. (…) 어쨌든 여성 서사로 받아들여질 것을 염두에 둬야 했고 신경을 많이 썼어요. 내가 여자였다면 더 잘 찍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 많이 들었죠. 그때마다 물어보는 수밖에 없어요. 제작사 대표님부터 배우분들까지 여성이 많은 현장이어서 가능했어요.